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형 중학교 건립·단설유치원 설립 등 잇단 민원에 제동
“다양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 추진으로 행정력 낭비” 지적

충북도교육청의 추진정책이 주민갈등과 잇따른 민원제기 등으로 발목을 잡히면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기용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다양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며 주민 및 이해관계인들이 반발하고 있어 교육계 전반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19일 충주시 산척면지역을 시작으로, 20일 노은초교, 21일 용원초교, 22일 앙성초교 일원 등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숙형 학교 건립을 위한 설명회를 실시했다.

설명회에 앞서 교육당국은 지난 9월 앙성면과 노은면, 신니면, 산척면 등 4개면 초등학생(4~6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68.9%의 찬성률을 보였다고 했다.


▲ 충북도교육청의 추진 중인 정책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며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추진으로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청 의지만 확인한 설명회

이에 ‘농촌하교 폐교·합병반대 충주시민연대회의(이하 시민연대)’가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농촌학교 통·폐합에 대해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연대는 교육청에서 실시한 설명회 직후 성명을 통해 “충주교육지원청의 설명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촌학교 폐교를 전제로 한 기숙형 학교를 건립하겠다는 교육청의 의지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설명회를 진행하는 교육당국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고 하면서도 찬성하는 입장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했다”며 “기숙형 학교를 반대하거나 걱정하는 주민들의 의견과 질문에 대한 답변은 회피하거나 발언자체를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자료, 교육청의 입맛에 맞는 추진위 구성과 농촌학교 폐교를 전제로 한 200억이 훨씬 넘는 예산으로 만들어질 기숙형 학교는 해당지역 주민에게는 선택이 아닌 강요와 협박”이라며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 대한 계획이나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마치 기숙형 학교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도깨비방망이처럼 설명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시민연대는 학교 폐교 결정권이 학부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 모두에게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기숙형 중학교에 학생을 보낼지 말지 선택은 학부모의 몫이지만 폐교 여부는 지역민 모두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배경에는 대부분 시골학교들이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60~70년 전 마을주민의 땅과 쌈짓돈, 노동력에 의해 만들어진 점이 작용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폐교문제는 지역민 모두가 이해관계자임에도 도교육청 기숙형 중학교 추진위는 초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 학부모만 설문조사를 받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묻고 일정 정도 합의가 된 뒤 설명회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시민연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설명회가 절차상 큰 하자를 안고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을 단합시켜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지역주민들을 학부모와 지역민, 학부모와 동문회로 나뉘어 분열시키고 싸움을 조장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대부분의 동문이나 지역민들이 언성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회의 대상을 처음부터 학부모 중심으로만 맞춰 놓고 마을 어귀에 플래카드 한 장 걸어놓지 않는 등 주민들을 배제하려 한 학교나 교육청의 처사 때문”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최근 열리고 있는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이광희 위원은 “교육적 측면과 지자체 발전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 구심점이 무너진다”며 “‘기숙형 중학교 추진의견 조사서’는 설립에 찬성과 반대만을 묻는 등 절차가 너무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기용 교육감이 설명회 등을 의례적 절차로 추진하려 해 반발여론이 시작됐고, 지역민과 교사들의 반대도 나오기 시작했다”며 “열서너 살 학생에게 갇힌 교육을 시키는 것이 올바른 교육방법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60% 이상 찬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남의 경우 학부모 75% 이상이 찬성해야 추진되는데 충북은 60% 이상이면 추진되기 때문이다.

경남은 현재 경남교육청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됐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다며 차근차근 추진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대로 기숙형 거점중학교가 추진되면 운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주변 중학교가 고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거점중학교는 경남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으로 ‘지역별 거점 중학교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학생 수가 60명이 안 되는 면지역 중학교 2~3곳을 통합해 육성하는 것으로 충북 보은군의 기숙형 중학교인 속리산중학교가 모델이다.

도교육청 “통폐합 반드시 추진”

학력이나 통학 같은 편의성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며,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75% 이상이 찬성하는 중학교가 있는 지역만 추진된다.

경남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해당지역에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물론 지역민 전체 의견을 수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는 지역문화와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다. 위원들은 “면 지역 중학교를 없애는 것은 정부 귀농정책과 농촌살리기 운동에도 반하는 농촌 말살정책”이라며 “농촌지역 공동체의 공동화를 가속화한다는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충북도교육청은 롤모델인 속리산중학교가 학력, 인성 등에서 우수한 성과가 나타났다며 통폐합은 당연히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농촌지역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며 “실제로 아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것이 아니고, 기숙사에서 4일, 집에서 3일 생활하게 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니고 체육, 음악 등 24가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며 “아이들 때문에 도시로 이주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마을공동화를 방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지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 교육 수요자는 학생과 학부모이고, 지역민이 학부모와 학생의 뜻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냐”며 “밀어붙이기식이라면 왜 설명회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경남 75% 이상, 충북이 60% 이상 찬성이면 통폐합이 이뤄지는 것은 교과부에서 60% 이상 가이드라인을 정해준 것”이라며 “지역마다 자율적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설명회를 바탕으로 내달 설문조사를 통해 기숙형 중학교 설립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따라서 설립여부가 결정되면 충주에서는 총 236명이 재학 중인 앙성중, 신니중, 노은중, 산척중 등 4개 학교가 통폐합된다.

학부모단체↔유치원연합회 갈등

도교육청의 교육정책과 관련돼 제동이 걸린 것은 단설유치원 설립도 마찬가지다. 공설 단설유치원 설립을 놓고 지역 학부모단체와 어린이집·사립유치원 연합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먼저 반발하고 나선 것은 어린이집·사립유치원 연합회다.

이들은 기존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활용한 예산의 투자로도 얼마든지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한데 시설부지 매입, 건물의 신축으로 인한 중복투자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단설유치원 2곳을 설립할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활용, 예산을 절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충주지역의 경우 삼원, 예성 단설유치원을 설립하는데 76억 원의 예산이 수반된다.

형평성 문제 및 혜택을 받는 인원도 논란거리다. 막대한 국가예산이 일부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280명)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도의회 행정감사에서는 단설유치원 설립과 관련된 행정적인 절차와 과정상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위원은 “단설유치원 설립을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것은 교육청의 일방적이고 밀어붙이기식의 추진과정상의 문제점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역민의 여론수렴을 위한 노력, 갈등해결을 위한 학부모나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회 및 공청회 개최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단설유치원을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설립하면 지금처럼의 분란은 없을 것”이라며 “이기용 교육감 교육정책은 갈등의 소지가 많은 사업이고, 일방적·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충주시 학교학부모연합회와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이하 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최근 충주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주지역의 열악한 유아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며 “2개 이상의 공립 단설유치원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고 맞섰다.

연합회는 “도교육청은 최근 충주를 포함해 도내 총 4곳의 단설유치원 설립 예산을 도의회에 상정했다”며 “인구 15만 명의 청원군은 단설유치원이 3곳인데 비해 21만 명의 충주시는 단 1곳뿐”이라며 추가 건립을 요구했다.

또 지역 학부모들이 단설유치원 설립에 찬성의사를 밝혔고, 1만 6000여명이 청원서명을 했다며 도의회가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공립유치원 유아수용률이 22%(OECD 평균 72%)로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단설유치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도의회 “토론회·공청회 마련돼야”

도교육청은 그동안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갖지 못했던 만큼 반대목소리가 있지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담당자는 “현재 유아 공교육기관의 대다수인 병설유치원은 초등학생을 위주로 한 학교시설과 설비라서 유아안전이나 질 높은 교육활동을 전개하는데 걸림돌이 된 것이 사실”이라며 “단설유치원이 설립되면 업무의 효율성과 교육과정운영의 자율성 확보로 체계적인 유아의 안전, 영양 등에 있어서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담당자는 “교육복지측면에서도 유아의 특수교육, 다문화가정 등의 소수자를 배려한 학급개설이나 교육도 가능하게 돼 교육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설유치원설립 계획에는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배려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피력했다.

교육청은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의 원아모집에 영향을 주기 않기 위해 기존 병설유치원의 학급수를 유지하거나, 학급수를 감축(증평, 영동)하는 방향으로 단설유치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단설유치원설립 예산은 정부의 유아 교육시설 현대화를 위한 정책사업 예산으로, 단설유치원 설립이 무산되면 전액 국가에 반납해야 하고, 타 용도로 집행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분쟁지역이 아닌 곳에 설립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위원들이 제기한 기업도시에 설립하는 방안은 주민 입주시기가 미정이라 검토했지만 안 됐다”며 “현재 선정된 2곳은 해당 교육지원청에서 최적지를 검토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도교육청의 각종 정책이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모든 교육정책에 대해 교육 수요자 및 지역민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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