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정치·문화부 차장

대구시는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출생지를 알리는 표지석을 세우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떴다. 시는 표지석을 설치하면 관광객 증가로 인근 상권 활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이 태어난 곳은 공식 자료로 남아 있지 않지만 대구 중구 삼덕동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50년 12월12일 육군본부 작전교육국 작전차장으로 근무할 때 육영수 여사와 결혼했고, 이 곳 삼덕동에 살림집을 차렸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1952년 2월2일 태어났다.

그런데 출생한 곳의 번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란다. 책에는 박 전 대통령 부부가 옛 동인호텔 입구 개인 소유의 사랑채에 살았는데 방이 3개이고 운전병과 부사관이 함께 썼다고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동인호텔이 있던 곳에는 현재 재개발로 상가 건물이 들어서 있고 바로 옆 금융결제원 자리에도 신축공사를 하고 있어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지적도에서도 당시 박 당선인이 태어난 집(번지)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우선 박 당선인의 정확한 출생지 조사,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자료 발굴, 표지석 설치 적합지 파악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표지석 트라우마’가 있는 청주시와 충북도가 떠올랐다.

2009년 故노무현 대통령이 생을 마감한 후 시민들은 상당공원에서 자발적으로 노제를 지낸 후 남은 부의금으로 표지석을 만들었다. 하지만 청주시는 상당공원에 표지석 설치를 불허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표지석은 천주교 성당 등을 떠돌다가 지금은 청원군에 있는 마동분교 창고에 보관돼 있다.

표지석 설치 불허 논란이 뜨거워지자 충북도가 청남대에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이 없다. 그 후 추모제가 열리는 5월만 되면 표지석 얘기가 반짝 불거졌지만, 표지석은 아직까지도 창고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는 반대여론을 의식해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전시관이 건립되면 노 전 대통령의 표지석을 유물의 개념으로 인식해 전시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후론 깜깜무소식이다. 지사가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실무선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민주당 단체장이 집권하고 있으니까 잘 해결될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얼마 전 표지석을 만들고, 직접 창고로 운반했던 한 사람은 도대체 표지석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대구시가 흔적도 없는 생가를 추적하고 있는 마당에,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을 추모해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만든 표지석은 몇 년 째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 이건 대구시가 오버하는 건가, 아니면 청주시와 충북도가 겁을 먹은 것인가.

표지석에 덧씌운 진보-보수의 대결 프레임도 억지스럽다. 보수과잉의 사회,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해프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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