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Q, Kim
이 코너에서 영화는 다양한 평론방식으로 전개되며 3가지로 구분코자 합니다.
①우와(꼭 보세요라는 의미)②그저 그런(시간되시면 보시라는 뜻) ③그것도 영화냐(절대 보지 마세요)입니다. 물론 주관적인 감정이 내재되는 평이기에 적확하다고는 장담 못합니다.(필자 드림)

▲ 내가 살인범이다 2012한국 | 액션, 스릴러 | 2012.11.08 | 청소년관람불가 | 119분 감독 정병길 출연 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김영애
한때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나오는 헐리웃 액션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수은처럼 로봇의 몸이 녹아버리는 T1000(터미네이터)이나 사랑했던 여인의 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뉴욕의 가을)에 대해 지난 수천년간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의 문화에 압도당한 채 살아온 동쪽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따라갈 수 없는 상상력과 기술적, 연기적 완성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 영화의 액션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까지도 생길 정도로 이쪽 나라 영화 액션은 일취월장했다. 사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잘 생긴 청년이 성격이 좋을 확률도 높으며 편집(기사기획, 디자인과 글쓰기 등)이 잘된 신문이 구독율과 열독률 역시 높다.

사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ㅈ일보가 볼거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서울역 앞에 노숙자들과 며칠 밤을 같이 보내며 기사를 찾아내는 모습은 흡사 60년대 시카고대학 사회학과 학생들이 노숙자가 되거나 길거리 폭력배와 어울려서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 레비 스트로스식으로 구조주의적 분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문명과 야만을, 적과 나를, 좌와 우를 구분 안하느냐 혹은 하느냐의 차이와 함께 그 의도가 너무도 유치하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옆길에서 나와서, 영화로 가면 <내가 살인범이다>는 액션에 관한한 근사하다. 이견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숨을 조아리며, 옆자리 20대 아가씨의 스마트폰 이용에도 다른 때와는 달리 거의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몰입했다. 최소한 전반부에서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을 옮겨 타면서 벌이는 액션은 美畵<스피드>를 연상하게도 했고, 한수 위인 듯 싶다.

시작부터 대단한 액션은 관객을 완전히 떡 실신 혹은 파김치가 되게 만든다. 근사하다. 멋지다. 해냈구나 정병길 감독(안양예고출신, 서울액션스쿨8기). 고대 낙랑의 유적지에서 떡시루가 발견되었다니 우리 민족은 예전부터 떡 실신급 액션을 좋아한 것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보지만 정감독의 감성적 자극에 대한 추구는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머리카락이라도 얼굴에 묻으면 잔 금이 갈 것 같은 피부의 박시후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늑대소년의 송중기와 비교금지), 정재영이 악당만큼 독종이면서도 선한 의지를 지닌 형사로 열연한 <내가 살인범이다>는 2006년에 만료하여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가 없는 경기도 화성의 연쇄 살인 사건(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살해된 사건으로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또한 일본 식인 살인마 사가와 잇세이의 범죄 자술서격인 <악의 고백>이라는 책 역시도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박시후는 수영장에서의 벗은 몸도 좋지만 입꼬리에 맴도는 미소연기는 정재영 입가의 흉터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미소 속에 비친 악마와 흉터만 남은 천사로 대비할까? 황토 화장품 사업을 접고 오랜만에 외출을 한 김영애의 어두운 표정연기 역시 요즘 검사들이 좋아한다는 떡값을 주고서라도 술 한잔, 이야기 두서너 시간 하고 싶을 정도이다. 예전, 그 분이 잘나갈 때 모 호텔 커피숍에서 잠시 스친 인연을 되살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 반가움이 되살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공소시효’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 (공소시효가 완료된 사건이 많겠지만 3대 미제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실종사건, 이영호군 유괴살인사건이라고 한다) 떡을 적절히 찌기에는 떡시루가 너무도 크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영화가 시작되었으면서도 영화는 이 주제를 사랑으로 대체하면서 후반으로 가면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떡을 먹다보면 목이 메듯이 재미있는 영화에도 옥에 티는 있는 법. 후일담이지만 케빈 스페이시 주연으로 이른바 반전의 반자도 꺼내지 말라는 영화 <유주얼 서스팩트>의 제작자 Kenneth Kokin이 이용희PD에게 리메이크 제의했다고 하는데 이 리메이크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14조원 규모라고 한다.

새로운 콘텐츠, 창작 콘텐츠만을 찾아서 헤매지 말고 폐광을 찾아서 10미터만 더 파는 그런 지혜도 지역 마케팅에는 필요하지 않을까? ② 뱀다리: 파리에서 인육살인사건의 범인 사가와 잇세이는 무죄판결을 받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당신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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