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거부’로 시작한 파업, 배부른 귀족노조로 여론 몰매
노조파괴 공작 드러났어도 노동자만 ‘피멍’ 회사는 ‘온전’

작년 5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할 때 언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알박기 파업’이란 신조어가 등장했고 ‘연봉 7천만원’등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왜 이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한 유력 일간지는 다음과 같이 썼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유성기업 파업을 계기로 앞으로 주요 산업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총파업을 밀어붙이다 실패하는 일이 잦아지자 핵심 부품회사 한두 곳의 파업을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이런 ‘알박기 파업’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도 유성기업 파업에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며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 유성기업 노조 홍종인 아산지회장은 아산공장 앞 굴다리 난간에서 5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유성기업 사측 뿐만이 아니라, 경총 등이 나서서 연봉 7000만원설을 퍼뜨렸다. 언론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보도했다. 이들은 “유성기업 노조가 완성차 생산직보다 높은 급여, 연 평균임금 약 7000만원을 받으면서 완성차업계도 실시하고 있지 않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직장 폐쇄 중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있어 공권력 투입등 엄정한 법집행으로 즉각적인 회복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경영계의 주장과 언론보도에 대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맞섰다. 이들은 “30년 넘게 일 해도 연봉 7천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7천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350명의 노동자중 다섯 손가락도 꼽지 못한다”며 월급명세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언론은 이같은 해명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들의 실제 노동 실상은 이랬다. 일주일에 열시간에서 열두시간의 잔업을 했고, 한달에 두 번 정도는 일요일까지 일했다. 이렇게 장시간 일해서 받은 임금은 4000여만원 수준이었다.

▲ 유성기업 천막농성 현장. 이들이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노사 합의를 이행하라”는 단순한 요구였다. 노사합의 내용은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주야 2교대제로 운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파업 배경은 무시됐다.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비난 속에서 파업 일주일만에 공권력이 전격 투입됐고 17명의 노동자가 감옥에 갇혔다.

파업 일주일 만에 강제진압

이들이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노사 합의를 이행하라”는 단순한 요구였다. 노사합의 내용은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주야 2교대제로 운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파업 배경은 무시됐다.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비난 속에서 파업 일주일만에 공권력이 전격 투입됐고 17명의 노동자가 감옥에 갇혔다.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는 지난해 12월 26일, 유성기업(주)에 대한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법규위반 내용은 심각했다. 유성기업이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집단적노사관계법 분야 12건 △근로기준법 등 개별적근로관계법 분야 23건 △산업안전보건법 분야 35건 등 70여건을 위반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회사는 정당한 사유없이 조합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가로막고, 조합비 공제를 거부하는 등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벌였다.

1주에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시킬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했다.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수 있도록 안정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 더구나 노동조합의 파업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직장폐쇄를 한 것도 불법으로 판결 났다.

조합원 29명에 대한 해고도 불법해고로 법원의 1심 판결까지 받았지만 아직까지 복직 시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노조 파괴 전문회사인 창조컨설팅을 통해 불법적인 노조 파괴 공작을 실행한 것 까지 밝혀져 회사 사무실이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노조파괴 음모·불법노동 70건 적발

그러나 인과응보의 정의는 무색해졌다. 노동조합의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무려 17명이 구속됐다. 이중 2명은 아직까지 수감돼 있다. 반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회사 임원은 구속되기는 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법에서 불법으로 판결난 해고자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농성중에 있다. 법의 철퇴는 노동자에겐 가혹했고 회사엔 관대했다. 노동자은 몸으로 삶으로 고통을 받았고 회사는 돈으로 처벌을 대신한 셈이었다.

지난 10월,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실체가 확인됐다. 그중에 유성기업도 포함됐다. 노조파괴 계획과 회의록등이 담겨 있는 문서가 확인된 것만 260여 페이지에 이른다. 이 계획은 매우 세밀했다. 어용노조를 만드는 시기부터, 이들이 파업하는 노조에 대항해서 외칠 구호와 현수막 문구까지도 제공했다.

창조컨설팅은 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자문비, 컨설팅비 명목으로 5억원 이상을 댓가로 제공받았다. 이런 노조파괴 공작의 위력은 대단했다. 전직 노조지회장과 민주노총의 본부장 직무대행까지 역임했던 사람들이 어용노조로 넘어갔다. 노조는 반토막이 났고, 복수노조법에 의해 교섭권까지 빼앗겼다.

끝나지 않은 고공농성

그러나, 이런 전 과정은 모두가 불법이었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모두 공개됐다. 증거가 모두 확보됐기 때문에 굳이 이 절차도 필요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지난 10월 유성기업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소를 했다는 소식도 없고 노조가 입은 피해에 대해 회사가 원상회복하겠다는 소식도 없다.

해고된 17명에 대해서 부당해고 판결이 나오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연리 20%의 이자까지 포함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도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현실은 노동자를 절망으로 내몰았고 더 극단적인 투쟁으로 내몰았다. 노조파괴공작을 진행한 사업주를 처벌하라며 노조 지회장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벌써 52일째다. 일부 조합원들은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해 고용노동부대전지방청을 점거농성도 벌였다.

그리고 한 노동자가 자살을 했다. 100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불안과 불면, 초조함등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노조 파업 18개월, 해고자 17명, 징계자 100여명, 고공농성 52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아무런 것도 해명된 것 없이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아산에서, 대전에서, 충북 영동에서 소리없이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온갖 사실관계를 왜곡했던 유력언론은 오늘도 이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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