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인사 “사과하려면 성영용 아니라 유중근 총재가 해야”

회장 선출 문제로 3개월째 지속된 충북도와 적십자사의 갈등이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시종 충북지사의 측근 A씨는 “현 성영용 회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을 생각도 없다. 문제가 있다면 회장 선출에 파행이 있었을 때 성 회장을 추인하지 않고 제3의 인물을 밀기로 했던 약속을 돌연 어긴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유 총재의 사과다. 이같은 뜻은 일찌감치 박경국 행정부지사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8월9일 열린 상임위에서 명예회장인 이시종 지사가 추천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 대신 표결로 성영용 현 회장을 선출하면서부터다. 지사가 추천한 인사가 탈락하고 다른 인물이 표결을 통해 회장이 된 것은 충북적십자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황한 충북도는 상임위의 돌발표결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대한적십자 총재가 추인을 거부하도록 물밑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측근 B씨는 “이시종 지사와 유중근 적십자 총재가 전화접촉을 통해 성 회장을 인준하지 않고 제3의 인물인 건설업자 K씨를 다시 추천하기로 구두로 약속했는데 유 총재가 이를 번복하고 추인을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성 회장이 추인된 다음날(8월29일) 박경국 행정부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 인준을 통해 적십자 가족, 충북도와의 약속을 무참히 저버렸다. 중앙회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외압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11월6일 열린 충북지사 107차 연차대회에 서덕모 정무부지사가 참석함에 따라 뭔가 화해의 제스처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예측도 있었으나 관례적인 표창수여만 이뤄진 채 마무리됐다.

“사과를 받고 말 일도 없다”

서 부지사는 축사를 통해 적십자사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나열한 뒤 충북지사가 올 한해 수확한 성과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갈등을 풀자 거나 도가 적십자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거나 하는 내용은 축사에 들어있지 않았다.

성영용 충북지사 회장의 기념사에도 사과를 하거나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의지의 표명은 없었다. 특히 성 회장은 적십자 발전에 도움을 준 대상을 열거하는 과정에서도 충북도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하지 않았다. 성 회장과 서 부지사는 행사를 마친 뒤 별도의 회동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애초 충북적십자사는 기념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충북도에 유감의 뜻을 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가 뒤늦게 수정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충북적십자 상임위원 18명 중 청주시장, 도 행정국장, 도교육청 부교육감 등이 당연직으로 상임위원을 맡아왔던 관행을 깨고 한범덕 청주시장과 강호동 도 행정국장이 상임위원 위촉을 고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측근 B씨는 “정무 부지사가 연차대회에 간 것은 관례일 뿐이다. 도가 적십자 모금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데 연말 적십자 회비를 걷을 때 공무원과 통·반장 등 행정조직이 움직여 15~17억원의 회비를 걷어주는 것일 뿐 금전적 지원은 없다. 사과를 하고 말 일도 없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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