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태권도 진천 개최 불갗 옹색한 논리
진천군, ‘말도 안되는 소리’ 대회 보이콧 움직임

“진천에서 전국체전 태권도 대회를 못한다고… 그럼 다른 종목도 보이콧 할 수밖에 없지…”
11일 오전 대한태권도협회가 제85회 전국체전 태권도 종목의 대회장소와 관련, 이미 결정된 진천이 아닌 청주, 충주시로 이전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분통 터진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음달 열리는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는 시점에서 다시 터져 나온 “진천 불가(不可)” 발언은 주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 대한태권도협회가 진천군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의문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진천에서 열릴 카누,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감정 섞인 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시설 부족
보도에 따르면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4월10일 충북태권도협회로부터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장으로 추천을 받은 화랑관에 대한 현지답사를 실시한 결과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체육관의 시설 미비 전국체전의 경우 가로 52m, 세로 32m의 경기장에 3000명 규모의 관중석을 갖춰야하는데 화랑관은 가로 46m, 세로 26m로 규격 미달이고 관중석도 1130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숙박 및 사우나, 병원, 연습장 문제. 협회는 원만한 대회진행을 위해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00개의 객실과 선수들의 체중조절 및 부상치료를 위한 사우나, 병원, 연습장이 필요한데 진천의 경우 2000명 이상의 숙박시설밖에 안되고 병원, 사우나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는 협회의 자체 규정. 군 단위 지역에서 대회 개최 시 분산 수용에 따른 선수단 불편으로 2003년 이후 각 시도 요청에 따라 전국규모 대회는 군 단위 지역 개최, 불가 방침을 세우고 시 단위 이상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천 화랑관 문제 있나?
그러나 진천군의 입장은 그 반대다.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장인 화랑관은 충북태권도협회 사전 실사를 거쳐 추천받은 만큼 대회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경기장이 비좁다는 점은 인정한다. 바닥 면적이 1104㎡로 협회가 요구하는 1664㎡에 미치지 못하지만 3개 코트에서 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관람객 부족에 대해서는 협회가 제시한 3000명은 최대 수용인원으로 실제는 평균 760명 정도에 불과해 경기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숙박시설은 32곳 847개실로 2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인근 청원군 오창면, 증평군의 시설을 이용할 경우 경기를 치르는데 아무 불편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17번 국도 4차선 개통으로 청주와 불과 승용차로 20분 거리인 진천에 대해 편의시설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트집잡기라는 것이다.
한 태권도인은 “불과 얼마 전에 도지사 중재로 태권도 경기장 확정을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편의시설 운운하는데 광역시에서 개최한다 해도 이동거리가 20분 이내로 경기장을 잡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협회가 내세운 전국대회 군 단위 개최 불가 입장도 논리성을 확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대한태권도협회 산하단체인 여성태권도연맹에서 6월 4일∼6월 8일까지 2천여명이 참가하는 ‘제3회 여성부장관기 전국여성태권도대회’를 화랑관에서 개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관기 대회 유치 당시 협회 관계자가 협조를 요청해놓고 이제 와서 편의시설 운운하는 것에 대해 배신감을 표시하는 인사들이 많다.

진천군 태권도협 강경 대응
대한태권도협회의 전국체전 경기장 이전 방침에 대해 진천군 태권도협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금 와서 경기장을 옮긴다는 것은 “군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은 만약 실제로 경기장을 이전할 경우 주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성명서, 결의문 등을 통해 진천에서 개최 예정인 카누, 트라이애슬론 종목도 보이콧하겠다는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조평희 회장은 “협회의 방침은 군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며 “가능한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 태권도인도 “경기장이 좁고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회를 치를 여건은 된다고 본다”며 “전국체전을 유치한 충북도에서 종목별로 시설기준을 평가해서 지정한 사항을 협회에서 시설미비를 이유로 국기원으로 가져간다면 이것은 국민화합을 위해 마련한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고 분개했다.
지난 90년 충북에서 열렸던 제71회 전국체전은 “민박체전으로 인정을 꽃피웠다”는 찬사 속에 막을 내린바 있다.
14년이 흐른 오늘 대한태권도협회는 숙박,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장소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회로서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를 듣는 진천사람들의 마음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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