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등 11개 시민사회단체 연대 성명
기숙형 학교 설립 등 졸속추진 중단 촉구

전교조 등 충주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충북도교육청이 진행하는 농촌학교 통·폐합에 대해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기숙형 중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교육청과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들 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충분한 검토 뒤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전교조 등 충주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충북도교육청이 진행하는 농촌학교 통·폐합에 대해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충주시민사회단체 11개로 구성된 ‘농촌학교 폐교·합병 저지 충주시민연대’는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촌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충북도교육청의 무책임하고 졸속적인 농촌학교 폐교·합병 정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농촌에서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농촌 주민들에겐 마을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를 뜻한다”며 “폐교가 진행되면 농촌은 주민들의 교육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인구가 10% 이상 줄어 지역경제가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폐교로 갈 곳 없는 학생들을 기숙형 학교에 수용하겠다는 위험한 계획을 주민공청회나 토론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도 교육청은 특기적성, 기숙사비 무료, 오케스트라 활동 보장이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학부모들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기숙형 중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속리산 중학교’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도 교육청이 훌륭한 성공 사례로 내세우고 있는 보은의 속리산 중학교는 새벽 6시 30분에 학생들이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획일화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앙성·신니·노은·산척중 통합 대상

이 같은 통제의 시간이 만 열서너 살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게 도 교육청이 자랑하는 기숙형 중학교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숙형 속리산 중학교는 학생들에게 통제의 시간만 요구하고 있다”며 “충주, 제천, 단양, 영동지역 708명의 학생을 그런 위험한 실험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농촌은 기숙형 중학교를 서로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는 농촌공동체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도 교육청은 기만적인 농촌학교 통폐합 계획 추진과 학부모 설득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은 강제적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 60% 이상 찬성이 이뤄지는 곳만 통폐합을 시킨다는 입장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와 주민설명회를 갖고 있다”며 “충주 같은 경우 2차 설명회까지 열었고,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통합이 아니고 참여하는 곳만 통폐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농촌에서 도시로 교육을 내보내는데 기숙형 중학교가 설립되면 도시로 가지 않아도 된다”며 “통폐합이 이뤄지면 폐교된 학교는 지역민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에서 해당 업무를 추진하는 충주교육지원청도 입장은 같다. 농촌지역 학생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기 때문에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경제논리로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고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으로 밤 10시, 11시까지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이 현실이고, 지역민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학생들 장래를 생각하면 추진돼야할 정책”이라고 했다.

도 교육청은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이라는 농촌 중학교 통폐합 계획을 도의회에 제출했고, 지난 9월 21일 ‘적정규모학교 육성추진단 구성 조례’가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육청 “통폐합 꼭 추진돼야”

따라서 도 교육청은 2015년까지 도내 농촌 중학교 15개를 4개의 기숙형 중학교로 통합할 계획이다. 충주지역에서는 총 236명이 재학 중인 앙성중, 신니중, 노은중, 산척중 등 4개 학교가 대상이다.

충주교육지원청은 지난 9월 이들 지역 4개면 초등학생(4~6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68.9의 찬성률을 보였다고 했다. 또 현재 학부모 설명회를 진행 중이고, 설명회가 끝나면 추가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교육당국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충주시민연대는 노은중 총동문회를 찾아 반대서명운동에 나섰으며, 향후 대상학교인 신니중, 앙성중, 산척중 등으로 반대운동을 확산할 방침이다.

학부모들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통폐합 찬성론인 한 학부모는 “농촌에 살다보면 학원시설도 없고, 아이들이 도시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며 “그럴 바에야 제대로 된 시설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반대론에 있는 학부모는 교육의 다양성이 없어진다며 반대론을 펼쳤다. 학부모 조모씨(42·충주시 교현동)는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중학교 1학년부터 입시전쟁에 밀어 넣는 것”이라며 “공부 말고 다른 적성이 있는 아이들도 있는데 선택의 다양성을 없애는 정책은 올바르지 않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농촌학교 통폐합과 기숙형 중학교를 둘러싸고 교육당국과 시민사회단체, 학부모, 동문회 등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는 것이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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