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6%p차 … 충북은 12.9%p격차로 朴 당선자 지지
지역·진영 대결에다 세대투표까지… ‘사회통합’ 숙제로

▲ 충북은 근래 20년 동안 치른 대선에서 가장 확실하게 여권 후보를 밀었다. 그래서 충북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사회에 조성된 갈등구도를 봉합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 충청리뷰DB
충북, 확실하게 朴 밀었다
전국 득표율 朴 51.6% , 文 48.6%
충북 득표율 朴 56.2%, 文 43.3%
충북 13개 시군구서 모두 朴 승리

충북의 표심이 또 적중했다. 이로써 충북은 직선제 부활 이후 치른 1987년 13대 대통령선거 이후 6차례 선거에서 모두 당선자를 맞히는 ‘족집게 표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2월19일 실시된 18대 대선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충북에서 얻은 표는 51만8442표(56.2%)다.

이는 39만8907표(43.3%)를 얻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12.9%p나 격차를 보인 것이다.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이 각각 51.6%와 48.0%인 것과 비교할 때 충북은 확실하게 박 후보를 밀어준 셈이다.

박 후보는 지지율 격차가 보여주듯 충북 전역에서 승리했다. 청주 상당·흥덕구를 포함해 이번 대선의 충북 시·군·구는 모두 13곳인데, 박 당선자는 단 한 곳에서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선거막판 골든크로스(대역전)가 일어났다는 관측이 나왔던 청주 흥덕구에서도 50.8%로, 48.8%를 득표한 문 후보를 이겼다. 박 후보는 13곳 중 6곳에서 60% 이상 득표했는데 단양에서 65.9%, 옥천에서 64.5%를 얻었다. 문 후보는 청주 흥덕구 48.8% 외에도 청원군 47.7%, 청주 상당구 45.4% 등 청주권에서 비교적 선전했다.

박 후보를 충북에서 확실하게 밀었다는 것은 역대 대선 결과와 비교해 볼 때도 뚜렷하다. 50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7년 15대 대선 이전까지 충북의 표심은 여당으로 확실하게 기울어 있었다.

1987년 6.10민주화운동의 성과로 직선제를 되살린 13대 대선은 민정당 노태우 후보의 승리였다. 6.10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가운데 치른 선거였지만 노 후보는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후보단일화 실패에 편승해 36.6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충북은 전국 평균보다 무려 10.25%p 높은 46.89%가 노 후보를 밀었다. 이어 1992년 14대 대선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41.96%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 후보의 충북 득표율은 전국 득표율보다 3.7%p 낮은 38.26%였다.

1997년 15대 대선은 충북민심이 곧 ‘캐스팅보트’라는 말을 낳은 선거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전국 득표율 40.27%로 당선됐는데 충북은 이보다 2.84%p 낮은 37.43%가 김 후보를 지지했다. 이전까지 여권에 몰표를 준 충북이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박태준)연합을 계기로 적어도 민심의 척도가 될 수 있는 투표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2002년 16대에서도 충북의 표심은 전국의 표심을 반영했다.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전국 득표율 48.91%로 당선된 가운데 충북은 이보다 1.5%p 높은 50.41%를 기록해 충북은 전통적 여도(與道)라는 평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충북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당선자를 적중했지만 1위 이명박(한나라당) 후보와 2위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22.53%p 차까지 벌어진 더블스코어 선거였다. 특히 이명박 후보는 충북에서 41.58%를 얻어 전국 득표율 48.67%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박 후보에게 충북이 보여준 지지는 1992년 14대 대선 이후 20년 동안 여권후보에게 가장 전폭적인 지지를 몰아준 선거다.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낸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은 “충북사람들은 당보다 후보를 보고 표를 던진다. 박 당선자는 상대후보에 비해 충분히 준비된 후보였다. 특히 세종시와 관련해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하면서 지도자의 위치를 점하게 됐다. 그래서 ‘이명박근혜’라는 식의 공세가 먹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또 “느긋하게 지켜봐라. 충북에는 확실한 성과가 있을 것이다. 박 당선자 스스로도 ‘충북의 딸’이라고 하지 않았나. 평소의 언행에서도 충북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기득권층 양보 필요한 때”

이번 대선은 전국적으로 3.6%p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지만 개표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1,2위가 뒤바뀌지 않았다. 그만큼 개표양상은 단조로웠다. 일각에서 ‘전자개표에 부정이 있지 않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표상황 그래프는 시종일관 일정한 격차를 유지했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반(反)보수진영이 시쳇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진 것도 그 때문이다. 승부의 변곡점이라고 예측했던 투표율 72%를 넘겨 75.8%까지 투표율이 치솟았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까지 사퇴해 반보수가 총결집했음에도 박 후보에게 과반 득표는 물론 역대 최고 득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언론이 이번 선거를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분석했지만 사실 보수를 제외한 중도를 아우른 ‘보수 대 반보수’ 구도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이렇게 똘똘 뭉쳐도 이길 수 없다면 앞으로도 야권의 승리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절망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노영민(청주 흥덕) 의원은 “일단은 모든 당직에 나가지 않고 쉬고 싶다. 대선 패인으로 더욱 공고해진 세대구도 등을 지적하는 분석도 있는데 그렇게 피상적으로 툭툭 던질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더욱 깊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아직도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통합진보당은 보다 차분하게 판을 분석하고 있다. 신장호 통합진보당 충북도당위원장은 “총결집에도 불구하고 졌다는 것은 야권의 문재인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을 대변할 수 있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면서 “민주당 후보의 패배와 함께 지난 1년 동안 안철수 효과가 맹위를 떨쳤다는 것은 시대가 ‘민주당의 종말’을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다만 ‘민주당의 종말이 신당 출현 등 정계개편을 의미하냐’는 질문에 대해 “신당이 될 수도 있고 진보정당이 전면에 나서는 것일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듯 이제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화’만이 승리의 동인이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노조의 조직률이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합해도 10% 미만이다. 노조 조직률이 30%는 돼야 새로운 정치를 실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찌 됐든 이번 선거는 이념구도가 더욱 강화되고 지역구도 또한 여전함을 보여줬다. 여기에다 세대구도가 더욱 공고해져 사회통합을 위한 과제는 더욱 복잡하고 무거워졌다. 실제로 정권교체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투표율이 예측과 빗나간 것은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50대 이후 장·노년층의 비율이 높아진 데다 40대를 기준으로 철저한 세대투표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40대 회사원 박 모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박근혜 후보를 찍어라. 그래야만 김장김치를 보내주겠다’는 권고를 들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사회통합에 대한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집단이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은 “이번 대선은 전망투표, 비전투표와 거리가 먼 진영 간의 대결로 치달았다. 결과적으로는 이념갈등이 두드러진 과거회귀 투표였고 보수층의 결집을 초래했다. 문제는 이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다만 “기득권층의 배려가 부족해 사회적,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만큼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양보가 없다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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