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민대상·청주시문화상·충주시민대상 등 상금 없어지자 관심 뚝
일부 수상자들에 뒷말 무성, 민예총 추천조차 안하자 예총인사만 수상

2012년도 불과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게 있다. 각종 시상식이다. 전국의 지자체는 도민대상·문화상·시민대상·군민대상 등의 이름으로 각 분야에서 공적을 쌓거나 지역발전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상을 준다. 상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즐거운 것이나, 안타깝게도 이 상들은 권위가 추락해 취지조차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현재 충북도는 충북도민대상, 청주시는 청주시 문화상, 충주시는 충주시민대상, 청원군은 청원군민대상 등을 주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3일 올해 도민대상 수상자들을 선정 발표했다. 김연호 제천 진주동물병원장·연만희 평화한약방 한약사(지역사회), 김선필 전 충북체육회 사무처장·김홍은 충북문화재위원(문화체육), 그리고 윤병태 와인코리아 대표(산업경제), 이인수 청주여자교도소 교정위원(선행봉사) 등. 시상식은 오는 12월 24일 열린다.

도민대상 왜 부활했나
도민대상은 지난 97년 시작해 10년 동안 운영되다 2007년 중단됐다. 대상자 찾기가 어렵고 다른 상과 통폐합하자는 여론에 따라 중단했으나 지난해 부활했다. 그러면서 학술·문학·예술·지역발전·교육·농어민·여성 등 11개 부문을 지역사회·문화체육·산업경제·선행봉사 등 4개로 통폐합했다. 지역발전에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상을 주자는 여론에 따라 부활시켰다는 게 도 관계자 말이나 다시 하게 된 절실한 이유는 발견하지 못했다.

도민대상이 내리막 길을 걷게 된 것은 2006년부터다. 전에는 수상자들에게 각각 300만원의 상금을 줬으나 이 때 선거법위반이라는 결정이 나면서 상패만 줄 수 있게 되자 자연스레 상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따라서 지금은 있으나마나한 상이 돼버렸다. 다른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도 관계자는 “10년 동안 받을만한 사람은 다 받았고, 상금이 없어져 관심이 뚝 떨어졌다. 대상자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는 올해 심사위원회(위원장 유성종)를 구성하고 기초지자체로부터 올라온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사해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으나 후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수상자들에 대해서는 수상할 만한 공적을 쌓았는가를 놓고 이런 저런 말들까지 나오고 있다.

모 인사는 “해당 분야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을 선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문화예술분야는 작품을 평가해야 하는데 올해는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제대로 하려면 작품을 익명으로 제출해 외부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면서 “권위가 떨어진 도민대상을 왜 부활시켰는지 모르겠다. 도민대상이라면 충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이 상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모 수상자는 지난 2007년 자치단체로부터 회사를 방만경영한다며 상당한 비판을 받았던 사람이나 이번에 상을 받았다.

이런 현상은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청주시문화상은 지난 1958년 제정돼 올해 55년이나 된 역사있는 상이다. 시는 올 수상자로 남기헌 충청대 교수(학술), 수필가 류경희 씨(예술), 류태기 전 충북도교육청 장학사(체육) 등 3명을 선정하고 지난달 31일 시상식도 마쳤다. 문화상은 사회복지 부문까지 4개 분야로 나뉘어 있으나 이 분야는 대상자가 없었다. 이 중 학술과 예술은 경쟁자 없이 단독 후보가 추천됐다.

청주시문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뒤에도 역시 뒷말들이 나왔다. 모 씨는 “그 분야 전문가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예술부문은 예총에서 돌아가며 사람을 추천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청주시문화상이 있을 필요가 없다. 문화예술인은 작품성을 보고 평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 관계자도 “상금이 없어진 뒤로 후보들이 대폭 줄었다. 전에는 경쟁이 치열해 심사하는 사람들이 골치를 썩였는데 이제는 후보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정한 평가 이뤄지나 의구심
더욱이 청주시는 문화상 외에도 매년 환경대상·여성상·자랑스런 건설인상을 시상하고 매월 시민표창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이를 통폐합 하자는 여론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반면 충북도는 문화상·장한여성대상·청소년대상·농촌소득개발유공자포상 등을 일찌감치 도민대상으로 합쳤다. 때문에 청주시도 효율적인 측면에서 하루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으나 청주·청원 통합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예술분야는 충북도민대상과 청주시문화상 모두 민예총이 후보추천을 하지 않아 예총쪽 인사들이 주로 받고 있다. 박종관 충북민예총 이사장은 “이시종 지사 취임전 정책자문단 회의 때 당시 중단됐던 도민대상을 다시 살리지 말자고 건의했으나 지난해 부활시켰다. 큰 공을 쌓은 사람 주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사람 골라 주는 이 상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민예총은 앞으로도 후보 추천을 하지 않을 것이며 상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예로 전국구 시인인 도종환 시인은 각종 상을 휩쓸었으나 이 상은 받지 못했다. 청주민예총에서 한 때 도 시인을 청주시문화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이 것만 봐도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충북도와 청주시로부터 역대 수상자 명단을 받아보니 일부 수상자들은 양쪽에서 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서택 청주C.C.C 대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 강상준 충북대 교수, 반호용 예총충북지회 회원, 장남수 극단시민극장 대표, 김홍은 전 충북대 교수, 정일원 연극연출가 등은 충북도민대상과 청주시문화상 두 개를 받았다. 어떤 사람은 자격이 충분해도 탈락시키고, 어떤 사람은 두 군데씩에서 받고 있는 것.

그런가하면 충주시는 문화·예술·언론, 교육·체육, 사회봉사·윤리, 산업경제, 농림축산 5개 부문 중 대상자가 없는 농림축산분야만 빼고 지난 7월 시상식을 열었다. 충주시 역시 해마다 인물난을 겪고 있다. 때문에 상의 권위를 높이고 적합한 인물을 찾아 격년제로 시상하자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된바에야 충북도민대상을 비롯해 기초지자체 상까지 아예 폐지하든지 상의 권위를 대폭 높여 대표적인 상으로 만들든지 선택하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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