감연희 설치미술가

덴마크에 다녀왔다. 전시에 맞춰 열흘 정도의 일정을 짰다. 덴마크의 정식명칭은 덴마크 왕국이고, 수도는 코펜하겐이다. 덴마크의 국회, 정부, 왕궁이 모두 코펜하겐에 소재해 있는데, 도심부의 남단에 중앙역, 티볼리공원, 시청사 등이 있다.

덴마크에 대한 첫 인상은, 겸손하지만 품격이 느껴지는 고급스런 귀부인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견고하고 아름답게 짜인 상자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곳곳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조용히 살아 움직이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덴마크의 모습은 그들이 누리는 일상의 문화 속에 있었다. 시청사의 1층이 시민들에게 문화공간으로 개방되어 있는 것을 보니 그 나라 문화의 자부심과 저력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같으면 권위적이고 도식적인 느낌 때문에 드나들기 부담스런 공간인데, 그곳에서 1년 내내 전시가 기획되고 콘서트가 열리며 각종 문화행사가 진행된다니….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유명 작가들이 그곳에서 전시하며 시민들과 만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어떤 형식으로 공유되어야하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코펜하겐을 떠나 오르후스로 갔다. 오르후스는 덴마크 제2의 도시이다. 도시의 슬로건은 ‘가장 작은 대도시’ 슬로건처럼 작으면서도 도시로서 기능은 최고로 갖춰진 도시다. 게다가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도시로 소문이 나있을 만큼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도시에 있는 ARoS 미술관은 북유럽 최고의 현대 미술관이다. ARoS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일부로, 녹색대지 위에 서 있다. 이곳에는 도발적이며 흥미를 유발하는 전시물들이 꽤 많다. 상설로 17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덴마크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17~18세기의 회화작품들이 돋보인다.

특히나 이 미술관의 상징인 ‘웅크린 소년’동상은 그 누구의 눈길을 끌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건축 자체가 매우 독특하다. 위로 높이 솟은 모습으로, 1층부터 8층까지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도 좋지만 나선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다. 전시는 각 층마다 다른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고, 몸으로 체험해보는 작품들이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옥상의 ‘레인보우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걸으면서 덴마크의 도시 전경을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파노라마로 지각하도록 유도한 원통형 조형물은 무지개 색깔 유리창을 달고 있다. ‘레인보우 파노라마’는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다.

그는 거대 자연을 작품에 끌어오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200여개의 전구로 이뤄진 초대형 인공태양을 띄우고 알루미늄 반사판으로 일몰의 장관을 재현해 화제를 모았고, 관객들이 재현된 태양 아래에 누워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광경은 극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도시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작가의 예술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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