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충청리뷰대표

회사측의 의뢰를 받아 노조해체에 불법적으로 개입해온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충북에서도 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영동 유성기업과 세종시 부강면 보쉬전장이 창조컨설팅 때문에 민주노조가 파괴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창조컨설팅은 회사와 노무관련 자문계약을 체결한 뒤 사실상 ‘노조파괴’ 컨설팅을 해온 셈이다. 사측과 공모해 ‘직장폐쇄→용역투입→민주노조 무력화→친(親)회사 노조 설립’ 수순을 밟도록 했다.

실제로 영동 유성기업의 경우 노조간부 27명이 해고되고 조합원 200여명이 탈퇴하면서 급조된 회사측 노조에 교섭권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쉬전장도 창조컨설팅의 메뉴얼대로 진행돼 400명 안팎이던 노조 조합원이 40명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지회장이 해고되고 사측은 수억원대의 민·형사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공인노무사’는 국가 자격시험에 합격한 노무관련 업무에 정통한 전문직업인이다. 기업의 행정 관청에 대한 노무 서류작성을 대행하거나 상담, 지도, 진단 등의 업무를 용역 맡을 수 있다. 민주노조를 해체시킬 경우 성공보수가 1억원에 달하다보니 마침내 불법행위까지 컨설팅하기에 이른 것. 자신의 지식을 적법하고 공정하게 팔아야 할 공적전문가가 자본의 주구로 전락한 것이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의 ‘파괴컨설팅’으로 인해 지난 7년동안 민주노조가 무너졌거나 약화된 사업장이 14곳에 이른다. 심지어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도 4년간 2억원에 달하는 돈을 주고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간주, 처벌하고 있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설립인가를 취소하고 대표 자격정지 조치를 내렸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전투적 노사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노동자 정당을 표방한 통합진보당의 대선공약을 보자. 현재 9.8% 수준인 노조조직률을 2017년까지 20%로 높이고 비정규직 비율을 25%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분규현장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월급쟁이 100명 중에 10명이 노조원이고 그 가운데 1명이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셈이다. 신문방송이 분규현장 중심으로 보도하다보니 시청자들이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노동조합 자체가 먼나라 얘기인 비정규직(임시 일용 1년이하 계약직)은 전체 노동자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조 때문에 한국경제가 거덜난다’고 한다면 차라리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말을 믿고 싶다. 경제만 되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얘기는 5년전 대선에서 귀가 따갑게 들었다. 또다시 대선이 코앞인데 이번엔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성장’ 보다 ‘공존’의 해법을 찾자는 얘기다. 노사관계의 기본이 바로 상생 공존일 텐데, 더이상 내몰고 해체하고 길들이는 데 인력과 재력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