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근 금융감독원 충주출장소장

금융감독원 충주출장소가 지난 6월 14일 개소한 뒤 약 220건의 서류민원을 처리했다. ‘보험에 가입하면서 상품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 받지 못했으니 지금까지 납입한 보험료 전부를 돌려 달라’는 민원부터 은행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등 큰 사건부터 작은 사건까지 참으로 다양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대부분 억울한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지만 실제 통계적으로는 구제를 받는 경우보다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것이다.

왜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구두로만 진실을 주장하는데 반해 금융회사는 서류 등 증거를 제출하며 사실을 주장하기에 제3자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사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면 지상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달 충주출장소에 한 여인이 찾아왔다. 친인척이 대출에 필요하니 보증을 서달라고 해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줬다고 한다.그런데 명의가 도용돼 ‘그 대출금뿐만 다른 대출금에 대하여도 보증을 선 것’으로 되면서, 상호저축은행 등에서 빚 독촉을 하게 되자 구제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이었다.

그러나 본 건은 이미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금융감독원이 처리하지 못하는 건이었으며, 설령 금융감독원이 처리하더라도 대출관련서류들이 비교적 완벽하게 구비돼 민원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건이었다.

이러한 명의 도용건의 특징은 가족, 친구, 친인척 등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경향이 있어 경제적인 고통과 함께, 인간관계도 파탄을 맞는다. 그 고통의 정도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이 건과 같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을 통해서 구제받지 못할 경우 법원을 통해 구제받아야 하나, 일반 소시민들이 소송을 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다면 우리는 사후구제보다 사전예방의 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농수산물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가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상승세도 무섭기만 하다. 또한 유럽재정위기가 진행되면서 세계 경기에 민감한 우리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문가도 예측하기 힘든 시대가 옴에 따라 앞으로 이런 민원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금융회사는 점점 더 복잡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금융회사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로 인해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사례와 민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면,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의 해소가 중요하고, 금융소비자가 금융지식을 두텁게 쌓아야 한다. ‘금융지식 제고를 위해 금융교육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금융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활동에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이제 금융지식은 생존의 조건이 돼 버렸고, 금융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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