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빈 영풍문고 청주점장

올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언제 가을이 오나 했더니 가을비 몇 자락에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을씨년스런 날씨 때문에 조금 그렇긴 하지만 아직은 엄연한 가을이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점 판매량을 살펴보면 가을은 비수기다. 비수기인 가을에도 책을 많이 사서 읽기 바라는 마음에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도서판매량이 가장 많은 계절은 여름이다. 가을은 맑은 하늘과 단풍, 밖으로 나가기 좋은 계절이지만 만사가 귀찮은 더운 여름에는 방바닥에 배 깔고 책보는 것이 좋은 피서법 가운데 하나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정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규정한 데에는 농경문화의 생활상에서 기인했다는 설이 있다. 수확기인 가을은 먹을거리가 풍성해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고, 공부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다.
독서를 장려하는 뜻에서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말은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말로 책읽기 좋은 가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일제강점기의 문화통치 일환으로 시작되는 설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러 위인들이 책읽기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했지만 오늘은 시인이자 칼럼리스트인 이상헌 씨의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라는 책의 내용 가운데 책을 읽어야 하는, 특히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소개할까한다.

이 책에는 50가지 이유를 나열하고 있는데 재밌고, 쉽게 와 닿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술 먹는 개는 있어도 책 읽는 개는 없다. 개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 ‘읽고 깨우침은 최고의 보람이다. 보람으로 기쁨을 만끽해라.’ ‘독서는 현재 과거 미래의 여향이다. 경비도 저렴하다.’ ‘독서는 최고의 습관이다. 습관이 운명을 만든다.’ ‘세종대왕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교류했다. 그곳이 바로 집현전이다.’ ‘돈은 분실과 도난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배운 지혜는 도둑도 못 건드린다.’

청주점이 오픈하기 전 서울 종로점과 강남점에서 근무했다. 당연히 사람이 많으니 책을 사는 사람도 많다. 청주에 처음 왔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성급하지만 내린 결론은 역시 청주는 책 읽는 도시라는 것이다. 개인의 절대 독서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오래된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고 그 원인을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의 탓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물론 대형서점이 들어오면 잠깐 동안은 인근 서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터넷서점이 대형서점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하지만 끝없이 성장할 것으로 보였던 인터넷 서점도 더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대형서점들도 마찬가지다.

서점마다 장점이 있고, 각자의 고유영역이 있다. 경쟁이 끝나고 공존의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 세상은 오늘 오후 집을 나서 책 한권을 구입하는 독자들의 손끝에서 시작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책 읽는 가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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