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선 인물에 맞는 이미지 못 만들어 내
“차라리 언론에서 손 떼라” 여론 팽배

17대 총선이 끝난 얼마후 서울대총동문회는 의미있는 행사를 하나 가졌다. 총선 당선자들에 대한 축하연이었는데 이날 참석자들은 “이젠 서울대 출신들로 서울대 당을 만들어도 좋다”며 기염을 토했다.

17대 당선자 299명중 무려 143명이 서울대 연고자로, 아닌게 아니라 이들만 뭉치면 정권창출도 가능할 숫자다. 그러나 이들 당선자중 고작 40여명 정도만 행사장에 나타났고, 나머지 당선자들의 이름표는 탁자 위를 을씨년스럽게 장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서울대 총동문회의 회장은 다름 아닌 임광토건 임광수회장이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총수(?)를 지내는 그이지만 청주에서의 평가는 그 명성을 따르지 못한다. 그 결정적 단초가 충청일보의 경영부실이다.

80년대 말 임회장이 충청일보를 인수하자 지역의 기대감은 컸다. 대기업을 일군 능력과 인생 후반기의 사회 기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노조와 번번이 충돌했고, 오늘의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임회장과 회사측은 직원들의 무능함을 탓하지만 되레 직원들은 임회장의 언론에 대한 ‘몰가치성’을 비판하고 있다. 애초부터 언론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사회엔 이번 기회에 임회장이 충청일보와 단절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여론도 많다. 충청일보 노조도 이미 신문사에 대한 임회장의 의지가 사라졌음을 확신하는 분위기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사실 노조가 전격 출범하게 된 것도 임회장이 충청일보에 더 이상 미련이 없음을 직원들이 알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고위 관계자 역시 “그 분의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충청일보는 지금 재산이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껍데기”라는 눈총을 받아 왔다. 직원들에게 마지막까지 심적 위안을 안겼던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사옥과 부지도 임광소유로 넘어간지 오래다. “유일한 재산은 충청일보라는 제호 하나”라는 한 직원의 냉소는 이 신문사의 현주소를 잘 대변하고 있다. 1946년 창간돼 한강이남 최초의 일간지라는 금자탑을 쌓았던 충청일보가 이렇게 추락한 것이다.

회사측에선 부인하지만 한 때 매각설이 구체적으로 나돌았고, 지금도 이런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중의 얘기는 두가지였다. 부채 40여억원을 떠안고 매입대금으로 추가로 40억원을 얹지면 팔겠다는 것과, 부채 40여억원만 떠 안으면 무조건 매각하겠다는 설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 40억설에 비중을 뒀다. “일반 부채는 42억 정도이지만 직원 퇴직금을 포함하면 전체 부채는 51억원선에 달한다. 일반 부채 40여억원은 임회장의 개인 보증으로 대출된 것으로 안다. 때문에 시중의 매각설은 임회장의 보증채무를 변제하는 차원에서 얘기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충청일보의 매각설이 나돌자 아파트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S업체와 Y건설업체 등이 한 때 매수 적격자로 회자되기도 했다.

조충전무는 회사의 경영악화를 국내 신문업계의 보편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그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신문사가 경영적자다. 지금 남을 탓할게 아니라 직원 스스로가 나서야 할 상황이다. 나도 청주에 내려 와 삯월세 집에서 거주하며 월급도 반납한채 발로 뛰고 있다. 연금을 받기 때문에 급여 없이도 버틸 수 있다. 경영자로서 밤에 윤전실에 직접 내려 가 신문포장까지 하는 상황인데, 좀 어렵다고 해서 (직원들이) 저렇게 나온다면 서운하다. 사심없이 회사를 위해 힘쓰고 있고, 그 결과 매달 경비지출도 2000만원정도 줄였다. 직원들과 언제든지 대화할 의사가 있다. 이번 위기를 현명하게 풀려고 한다. 일단 흑자로 돌아 서야 운영 정상화를 꾀할 수 있잖은가. 지금 추세라면 아마 내년쯤엔 편집국 기자들이 수익관련 일에 내몰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의 많은 뜻있는 인사들은 임광수회장이 고향인 충북에서만큼은 인물에 걸맞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충청일보 운영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충청일보 퇴직자들,
여전히 공동체 의식 공유


충청일보가 노동조합 운동을 시작한 후 가장 큰 시련이었던 ‘안기부사장 사태’를 전후로 본위 아니게 신문사를 퇴직한 당시 편집국 직원들은 지금도 매월 정기모임(좋은 사람들)을 가지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올해가 7년째다. 이들 스스로는 안병섭사장 영입때문에 회사를 나왔다는 의미로 속칭 ‘안퇴회’로 부르고 있다. 지난 11일 5월 정기모임을 가진 20여명의 회원들은 이번 충청일보 사태에 대해 논의, 차후 추이를 지켜보고 지원방안을 강구할 것을 약속했다. 한 회원은 “과거 동아일보 해직자들의 동아투위는 못되더라도 여건만 되면 선배로서 충청일보 문제에 개입하고 싶다. 어쨌든 충청일보는 중부권의 대표 언론사로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때 모임의 이름을 딴 자체 소식지도 발행하자 다른 계기(?)로 퇴직한 직원들의 합류도 속속 이어졌다. 임해순(청주대교수) 권영관(전 두진문화재단사무국장) 장남수(충북예총회장)고찬영(청주 성안길 라이브 쇼핑몰 대표) 구연길(사진 프리랜서) 박춘섭(청주방송 보도국장) 권영애(청주문화원 사무국장) 민경명(인터넷신문 CBiNEWS 대표) 정규호(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부장) 권기석(까치대리운전 대표) 최중기(용암신문 대표) 장기우씨(동아일보 기자) 등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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