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학교 비정규직 파업…조리원도 동참
충북고 조리원들 정문 앞에서 시위 벌여

“충북이 무상급식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했지만 사실 그 안의 사람들의 처우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밥을 하는 사람들의 노동에 대해 고민한적 있는가.”

지난 2일 아침 학생들이 등교를 서두르는 충북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이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실무원은 이렇게 외쳤다. 앞에는 ‘충북고 교장은 비정규직 착취 말고 임금지급 제대로 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학생들은 이 광경을 보고 무심히 지나갔다.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들이 9일을 총 파업의 날로 선언했다. 충북지역 조합원들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충북도교육청과 학교 비정규직 간 교섭에 대해 조정중지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충북도내 479곳의 초·중·고·특수학교에는 과학, 회계, 조리 등 54개 직종에서 6000여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다.

▲ 지난 2일 아침 학생들이 등교를 서두르는 충북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이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실무원이 서 있었다. 이들은 계약을 320일 이상으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고의 비정규직 조합원들도 이번 파업에 참가한다. 다만 파업 당일 자신들이 없으면 밥을 거를지도 모르는 학생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충북고 재학생들은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번의 급식을 기본으로 한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경우 하루 3식을 학교에서 해결한다.
충북고에서 일하는 한 조리실무원 A씨는 “그래도 ‘애들 밥을 먹을 먹어야 하는데’하는 걱정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며 파업을 앞둔 심정을 밝혔다. 다만 “우리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임금을 받고 싶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비정규직은 90%에 달한다. 충북고에는 현재 정규직인 영양교사와 함께 비정규직 조리실무원 15명이 근무하고 있다. 영양교사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2개조를 짜 근무를 한다. 한조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아침을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해야 한다. 이후 점심을 마친 오후 2시에 퇴근을 한다. 다른 조는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 석식까지 담당한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은 오후 8시 30분.

A씨는 “우리는 쉬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한다. 지금은 수시합격자 등으로 인해 밥을 먹는 학생이 줄었지만 3월 초를 기준으로 15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밥을 짓는다”고 설명했다.
급식실에는 조리실무원과 함께 영양교사도 근무한다. 하지만 정교사 신분인 영양교사를 배치해야 할 자리에 비정규 영양사만을 고집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비정규직 조리실무원인 대부분인 학교 급식실에 정규직 기능직조리사가 근무하는 곳도 있다. 기능직조리사와 조리실무원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한 라인에 한 쪽은 정규직, 다른 쪽은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듯 급식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다.

충북고, 도교육청 계획도 안 지켜
6000명의 학교 비정규직 가운데 상당수가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에 속해 있다. 이들은 ‘학교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충북지역공동투쟁본부’라는 연대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도교육청을 상대로 무기계약직 전환과 교육감의 사용자성 인정, 임금 등을 협의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공동투쟁본부와 도교육청은 실사용자가 도육감인지, 일선 학교장인지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단 한 번의 교섭의 자리도 열리지 못했다.

이후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달 26일, 모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들은 충북지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섭실패의 책임이 교육청에 있다는 것이다.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10월 이후 도내 많은 학교 중 유독 충북고등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충북고가 올해 도교육청이 발표한 ‘학교회계직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계획’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투쟁본부 측은 “도교육청의 계획안을 보면 ‘연봉기준일수 275일 적용 근로자는 방학 중 비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학교 운영상 근무하게 하는 경우 휴일근로수당 지급’이라고 명시돼 있고, ‘방학 중 급식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급식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에 대하여 실제근무일수에 맞게 275일을 초과한 연공기준일수 책정’이라는 기준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충북지부는 도교육청의 계획을 일선학교들이 잘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는데 방학 중 근무를 포함해 275일 연봉기준일수를 책정한 경우들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하루 1식만 제공하는 초·중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원은 방학 중 급식 없이 275일 기준으로 한 연봉을 받는데 하루 3식을 제공하면서 방학 없이 일하는 고등학교의 조리실무원들의 연봉기준일수가 275~290일이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고 있다.

충북고 계약 일수 논란

충북고의 경우 원칙대로 연봉계약을 한 이웃 학교와 비교해도 연봉과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난다. 청주의 모 학교의 경우 근로계약일이 325일, 청원 모 학교는 330일인데 반해 충북고는 285일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다시 말해 일을 계약상 보다 더 많이 하니 이를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회련 측은 충북고 조리실무원의 계약을 다시 채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기 중 275일 기본근무일수에 방학 중 급식일을 합한 320일 이상의 계약으로 다시 체결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충북고 관계자는 “실제 285일을 근무로 잡고 있지만, 토요일에 특별근무수당을 2.5배주기 때문에 300일 이상에 상응하는 보수를 주고 있다. 다른 학교는 토요일 근무 특별근무수당이 1.5배다”고 답했다.

채려목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충북지부 조직부장은 “충북고는 도교육청이 마련한 지침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연차수당과 퇴직금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 이제는 밥을 짓는 노동자들의 처우와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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