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가정폭력·아동학대 해마다 증가
개정법률안 시행 앞두고 노인학대 실태 속속 드러나

IMF이후 경기침체 장기화의 여파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해체가정이 늘면서 가정폭력은 물론 아동과 노인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이혼건수는 4632건으로 2002년(4259건)보다 300여건 증가했고, 지난 2000년 3348건보다는 1000여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해마다 수백 건씩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혼 등 가정해체와 경제난 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과 노인학대 실태를 집중 검검해 본다.

   
▲ 아동학대신고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전환과 미디어와 교육 등 홍보 등에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 및 가족해체로 인해 아동학대 자체가 증가했다는 것 또한 추정할 수 있다. 사진은 아동학대 예방 사진전.
가정폭력에 피난조치까지
경제난 등으로 인해 가족간의 불화가 늘면서 가정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여성긴급전화 1366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과 이혼문제, 성폭력 등의 가정문제 상담은 5108건으로 2002년 3974건에 비해 2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담건수는 1837건으로 2002년 (1057건)보다 70%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올 들어서도 상담신청은 크게 늘어 4월말 현재 1460건의 상담이 이루어진 가운데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담이 500건, 이혼상담192건, 부부갈등상담이130건을 차지하는 등 가정 불화로 인한 상담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가정폭력에 시달려 긴급피난을 신청한 사람은 지난해 83건에 122명(자녀포함)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33건에 49명이 긴급피난 조치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여성긴급전화 1366 고경숙 팀장은 “IMF이후 실직과 사회적 스트레스 등을 가정에서 푸는 가장들이 늘어나는 등 경제난과 관련된 가정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며 “가정이 깨지는 것을 염려해 참고 사는 여성들이 신고를 기피하면서 수 년씩 상습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피해당사자의 인식변화와 주변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노인 학대문제, 개인적 문제 아니다”
관절통과 당뇨, 고혈압으로 인해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김간난(77 ·가명)할머니는 사업실패와 이혼으로 알콜중독자가 된 큰아들(김모씨·45)때문에 하루 하루살아가기가 힘겹다. 아들이 할머니가 사는 같은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거의 매일밤 돈을 요구하고 집기를 부수며 심지어 노모를 구타까지 해 손과 팔에 심한 상처까지 나 있는 상태.

결국 보다못한 가족들이 김씨를 112에 신고하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인학대 관련 법률개정안이 오는 7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가정 내 숨겨져 있던 노인학대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작년 5월 개소한 노인학대상담센터충북지부에 따르면 1년 동안 518건의 노인상담이 접수됐으며 이 중 학대사례가 61%(315건)으로 가장 많았다.

노인상담의 경우에는 아동이나 여성상담과 달리 상담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의사소통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노인들은 가족과 관련된 문제가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자녀들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부모심정에서, 설령 학대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그냥 참고 말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더구나 학대 신고로 인해 자녀들이 형사상 혹은 사회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피해노인이 자신을 희생해 가족의 화합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으로 인식되는 문화적 배경의 특성으로 노인학대 문제가 장기화, 잠재화 될 수 있는 가능성안에서 위험성이 높은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러한 전통적 사회인식이 점차 변화되고 있다.
상담센터의 경우만 보더라도 본인에 의한 신고가 49%로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사회적 변화와 함께 노인들도 점점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북지부의 2003년 노인학대 유형을 살펴보면 정서적 학대가 31%(78건)로 가장 많았고, 언어적 학대(25%·60건)와 방임(21%·52건), 재정적 학대(9%·22건), 신체적 학대 5%(11건) 순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상담사례에서는 한가지 유형이 아닌 복합적인 중복학대유형을 띠고 있었다. 언어적, 신체적, 방임학대의 경우 대부분에서 우울증과 고립증 같은 심리적 위축을 불러와 정서적 학대를 수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핵가족 구조로 인한 독거노인세대의 증가는 부양기피에 따른 가족내 갈등 및 생활비 지원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방임학대 등의 심각한 노인학대 상황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상담센터의 설명이다. 구체적 상담사례를 통해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알아봤다.

“아들과 며느리가 주범”
지난해 10월 청주에서 상담을 의뢰한 80대의 할머니는 젊은시절 남편과 사별한 뒤 외아들 만을 바라보며 지금껏 살아왔다.
결혼을 앞둔 아들의 며느리감이 맘에 들지 않아 반대도 했지만 아들 결혼 후에는 14년간 함께 살면서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를 도와 집안 일을 도맡아 해 왔다. 공무원인 아들과 며느리는 1남 2녀를 두고 있고, 할머니가 손 자녀들을 키워냈지만 함께 살고있는 며느리는 할머니에게 ‘집을 나가라’며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불로 덮어놓고 밟기까지하는 등 학대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아이들이 있을 때는 아이들이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한 후 협박을 했으며 할머니 친구가 놀러왔을때는 친구에게까지 ‘나가라’며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밀어 뜨려 친구가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으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가정 문제’라며 경찰을 돌려보냈고 이런 상황을 애써 외면했다.

학대가 심해지자 할머니는 결국 집을 나오게 됐다. 가지고 있던 1000만원으로 전세방을 얻었고, 현재는 아들에게 매월 20만원씩 생활비를 보조 받아 힘겹게 살고 있다. 할머니는 상담원에게‘자신을 14년간 학대한 며느리를 경찰에 신고해 구속이라도 시키고 싶지만 아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밤이면 분한 생각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3남 2녀를 둔 80대 할아버지(충북 청원)는 할머니가 몇 년 전 치매로 동네에 있는 요양시설에 입소하면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있던 땅과 돈을 모두 큰아들이 가져갔으나 할머니의 시설비용마저 체불돼 있는 상태.
할아버지는 그 동안 갖고 있던 비상금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지만 거의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충북지부관계자는“혼자서 생활하시는 할아버지지 집 안 위생상태는 악취가 날 정도로 불결했으며, 혼자 생활하기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내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큰아들은 아예 연락도 끊은 채 살고 있었으며 타 자녀들도 거의 찾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노인을 학대하는 대부분의 가해자는 노부모의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아들(39%)과 며느리(22%)로 나타났다.

노인학대상담센터 충북지부 김순예 전문상담가는 “최근 상담에서는 노인에 대한 학대가 언어·정서학대를 넘어 신체에 상흔까지 남기는 신체적 학대로까지 발전하고 있으며 심지어 부모를 버리는 유기학대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대가족 구조에서 노인에 대한 어른으로서 존경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핵가족구조 속의 노인이 가족 외 타인으로 취급받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요인은 가정 내에서 노인은 단지 귀찮은 존재, 소비적인 존재, 무가치적인 존재로서 인식되어 부양을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학대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노인인구가 증가되는 사회적 상황을 감안할 때, 노인문제를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인학대상담센터 충북지부에서는 아직까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된 학대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개정된 노인복지법 시행에 발맞추어 지속적인 홍보 및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개정된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학대자에 대해 최고 7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이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노인학대행위는 노인에게 신체적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신체적 폭행, 성희롱, 유기 또는 방임, 정신건강에 심히 해를 끼치는 행위, 구걸 강요, 노인에게 지급된 금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 등이다.

학대받는 아동 “해마다 늘어”
경제적 어려움과 해체가정의 증가, 어른들의 그릇된 인식이 학대받는 아이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
지역에서도 신체·정서적 학대에 시달리거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는 아동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한해동안 충북아동학대예방센터(국번없이 1391)를 통해 접수된 학대사례는 총 379건으로 전년 333건 대비 13.8% 증가되었고, 아동학대 의심사례도 전년도 237건 대비 272건으로 14.8% 늘어났다. 또 올 들어서도 그 수가 크게 증가해 4월말 현재 82명의 아동학대 사례가 적발됐으며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5건)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신고 증가율은 아동학대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전환과 아동학대신고체계의 홍보 등에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 및 가족해체로 인해 아동학대 자체가 증가했다는 것 또한 추정할 수 있다.

상습적 학대도 ‘심각’
상습적 학대도 심각한 수준이다.
상담자중 중복학대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매일 학대당하는 경우(59.2%)를 포함해 일주일에 한번이상 학대를 받는 경우가 8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령도 11세 이하가 70%를 차지하는 가운데 5세 이하의 영아도 20%나 됐다. 미디어나 교육 등을 통해 아동학대의 인식이 많이 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수 년씩 그대로 방치되다 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고, 발견당시 목숨이 위태한 경우까지 있었다.

최근 예방센터에는 청주시내 초등학교에 다니는 10세와 8세된 형제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고 학교에 잘 나가지도 않을뿐더러 식사도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한 주민의 전화가 걸려왔다. 센터의 가정방문 결과 아동의 아버지가 가출한 상태로 어머니 홀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었으며 가정은 많은 빚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어머니는 이들 형제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지만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았으며, 남편과의 이혼도 원하고 있는 상태였다. 방안은 발을들여놓기가 힘들 정도로 지저분했고, 오래된 음식이 상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또 계모가 아동을 때리고 화를 자주낸다는 신고로 찾아간 청주의 한 가정에서는 13세 어린이가 심한 학대를 받고 있었다.
아동은 얼굴뿐아니라 온몸에 멍자국과 할퀴고 물어뜯긴 자국이 선명했으며 머리카락도 10군데 정도 뽑혀있는 상태였다. 또한 아동이 찢긴 상처로 인해 다리를 절고 있었으나 계모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학대사실을 숨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모든 것을 아이의 탓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했다.

충주에서는 청소년상담기관 상담원에 의해 아동학대사실이 신고되기도 했다. 조사결과 계모가 회사생활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아이는 청소나 빨래 등의 가사를 전담하고 동생까지 돌보며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고, 계모가 집에 들어와서는 청소를 잘못했다거나 이복동생들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의 매일같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온 조사됐다.

친아버지는 계모의 학대를 알고 있었지만 무관심했고, 아이는 친부에 대한 불신마저 깊어 있었다.
이처럼 학대를 받은 아동들은 학대휴유증으로 인해 과잉행동과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였고, 대부분 심리치료와 소아 정신과 진료가 요구됐다.
또 아동이 가정으로의 복귀를 거부하거나 가정여건이 열악한 경우 가족들과의 상담을 통해 친인척이나 쉼터의 보호를 받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충북아동학대예방센터 유경희 소장은 “자녀학대를 유발하는 요인은 가족의 상호작용이 약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양육방법, 부모의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 한부모 가정이나 사회적 고립등에서 기인한 가정의 구조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센터에서는 보호자의 보살핌 속에 아동이 인간다운 생활을 살 수 있도록 위기에 처한 가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성학대와 신체학대 등 상담치료를 넘어선 상황에 대해선 사법처리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전에 비해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아동학대를 아직도 남의 일이라 여겨 방치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우리사회에는 자기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대해 무심한 그래서 방임하는 사회제도와 어른들이 있고, 이들이 결국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학대받는 아동은 신체뿐 아니라 그 영혼까지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 의하면 학대아동은 전체 가구중 2.6%로 추정되고 있다. 이 추정되로라면 충북에만 1만4천여명의 학대아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재 이 중 4%(3년간 700명)만이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위의 세심한 관심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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