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충청도민들, 박 후보가 세종시 지켜냈다”
노영민 “세종시 추진하고 설계한 사람은 뭐가 되나”

▲ 지난 2004년 10월 28일 대전역에서 참석자들이 신행정수도위헌 규탄시위를 하고 있다.

세종시, 과연 누가 지켰나

18대 대선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들은 충청권과의 연고를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충청지역은 ‘어머니의 고향’임을 강조하고 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방분권 발전에 대한 참여정부의 혼이 담겨 있는 곳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시를 누가 지켰느냐를 놓고 이른바 원조론을 서로 내세우며 갑론을박하며 지역 유권자에게 인정받고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막고 세종시를 누가 지켰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충청권의 민심의 향배가 적잖이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 30일, MBC 시사라디오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정우택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노영민 문 후보 비서실장은 서로 자신들이 속한 정당이 충청권의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세종시를 지켰다고 강조했다.

정우택-노영민 ‘라디오 설전’

▲ 노영민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
손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먼저 노 의원이 말문을 열었다. 노 의원은 “박 후보의 충청권 연고는 단순히 감성적 수준이다. 하지만 문 후보의 충청권에 대한 입장은 철학의 문제”라며 “충청권 발전의 실질적 대안인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가장 중요한 국정철학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역사상 충청권이 가장 발전했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던 때는 아마도 참여정부 시절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세종시를 비롯해 혁신도시, 기업도시,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현재 충청권 활력의 근거는 모두 참여정부 때 이뤄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이 들어서서 국가균형발전을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수도권 중심정책으로 회귀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일방적으로 아주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이것 때문에 지역경제가 정말 피폐해졌다”며 “지역경제를 다시 회생시키기 위해선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복원 이외에는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정 의원은 “노 의원 말을 들으니까 꼭 실패한 정권의 연장선상에서 문 후보가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진다”며 “지금 충청도 현장 분위기를 보면 박 후보에 대한 뜨거운 의지와 지지의 열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것은 아무래도 박 후보가 충청의 딸이라는 것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 아마 큰 배경이 된 것으로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 가지 꼭 지적하고 넘어갈 것은 세종시에 대해선 본인이 정치생명을 걸고서 끝까지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다. 이러한 노력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것을 충청도민들이 많이 알고 있고 또 이러한 이유로 현재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후보가 충청권 연설에서 늘 강조하는 "정치적 생명을 걸고 세종시를 지켰다"는 내용을 정 의원이 재차 강조하자 노 의원은 “박 후보가 세종시를 지켰다고 하는 얘기는 참 거시기하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노 의원은 “신행정수도를 거부한 투쟁의 선봉에 당시 한나라당과 박 후보가 있지 않았느냐. 우리 국민이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그 후속대책조차도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당시 한나라당이 이것에 대해서 협조적이지 않았다. 그 후속대책이 바로 세종시다. 그런데 이 후속대책인 세종시 마저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것이 바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노 의원은 그러면서 “그런데 이 세종시를 백지화 시키겠다고 난리치다가 여론이 나빠지니까 슬그머니 입장을 바꿔서 '세종시는 그냥 원안대로 해야 한다'라고 국회에서 발언 한마디 하고서 세종시를 지켰다고 하는 것”이라며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서 '내가 다 했다'라는 것 아니겠느냐. 정치도의상 그러면 안 된다. 신행정수도를 누가 무산시켰느냐”고 따져 물었다.

문 후보가 지난 10월 민주통합당 충북도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박 후보가 세종시 원안사수를 했다는 주장을 두고 ‘숟가락’ 하나 올려 놓았다고 비판했던 것을 풀이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의원의 이같은 해석에 대해 정 의원은 “같은 청주 지역구를 가진 의원인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충청도민들을 전부 우롱하는 사례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 정우택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정 의원은 “숟가락 하나 올려놓고 말 한마디 해서 이 원안을 지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 의원 빼고는 한분도 없을 것”이라고 받아치며 “박 후보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말씀을 드렸고 자기의 소신과 모든 신념을 갖고 원안을 사수했다. 그런데 그냥 숟가락 얹어놔서 이뤄졌다라고 하는 것은 박 후보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정말 이건 얼굴 보고 얘기해야지 전화로 하려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반대토론을 하고 원안,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하고 원안을 지지하는 것 가지고 정치생명을 걸었노라고 한다면 국회의원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치생명 건다”면서 “신행정수도 거부투쟁 선동한 게 누구냐. 우리 국민들 다 기억하고 있다. 그 후속대책인 세종시 설치조차도 새누리당이 얼마나 반대했나. 간신히 국민 설득하고 새누리당 설득해서 만들어놓으니까 그것마저 백지화 시키려고 했다. 그 백지화 과정에서 국민여론이 나빠지니까 슬그머니 입장 바꿔가지고 원안대로 해야 된다고 하는 것 아니냐. 이제 와서 지켰다고 한다면 세종시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추진한 사람은 뭐가 되는 되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국회에서 한번 발언한 걸로 뭘 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과정이라는 게 그렇지가 않다”며 “새누리당 내에서도 또 충청권이 아닌 지역 사람들도 많은 얘기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당대표로서 이것을 원안대로 가야 된다고 지켜낸 것은 박 후보가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것은 우리들이 자꾸 얘기하는 것보다 충청도 도민들은 박 후보가 새누리당이나 이명박 정부랑 결부돼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종시 원안을 지켜낸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신뢰의 정치인으로 더 믿음이 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해찬 의원·이완구 전 지사도 논쟁

앞서 지난달 8일에도 세종시 사수를 놓고 ‘숟가락’ 논쟁을 빚었던 여야가 ‘원조’, ‘빚쟁이’ 논쟁으로 다시 맞붙은 바 있다.

세종시 초대 지역구 의원이자 전 민주통합당 대표였던 이해찬 의원이 먼저 잽을 날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세종시민회관에서 열린 핵심당원교육에서 “장충동에 가면 족발집이 많은데 모두 다 자신들이 원조라고 한다”며 “세종시는 민주통합당이 원조인데, 숟가락 하나 갖고 와서 원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박 후보를 공격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세종시당도 잽을 날렸다. 시당은 “세종시가 정치적으로 혼란이 있을 때 과연 민주당과 이해찬 의원은 진정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매일 거리에서 국민을 선동하고 머리띠만 묶고 다니며 정치적 쇼만 하고 다니지 않았는가”라고 반발논평을 냈다.

이해찬 의원이 세종시 원조론과 관련해서 박 후보를 공격하던 같은 날,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는 충청도는 세종시를 사수한 박 후보에게 고마움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하자 박 후보에 대한 과잉충성이란 논평을 내며 이번에는 민주통합당 중앙당 대변인이 반격에 나기도 했다.

또 충북 도내에선 지날 10월 하순에 사흘 동안 문 후보의 ‘세종시 밥숟가락’ 발언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세종시를 지켰다는 새누리당 충북도당의 주장을 거론하며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온 것은 MB정권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며 “이에 맞서 싸운 것은 500만 충청도민이며 민주당도 당론으로 ‘세종시 원안 사수’를 결정하고 충청도민의 투쟁에 적극 동참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정치생명을 걸고 세종시를 지켰음에도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사실을 조작해 흑색선전 하는 중대한 죄과에 대해 사죄하라는데 엉뚱한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잘못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민주당이 지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충청권은 DJP 연합 때와 신행정수도 공약으로 야권이 충청권의 마음을 얻은 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를 제외하고는 6대 4 정도로 보수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청에서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α’를 주장하며 일관되게 현 정부와 차별화해 원안을 고수해 온 박 후보에게 기대감이 많은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가 충북 출신이라는 점과, 최근 이회창·이인제 등 충청권 인사들이 박 후보에게 지지를 선언한 일들이 결합하면서 문 후보의 지지율보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높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마냥 충청권에서 안심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유권자들에게 세종시 원안 사수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세종시 향후 발전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보여준다면 충청권에서의 대선 판도는 또다시 뒤집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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