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제조창 시민토크···십인십색 확인, 전시+공연+토크 합쳐 알맹이없어

▲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과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연초제조창, 꿈을 담다’ 시민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옛 청주연초제조창 건물은 활용방안이 무궁무진하다. 제조창 건물을 그릇이라고 볼 때 그릇이 크다보니 무엇을 담아도 좋을 것이다. 반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보니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최고를 지향하며 돈만 쏟아붓는 게 아니라 생산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때문에 옛 연초제조창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청주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문화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공간으로 쓰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음악·미술·연극·영화·공예·사진·건축 등 제각각 주장하고 있어 자칫 하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비빔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도 이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시민토크 콘서트 역시 십인십색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해 옛 연초제조창 활용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열린 문화의 장으로 만들겠다던 당초 취지는 전시+공연+토크 등이 합쳐지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말았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녹색청주협의회·청주예총·청주민예총·경실련·환경운동연합·충북참여연대 등 8개 기관 및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한 ‘연초제조창, 꿈을 담다’ 시민토크 콘서트는 3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공연과 토크까지 하느라 진지한 토론을 하는데는 실패했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시민들을 모으기 위해 ‘자전거 탄 풍경’ ‘넘버원 코리아’ ‘춘자밴드’ ‘류댄스 컴퍼니’ 등의 공연을 기획한 것은 좋으나 차라리 토크와 공연을 따로 따로 했으면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날 토론자로 나선 사람은 김승근 충북건축가협회장, 김익교 청주문화원 동아리회장, 이동원 청주민예총 회장, 유영경 청주YWCA 여성인력개발센터장, 홍순철 청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사무국장, 그리고 탤런트 겸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인 조민기 씨 등. 이들은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활용방안을 제안해 별 다른 게 없었고 일부 토론자들은 시민참여,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등의 뻔한 얘기를 내놓는데 그쳤다.

다만 이창수 씨가 “지역문화의 거점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문화예술연구소를 설립하자”고 한 것과 조민기 씨가 “동부창고 8개 동 중 6개 동을 연극·영화 전용극장으로 만들고 2개 동을 사무실과 연습실로 만들자. 청주국제공항을 활용해 연극·영화·무용 퍼포먼스타운으로 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시민들이 소망엽서에 적어 제출한 것에는 영상콘텐츠클러스터 및 예술가호텔, 시민문화원, 공예클러스터, 3D·4D 영상산업단지, 설치미술가 강익중미술관, 국내외 전통장인들의 창작공간, 국립디지털도서관 유치 등이 올라왔다.

그런가하면 토론자들도 나름대로 불만을 제기했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1~2가지의 의견을 제안하는데 그치자 토크쇼가 끝난 뒤 불만을 토로했다. CJB청주방송 관계자는 “이 날 토론자 그대로 방송에 출연해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으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시민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모 인사는 “우리나라에서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들을 불러 보다 수준높은 토론회를 시리즈로 열었으면 좋겠다. 형식적인 토론회는 별로 얻을 게 없다. 그동안 많은 토론회가 형식적으로 흘러갔다. 옛 연초제조창이 세계적인 문화예술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의견수렴을 할 때도 청주라는 한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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