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구애 불구하고 지역 공약은 ‘글쎄요~’
첨예한 이슈 없이 소강상태 ··· 유권자 ‘냉랭’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대선후보 등록을 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첫 방문지로 충청권을 택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중원 충청권을 탈환하지 못하면 늘 패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제 15대 대선 이후 현재까지 충청 지역의 표심을 가져가는 후보가 모두 최종 승자가 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다음날인 26일 충북 청주에 내려와 한 산부인과에서 육아 보육 정책을 내놓고 육거리 전통시장에서 민심 행보를 한 것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첫 유세 지역으로 대전과 세종 등 충청 지역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충청권 먼저 찾은 이유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26일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과 악수를 하며 웃고 있다. /육성준 기자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뤘다고 평가되는 1997년 제 15대 대선에서 소위 DJP연합인 지역적 연대 연합이 강고한 충청권 유력 대선 후보 이회창 후보를 무너뜨렸다. 2002년 대선에서는 당시 노무현 후보가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메가톤급 공약으로 역시 이회창 후보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노 후보는 당시 대선에서 단지 50여만 표의 차이로 승리했다. 충청권에서 딱 그만큼의 표 차이로 이긴 노 후보는 당시 충청권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그의 대선 승리는 있을 수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도 당시 정동영 후보는 600여만표에 가까운 차이로 이명박 후보에게 대패했으나 남부 3군에서는 이 후보를 앞지르는 등 충북 도내에서는 선전한 전례가 있다.  문 후보가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해 공식 선거 시작일 이전에 이렇게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사실 충청권의 지지 열기가 과거 대선 때만도 못하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징성을 부여하기 마련인 후보등록 후 첫 방문지를 충청도로 잡은 것은 중원을 우선 장악하자는 전략적 분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 공식방문 장소로 특별히 산부인과로 한 것에 대해선 두 가지 해석으로 갈린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밝히는 내용으로는 산부인과를 단순히 의료기관으로 보지 않고 ‘탄생’과 ‘시작’의 상징성이 있는 곳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다른 해석으로는 문 후보가 산부인과를 첫 방문 장소로 잡은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는 분석이다.

충북출신 민주통합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첫 방문지, 첫 방문 장소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첫 방문지를 전략적 요충지인 충청도와 호남으로 정한 뒤에 논의과정을 거쳐 ‘인생의 시작’이란 상징성이 있는 산부인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앙당 선대위가 산부인과로 하자는 결정을 했고, 충북도당 선대위는 병원을 특정해줬다"며 "결혼·출산 경험이 없는 박 후보를 염두에 둔 점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충북도당 선대위에서 특정한 모태안 여성병원 병원장은 안 전 후보의 대학 선배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점에서 또 다른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두번째 방문장소로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을 택한 문 후보는 “충북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망가뜨린 국가균형발전의 토대를 다시 구축하고 충북경제도 살리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다. 문 후보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 중인 ‘통합청주시 특별법’을 연내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새누리당이 반대하지만,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유통산업발전법’도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육거리 시장을 걸어가며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 전통시장 상품권 활성화와 관련된 의견을 나누었다.

문 후보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문재인 선대위 비서실장 노영민 의원은 <충청리뷰>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 정권하에서 붕괴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복원해서 충북을 비롯한 지방경제의 활력을 다시 살리겠다는 취지”라고 전제 한 뒤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취해왔던 참여정부는 충청권의 발전을 위해 오송역 분기점을 비롯해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이천 공장에서 청주 공장으로 이전했다. 또 오송생명과학단지를 비롯해 국가기관도 대거 이전했다. 식약청을 비롯해 음성 진천 혁신도시, 충주 기업도시 등 이런 굵직굵직한 대형 지방정책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그러면서 “하지만 이명박 정권 때에는 충북에 해 준 것이 없다. 이것은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충북이 발전하려면 국가균형 발전을 내세우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다시 충북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신행정수도 이전 등 과거와 같은 파괴력 있는 정치적 어젠다를 선점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충북에서 40% 이상 득표율을 건져도 성공한 선거라고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충북도당 선대위는 27일 오후 1시30분 청주 3·1공원에서 대선 출정식을 했다.

출정식 장소를 3·1공원으로 잡은 것에 대해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헌신했던 분들처럼 대한민국 대통령은 역사와 민족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문재인 후보), 미래비전을 갖고 역경을 헤쳐나갈 의지와 역량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점을 선언하기 위한 취지"라고 선대위는 설명했다.

출정식엔 홍재형·이홍원 상임 선대위원장과 오제세·변재일 공동선대위원장, 김광수·임기중 특별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또 제천, 단양, 음성, 영동, 보은 등지에서도 별도의 출정식을 했다.

박근혜. 충청권에 남다른 애정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4일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시장을 방문해 김을 구입하며 웃고 있다. /육성준 기자
상대적으로 박 후보는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느긋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첫 유세의 파급력과 폭발력을 극대화할 지역으로 부산과 수도권, 광주 등을 함께 놓고 고심하다 충청 지역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010년 세종시 이전 논란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이루며 원안을 고수하는 등 충청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문 후보보다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부산 지역에서 문 후보에게 잃을 표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충청 지역에서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다급한 입장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매체가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은 51.3%로 문 후보 지지율(42.0%)을 불과 9.3%포인트 앞서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광호 의원은 세종시원안 추진 당시를 회고하며 박 후보의 충청권 애정에 힘을 실어 주었다.

송 의원은 <충청리뷰>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을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을 하려고 했다. 그 때 국민과의 약속을 생명처럼 지키는 박근혜 후보 같은 지도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세종시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야당은 박 후보가 세종시 원안에 숟가락만 얹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당시 내가 국회에서 국토해양위 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이어서 박 후보와 의견을 많이 나눠서 안다. 그때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이 힘이 가장 강할 때이고, 박 후보는 정치적으로 최고로 어려울 때 였다”면서 “충청도가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살아계실 적에 천도를 한다면 충청권에 하고 싶었다는 박 후보가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 밖에도 국가균형발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작용해서 충청도에 애정을 가지고 세종시 원안 사수를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그러면서 “앞으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재임기간 동안 관심이 지대할 것”이라며 “여러 의미로 볼 때 충북에 대해서 역대 정권보다 가장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26일 ‘100% 국민대통합위원회 충북본부’ 출범으로 시작으로 대선 승리를 향한 전의를 불사르고 있다. 한광옥 수석부위원장이 참석해 이 행사에 무게감을 싣기도 했다. 한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반드시 당선시켜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어가자”며 ‘여성 대통령론’을 강조했다.

충북본부는 2007년 대선 때 충북의 외곽조직을 이끌었던 한상길 전 충남대병원 감사가 위원장을 맡고, 각계 인사 2천여명이 참여했다. 충북본부는 이날 발족에 이어 도내 시·군별 위원회까지 결성,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대통합 이미지 확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그런가하면 이들은 27일 청주체육관 앞 광장에서 박근혜 후보 대선 출정식을 개최했다.이날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개최된 출정식에는 청주·청원과 충주, 증평·진천·괴산·음성 등지에서 당원과 지지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6일 새누리당과 합당을 마무리한 선진통일당 소속 청주·청원 당협위원장도 대거 참석해 힘을 보탰다. 윤진식 도당 위원장은 “도당 전체의 힘을 모아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데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겠다"며 "대통령은 연습 삼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박 후보야 말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친노 세력이 또 다시 정권을 잡아 노무현 시대의 망령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며 "국민 대통합, 100%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충북의 힘을 보태자. 충북의 딸을 대통령을 만들어 서민의 고통을 시원하게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대전역에서 동시에 열린 박 후보의 첫 유세 장면을 유세차량에 설치된 대형 LED전광판을 통해 실시간 관람하면서 대통령 당선을 연호했다. 이들은 박 후보 당선을 위해 앞으로 22일 동안 도내 각 지역에서 지지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각자의 대선 필승의 이유를 들어 어떻게든 중원을 장악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각 당 도내 공약 차별성 없어

반면 정책 공약에 있어서는 지난 과거 대선처럼 신행정수도이전 등 첨예한 이슈가 없는 채로 각 당의 차별화된 공약은 현재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쉽사리 선택할 수 없고 이번 대선에 대한 분위기가 냉랭한 편이다.

현재까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측에서는 14가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에서는 6가지가 충북공약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각에서는 각 당의 의제 분석과 선점이 아닌 충북도에 요청해 충북 현안에 급선무가 무엇인지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후보 측이 현재 검토하고 있는 지역공약으로는 △청원·청주 통합시 범정부적 지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중부내륙철 복선·고속철도화 △청주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직지인쇄문화 성역화사업 추진 △충청내륙교통 인프라 확충 등이다.

이와 함께 △충북 중부지역 숙원사업인 솔라밸리 육성(태생국가산단 지정) △국립노화연구원 건립·국립암센터 오송 유치 △남부권 명품바이오산림휴양밸리 조성 △중부내륙권 광역관광개발사업 지원 △오송바이오밸리와 연계한 코리아숲 조성 △유기농산업발전과 기술혁신 △동서고속화도로 조기 완공 △동서5축고속도로 건설 등은 후보군에 올라와 있다.

한편 문 후보 측이 공식 건의한 지역공약으로는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조기 건설(사통팔발의 내륙교통망 완비) △청주공항의 내륙거점 공항화 △과학벨트의 성공적 조성 지원 △바이오산업 인프라 구축 △태양광산업(솔라밸리)중심 육성 △청원·청주 통합시 설치법 재정 지원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야권단일화를 이룬 안 전 후보가 후보 당시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접수한 충북 현안으로 △청원·청주 통합시 지원 △솔라밸리 육성 △청주공항 활성화 △세종시 명품도시화 등으로 문 후보 공약사항에 자동 흡수될 예정이라고 민주당 충북도당 한 관계자는 전했다. 

△청원·청주 통합시 지원 △솔라밸리 육성 △청주공항 활성화 등 3건은 각 후보의 교집합 사항으로 공약에 확실히 포함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공약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유권자는 확실한 공약, 차별화 된 이슈 선점, 분별력 있는 의제 정책과 추진 등을 각 당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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