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예산 삭감하자 ‘재의․감사’거론하며 여론몰이
일부 학부모들, 도의원들에게 협박문자․탄원서 돌려
도의회 “의회 고유권한 무시하고 정쟁화로 본질흐려”

“교육청의 관료·자치주의 때문에 무상급식이 마치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호도됐다. 도의회에서 정상적으로 예산을 의결, 승인한 것을 두고 교육청이 문제 삼고, 언론플레이를 한 것은 의회민주주의자체를 경시한 것이다. 오늘은 교육감의 바람대로 대승적 차원에서 굴복하고 의회에 나왔다.”

이광희 충북도의회 교육위원이 지난 17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한 신상발언은 쎘다. 이날 행정사무감사결과보고와 공유재산 변경안·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해 무기한 연기됐던 상임위원회가 가까스로 열렸지만, 정회소동을 겪는 등 무상급식으로 이어진 갈등이 폭발했다.

▲ 사실상 내년 무상급식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년 상반기 추경 때 차액분 33억원을 도와 교육청이 어떠한 비율로 분담할지 남겨두고 있지만 학부모 단체들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한 도와 도의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무상급식 갈등이 충북도와 교육청 양 기관뿐만 아니라 충북도의회의 상임위원회 내부로까지 번진 것이다. 교육위원회는 교육위원과 교육의원으로 나눠져 있다. 교육위는 이광희·김동환·최진섭 등 도의원 3명과 박상필·장병학·전응천·하재성 등 교육의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의원은 교육계 출신들이다. 도의원이 교육청에 날을 세우자 교육의원이 방어하는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도의원들이 “다른 상임위에 소속된 기관과 부서들은 예산안을 제출하면 사전에 사업설명을 하는데 왜 교육청은 그런 절차를 밟지 않느냐”문제 삼자 교육의원들은 “예산안 처리 시간이 많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교육청의 설명을 듣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예산안 상세 제안 설명 전례가 없었다”고 맞섰다.

당초 교육위는 지난 13일 오전 10시 도교육청의 추경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의원들이 “도교육청이 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하면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교육위는 이날 오후에 회의를 열었으나 도교육청이 사과하지 않자 산회했다. 결국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어 교육위는 도교육청의 사과여부를 떠나 17일 심사를 다시 연 것이다.

학부모단체, 일방적 도의회 비난

도의원들은 구체적으로 교육청이 지난 12일 낸 보도자료를 문제 삼았다. 도는 2~3번의 보도자료를 냈지만 교육청은 보도자료만 12번을 냈다는 것. 도교육청은 “도의회가 무상급식 세입 예산을 깎으면서 세출 예산은 그대로 놔두고 예비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 재의 요구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12월 초에는 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양 기관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으니 감사원 등 제3의 기관에 감사청구를 제안하거나, 대도민 토론회를 개최하자”는 의견을 냈다.

‘재의요구’는 법률상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 또는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거나 조례안에 이의가 있는 때,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가 포함된 때,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경비와 비상재해로 인한 시설의 응급복구 비용을 삭감의결할 때, 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배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한다고 판정될 경우 감독청의 명령이 있는 한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광희 의원은 “내년도 무상급식 관련 예산안에는

▲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무상급식 관련 탄원서를 지인들에게 문자로 발송했다.
이 같은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회의 고유권한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도교육청이 재의요구 및 감사원 감사 등을 꺼내 본질을 흐려놓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행안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하고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 단체 교육청 편들어

지난 11일 무상급식 관련 예산이 도의회 예결특별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무상급식 관련 논쟁은 내년 상반기 열리는 추경 때까지 미뤄진 상태다. 도교육청은 당초 주장한 총액 946억원 가운데 절반인 473억원만 부담하겠다고 발표했고, 도는 도가 제시한 880억원 가운데 절반인 440억만 지출하겠다고 했다. 도교육청과 도는 무상급식 총액을 놓고 이견을 보였고, 각자 다른 셈법으로 계산한 총액의 절반만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액 33억원에 대해서는 내년 추경에 분담비율을 합의하거나, 교육청이 전액부담, 또는 대선결과에 따라 국비 지원 등 제3의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가 차액 33억원을 내놓지 않으면 학부모에게 전담시킬 수도 있다. 이미 비용이 계산돼 나와 있기 때문에 줄일 수 없다. 교육청은 늘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국비 지원유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게 하나도 없지 않나”고 답했다.

무상급식은 엉뚱하게도 보수 대 진보의 대립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무상급식 관련 예결위가 열리던 11일에는 상당공원에서 학부모연합회, 학교운영위원연합회 등이 모여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한 도의회와 도지사는 반성하라”며 피켓을 높이 들었다. 또한 임의단체인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탄원서를 작성해 문자로 뿌렸다. 탄원서의 내용은 “무상급식비 예산을 줄인 것은 학부모와 학생을 기만한 행위로서 민주통합당과 이시종 지사는 즉각 사과하고 정상화하라”는 것이다.

이광희 의원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은 이미 통과됐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예산확보가 다 돼 있다. 일부 예산을 삭감했다고 급식비를 학부모가 내야 되는 건 아니다. 이 싸움을 자꾸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학부모 단체들이 이 싸움에 나서 의회를 비난하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미애 도의원 또한 “학부모단체들이 학생들의 인권 문제에는 전혀 나서지 않으면서 교육청의 정책을 반대하면 시위 등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비판했다. 앞서 최미애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학부모들이 협박메시지들을 도의원들에게 보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광희 의원은 “학부모와 도교육청 공무원들이 문자로 일종의 협박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사실이다.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일부러 일일이 통화를 해보기 때문에 안다. 다음 선거에서 두고 보자는 내용이 많다. 그러면 전화를 걸어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지 역으로 설득에 나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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