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산악구조대원 황병찬

이야기는 ‘산’으로 갔다. 산사람을 만났으니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산 이야기가 그칠 줄 모르는 황병찬(46)씨에게 산은 과연 어떠한 존재일까.

그는 산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세 번이나 냈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등산을 간다면 이를 하지 말라고 말리는 회사가 있을까 싶다. 문제는 황씨의 산행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 다는 것. 히말라야 원정도 불사하는 것이 황씨다, 히말라야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한 달 가까운 휴가가 필요하다. ‘그래도 좋다’는 회사가 있다면 황씨의 직장으로 안성맞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번은 황씨가 지인의 소개로 면접을 보게 됐을 때의 일이다. ‘성실하다’는 말을 믿고 황씨의 채용을 결정한 사장이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대뜸 “외국에 원정이 예정 돼 있으니 한 달 정도 시간을 줄 수 없겠느냐”고 말해 사장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한달 뒤 연락을 받고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직장 역시 산 때문에 그만두게 됐다.

현재 황씨는 개인용달업을 하고 있다. 자영업이니 개인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해외원정을 비롯해 산행을 하는데 자유로울 것 같아 선택한 일이지만 직접 부딪혀보니 생각과는 다르다는 게 그의 말이다.

황씨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계룡산으로 갔던 산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야영을 하다가 친구와 함께 호기심으로 모르는 길로 향했다가 사단이 났다. 다행히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지만 이미 땅거미는 내려앉은 후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산에 대한 무서움을 가질 수도 있지만 황씨는 달랐다. ‘재밌다’라고 느낀 것 어찌보면 산사나이의운명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후 23살 무렵부터 황씨는 미친 듯 산으로 향했다. 올해 46세인 그, 삶의 반을 산과 함께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산에 대한 매력으로 동료애를 뽑았다. 순수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이라는 것이다.

황씨는 “골프나 다른 스포츠의 경우 경제력 차이로 위하감이 들기도 하는데 산은 그렇지 않아요. 산에 오면 의사든 다른 직업이든 산이라는 매개체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들 ‘산은 무엇이다’ 정의하지만 저는 정의하기 쉽지 않아요. 저에게는 산은 그저 다른 세계, 미지의 세계로 가고 싶은 본능적인 갈구와 같아요”라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 2006년부터 충북산악구조대원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황씨는 “월악산에서 오르다 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어요. 그것을 보며 산에 다니는 것도 좋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활동하는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구조대 역시 산에서 만난 인연의 추천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 30대 후반으로 구조대원이 되기에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지만 열정 가득한 황씨에게 그저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산악구조는 전문적인 등반기술뿐만 아니라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기술도 숙지해야하는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황씨는 그간 23년의 산행으로 국내 가지 않은 산이 드물지만 산악구조대원이 되며 다양한 산을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이다.

한편 충북산악구조대는 지난 달 27일 강원 고성군 세계잼버리수련장에서 열린 ‘제3회 민·관 합동 산악구조 경진대회’에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전국에서 최정예 대원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충북산악구조대는 지난해에도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구조대는 특히 ‘티롤리안브릿지’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는데 이 부분이 황씨의 전문이다. 티롤리안 브릿지는 협곡, 빙하의 크레바스를 건널 때 이용되는 기술이다.

그런 황씨에게는 꿈이 있다. 지난 2009년 9월 25일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고 민준영씨와 박종성씨가 오르지 못했던 산에 오르는 것이다. 황씨는 그들과 등반을 위해 파키스탄 2차례 동행하고 같은 구조대에서 활동한 인연이 있다.

황씨는 “히말라야에 가면 죽음의 그림자가 쫓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며 “나이도 있고 사실 등반욕심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책임의식이랄까. 미안함이랄까.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그 대원들이 있는 곳에서 대신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계획으로는 2014년,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준비할 것이 많지만 마음은 이미 히말라야 직지봉에 가 있는 황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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