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현 청주시립무용단 단무장

몇 주 전 청주시립무용단은 국제교류공연의 일환으로 일본 이바라끼현 히타치시 ‘가을민속예술제’와 군마현 토미오카시에 공연을 다녀왔다. 히타치시 ‘가을민속예술제’는 5000석 가까이 좌석이 설치된 야외무대는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자 일본 각 지역의 민속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었다.

전문연주단체 외에도 본인 지역의 전통예술을 지키고 보존하며 스스로 즐기고 있는 선진화된 ‘아마추어리즘’을 보면서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환경에 부러움과 반성이 들기도 하였다.

지역의 학생 500여명이 참여한 한 공연은 이것이 일본의 힘이었나 싶을 정도로 단순함 속에서도 힘과 열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지메(왕따) 문화의 치유책과 전통예술의 보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선한 충격은 군마현 토미오카시 공연에서 배가 되었다. 이 공연은 ‘히타치시 가을 민속예술제’와는 별개로 군마현 일원의 유치원연합회에서 주관하여 청주시립무용단을 초청한 공연으로 관람 연령대가 3세부터 6세까지였다. 출국 전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이 어린 아이들에게 청주시립무용단의 공연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과 불안감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 지역 유치원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한국의 사물놀이와 동요 등을 교육과목으로 채택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합회에서 자체 기획하여 공연단체들을 초청해서 단체관람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 지역 음악가 한분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되어 70여 곳이 넘는 유치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하였다. 구두로만 들었을 때는 가벼이 흘려 생각하였는데, 공연 전 날 연합회장님이 운영하는 유치원을 방문해서는 그야말로 경이로움과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실내외 구분 없이 맨발로 함께 뒹굴고 나무타기를 하고, 허름하지만 동물원이 있는 등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이도 잠시였을 뿐, 곧 그 교육관에 동화되었다.

참관수업에서 소품으로 만들어진 우리 전통 농악상모를 돌리고,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무언극으로 연기하고 ‘무궁화’와 ‘도라지’를 200여명의 아이들이 열창하는 모습을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 땅에서 그것도 조총련이나 민단 산하 학교도 아닌 곳에서 보고 듣게 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답례로 보여 준 사물놀이에 아이들이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떼지 않는 모습은 묘한 동질감마저 들었다. 이렇게 교육 받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한국문화에 가질 관심과 익숙함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공연 당일 날도 1000석을 넘는 극장을 채운 그 아이들이 아동극도 아닌 한국무용의 순수작품들을 보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고 호응하면서 박수치는 모습을 뭐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한국전통문화를 교육과목으로 채택한 용기와 선택에 대한 놀라움도 충격이었지만, 아이들의 공연을 대하는 자세와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교육의 중요성과 확장의 폭이 어른들의 선입관으로 인해 좁아지고 변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 공연을 보며 ‘스바라시’를 연호했지만, 우리들은 그들의 교육방식을 보며 ‘스바라시’를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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