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9월이었으나 레코드 발매 시기에 맞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우--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 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알만한 세대는 알고 모를만한 세대를 모를 법한 가수 이용씨가 부른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랫말이다.
이 노래는 원래 9월의 노래였다. 일찍이 ‘영원의 디딤돌’이란 시집을 출간하고도 이름 앞에 시인이란 타이틀보다는 작사가로만 알려져 왔던 박건호(2007년 타계)씨. 그가 가사를 쓰고 이범희 씨가 곡을 붙인 이 곡은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는 가을노래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체질인 그가 소주 두 홉짜리 한 병을 거의 다 비운 것은 어느 해 9월 부슬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그는 그 동안 만났던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대화가 통했던 그녀와 헤어지기로 속마음을 다지고 나온 터였기에 그날 밤의 비는 더욱 공허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1982년 초가을 무렵 만나던 여인과 헤어지고 그날의 느낌을 새겨 노랫말을 만들었다.

이 노래는 당시 무명의 신인 가수였던 이용 씨가 취입해 그를 부동의 스타로 올라서게 했고, 작사가였던 그에게는 그해 KBS 가요대상과 가톨릭 가요대상(작사), MBC최고 인기상 등 상이란 상을 모두 휩쓰는 영광을 안겨 주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사실 ‘구월의 마지막 밤’이었는데 레코드 발매시기에 맞추느라 10월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실제 노래도 처음엔 조영남씨에게 주었으나 사정이 생겨 이용씨가 대신 받아 대박을 친 것이라 한다. (이후 조영남씨가 무척 아쉬웠대나 뭐래나 하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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