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산타로 변신하는 이상덕 청주청년회 회장

12월에 가장 바쁜 사람은 누굴까. 어린이들에게 물으면 아마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룻밤사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기뻐하는 아이들도 몇 년 지나지 않아 선물을 놓고 가는 산타가 아빠·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 슬프지만, 더 슬픈 것은 산타를 대신할 엄마 아빠가 없거나, 선물을 사줄 여력이 없는 가정의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점이다.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해고자가정 등 누구보다 산타의 응원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 진정한 산타클로스가 이번호 인스토리의 주인공 이상덕(33·청주청년회 회장) 씨다.

이 씨는 12월이면 산타로 변신해 산타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을 찾아간다. 함께하는 산타 동료들과 함께 마술도 하고, 캐롤도 부른다. 물론 아이들이 기다리는 선물은 필수다. 이 씨는 “6~7명이 한 조를 이뤄 사회자와 율동담당, 기타연주 담당, 마술담당 등 각자의 임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뜨겁다. 눈앞에 등장한 산타에 놀라고, 산타가 자기의 이름과 칭찬받을 일을 알고 있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이 씨는 “지난해에는 한 아이에게 ‘볼일을 보고 변기에 물을 내리지 않으면 다시는 안온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며 후일담을 소개했다. 몰래산타들은 하루 방문을 위해 며칠간 정보를 수집하고 익힌다.

더불어 사는 삶 찾는 젊은이

이 씨는 “올해는 50명의 산타가 조손가정 등 산타의 응원이 필요한 30곳의 가정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몰래산타는 이 씨가 청주청년회장을 맡은 후 8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첫해인 2005년에는 100여명의 산타가 참가했다. 이듬해에는 더 많은 산타지원자들이 나타났다. 해마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이 씨는 “방문가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조손가정 아이에게 엄마아빠에 대해 묻는다거나 준비를 제대로 하고 가지 않아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몰래산타가 일회성이 아닌 이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청주청년회가 매주 토요일 독거노인들을 찾아가는 ‘따뜻한 밥상’을 거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씨는 “청주청년회가 지향하는 것이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다. 나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이웃의 행복까지 챙길 줄 아는 청년들이 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참하고 싶다면 청년회 가입부터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문턱을 높였다. 예전에는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간의 참가비만 받던 것을 청주청년회 회원으로 제한했다. 청주청년회 회원은 대학생은 월 5000원, 직장인은 월 1만원의 회비를 내야한다. 이 씨는 “문턱을 높였더니 참가자는 줄었지만 책임감도 높아지고, 활동도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산타들의 욕심도 날로 커졌다. “아이들의 기대치나 눈높이가 높아져 참가비만으로 좋은 선물을 해줄 수가 없다. 산타들끼리 별도로 돈을 모아 더 나은 선물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청주청년회는 진보적 성향의 단체를 만들어 청년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자며 의기투합한 젊은이들이 2001년에 결성한 단체다. 청주청년회는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시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청주청년회가 나서서 체불임금을 받아주는 해결사 역할도 하고 있다.

이 씨는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지금의 청년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다.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사회논리에 몰려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것은 청년의 잘못이 아니다. 이 땅의 청년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길, 또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청주청년회가 앞장 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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