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훈 활동가·보치아선수

연경훈(37)씨는 세상을 향해 공을 굴린다.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판단해 공을 굴린다. 때로는 나의 공을 방어하기 위해 공을 굴리기도 한다. 공을 잡은 지 20여년이 넘었다. 연씨는 공을 굴리는 게 참 좋다. 하지만 요즘 고민에 빠졌다. 직업선수로 나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당장 생계 걱정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씨는 지난 12일 폐막한 제3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보치아 종목 충북대표였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메달도 여러 번 획득했다. 시작은 학생때였다. 연씨는 아주 어렸을 적 황변을 앓아 뇌병변장애를 가지게 됐다. 그 후 충주숭덕학교에서 보치아를 만나게 된 후 선수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장애인체육대회에서 충청북도는 금 68개, 은 52개, 동 68개를 획득하면서 종합 4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역도에서 가장 많은 금 23개, 은 18개, 동 21개를 수영에서는 올해 창단된 충북장애인체육회 소속 실업팀의 맹활약으로 금 22개, 은 11개, 동 5개를 획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씨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개인에서는 32강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혼성에서는 4강에 진출했지만 준결승과 3,4위 결정전에서 연이어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는 등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그 뒤로 연씨는 ‘조금 더 훈련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연씨는 지난 대회를 복기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씨는 “전문지도자와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서울이나 강원 등 대표선수들은 코치와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있는데 저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들은 장비도 좋고 훈련장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하니 결과에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원도 충북 대표선수로 뽑히면 그 때뿐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연씨가 졸업한 충주숭덕학교 동문이 지원이 좋은 강원도 대표 선수로 출전해 메달을 딴 것도 부럽기만 하다.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인 연씨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런 꿈을 접고 은퇴까지도 생각하는 연씨는 지금도 고민과 걱정을 거듭하고 있다. 장애인체육인 보치아는 소외된 종목, 비인기종목이라는 굴레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한편 보치아는 올림픽에는 없고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만 있는 종목이다. 경기 규칙은 간단하다. 표적 공에 자기 편의 공을 가장 가까이 붙이면 승리하는 경기이다. 동계올림픽 컬링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또한 보치아는 가장 장애 정도가 무거운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이다.

연경훈씨는 평소 충북직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가로의 삶을 살아간다. 장애인의 이동에 불편이 되는 요소들은 없는지, 편의시설에 문제는 없는지 조사업무를 담당한다. 주로 공공기관과 공원 등 화장실과 안내블록, 경사로 등의 실태조사가 그의 업무이다. 태어나 12살까지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던 연씨, 과거에 비하면 장애인이동이 개선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연씨는 현재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학교를 충주에서 다닌 터에 이곳이 편하다. 부모님도 청주에 내려와 가까이 살지만 연씨는 굳이 자취를 택했다. 혼자서는 옷 입는 것도 쉽지 않고 모든 것이 장애물이지만 그는 독립을 택했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것 역시 그의 오랜 꿈이기 때문이다.

연씨의 바람은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건강했으면 하는 것.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연금을 받길 원한다. 연금은 100만원이다. 보치아 선수는 나이가 많아도 어렵지 않으니 그만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유효하다.

다만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는 것은 두고봐야 할 일이다. 연씨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활동보조인도 그에게 ‘연애 좀 하라’며 타박을 한다. 연씨도 여자친구 이야기가 나오자 유난히 부끄러워한다. 연씨는 “주변에서 제게 자꾸 눈이 높다고 해요. 지금보다 나이가 적을 때는 연애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쉽지 않네요. 자신감도 없어지고…”라며 손사래를 친다.

마지막으로 연씨는 “일반인도 운동선수되기 힘들잖아요. 장애인도 마찬가지예요. 장애인 체육은 지원과 관심이 너무 열악해요. 다른 이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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