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20명, 정직 135명 등 정치권 해결책 세워야

<미디어오늘>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양산된 해직 언론인과 징계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전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2년 유례없는 언론사 연대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문제를 화두로 던졌지만 해직을 포함한 중징계 뿐 아니라 손해배상 가압류로 언론인들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3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한 해직 언론인은 19명이다. 정직은 132명에 이르고 감봉/감급은 66명, 경고는 120명, 대기발령 62명 등 해고를 포함한 징계자는 총 450명이다. 지난 10일 MBC가 기사 출고 과정에서 기자들과 마찰을 빚고 또다시 징계 칼바람을 휘두르면서 정직 3명, 해고 1명이 추가됐다.

현 정권에서 언론인들의 징계는 편집권 독립 문제와 맞닿아 있다. MBC, KBS는 공정방송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내걸고 각각 170일, 95일 파업을 벌였고, 업무 복귀 이후 징계를 감수해왔다. MBC 최승호 전 PD수첩 PD와 박성제 기자는 파업 도중 노조 간부가 아닌 일반 조합원 신분으로 해고를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YTN은 지난 2008년 10월 이명박 캠프 방송 특보를 지낸 구본홍 사장을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하며 반대 투쟁을 벌이면서 노종면, 우장균 등 6명의 기자들이 인사위원회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YTN 경영진은 지난 2009년 4월 해직자 문제에 대해 합의했고 2009년 11월 법원이 1심에서 해고자 6명 전원에 대해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사측은 노사 합의는 대법원 판결을 의미한다고 버티고 있다.

173일과 103일 동안 파업을 벌인 국민일보와 연합뉴스도 편집권 독립 쟁취를 목표로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지난 2010년 이후 3년 연속 해고자가 나오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두환 정권 이후 최대 언론인 학살을 저질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손해배상 및 가압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례로 MBC의 경우 무려 19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노조 조합비가 들어오는 통장이 가압류됐다. MBC 노조는 해직자의 생활비를 조합비로 충당했지만 통장이 가압류되면서 다른 언론사 노조에 돈을 빌리고 있다.

MBC 경영진은 집행부 간부들에 대해 3천여만원부터 1억 2천 5백만원까지 등급을 나눠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한 노조 관계자는 "해직이 되면서 퇴직금이 지급됐지만 하루하루 생활비로 빠져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해고된 지 햇수로 5년 째인 정유신 YTN 기자는 "만 4년 동안 6명의 해고자 중 가족 세분이 돌아가시고 세명의 아이가 태어났다"는 말로 해직 기간의 서러움을 털어놨다.

정 기자는 "저희 같은 경우 회사와 정권 차원에서 불법사찰의 결과로 인해 해직이 됐고, 장기화됐다.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며 "불법사찰에 대한 진실규명 없이는 MB 정권에 벌어진 언론 상황이 새정부 이후에 더 망가질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전 YTN 위원장 등 4명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 사장 임명으로 촉발된 'YTN 사태'에 대해 YTN 노조를 탄압하고 와해시키려는 의도로 2008년 9월부터 관련 동향을 광범위하게 사찰,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청와대가 이른바 'BH하명'을 통해 YTN 사찰에 비선으로 개입한 증거도 다수 발견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2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불법사찰 재수사 기록에 따르면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방송사 사장에 이런 사람을 앉히자’라는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내용과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각 방송사의 간부급의 교체 명단과 사유를 적시했다는 진술이 나오는 등 여전히 언론장악 문제는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다른 이슈에 묻혀버린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 등 야당 26명 의원들은 해직언론인 복직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새 정부 이후에나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직 등 언론인들의 징계 문제가 정권 차원의 불법사찰과 언론 장악, 편집권 독립문제와 관련돼 있는 만큼 대선 주자들도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0일 공개한 정책 공약집에서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 미디어이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 중립성 침해 논란 발생"했다면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세부 실천 방안 없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정책 실현 의지가 약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언론인들의 해고를 포함한 징계 문제 해결책은 언급이 없다. 언론사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언론장악 문제와 대량 징계 해결책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개별 사안을 일일이 공약집에 넣을 수는 없다. 부당한 부분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율해 가면 사안을 파악해 결정을 해야 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공영방송 이사·사장 자격요건 및 결격사유 강화 △여야동수 이사 추천 △사장추천위원회 제도 도입 등을 제시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약속했다. 또한 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맞서 저항다가가 해직된 언론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언론탄압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 IT 및 미디어정책 자문단 간사를 맡고 있는 고삼석 중앙대 교수는 "언론인 해직 이후 원상복직 문제는 시간이 많이 지나면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집권했을 경우)새 정부에서 초기에 언론탄압 진상규명을 하고 원직 복직 및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탄압 진상 규명 문제는 여야 협상이 원칙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감독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장지호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물질적 보상과 사회적 명예를 복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에 더해 부당 징계에 개입한 낙하산 사장과 간부들이 분명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또한 "어느 후보가 정권을 잡더라도 대통령에게 언론장악 청문회를 요구하고 독자적으로 언론인 탄압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해서 다시는 언론인들의 해직 및 징계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 법제적으로 만들어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각 언론사에서도 엄격한 규정과 숙려기간 등을 통해 해고와 같은 중징계가 남발되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