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충주담당 기자

우리 주변에 상대의 약점을 꼬투리 삼아 사이비(似而非) 행각을 벌이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이비 종교, 사이비 언론, 사이비 환경단체…….

사이비는 말 그대로 겉은 진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짜를 의미한다.
충주경찰서는 최근 공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관계자들을 협박해 억대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공갈)로 모 환경단체 충주지부장 정모씨를 입건했다.

정씨는 2006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고속도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 비산먼지 발생 등을 트집 잡아 건설업체 관계자들에게 겁을 준 뒤 자신 소유의 살수차를 지입시키는 방법으로 2억 45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다.
또 같은 기간 개 먹이로 사용되는 닭 내장 등 도축 부산물을 불법 운반하던 양견업자 14명을 협박해 회원 가입비와 행사 찬조금 명목으로 45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에 가담한 이 단체 회원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이비 환경단체들의 횡포는 비단 충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남 여수경찰서 지난해 석산 현장의 환경훼손 등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낸 혐의로 모 환경단체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환경단체 여수지회장 정모씨를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동탄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을 돌며 현장소장 등을 상대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환경단체 대표도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환경감시단체를 사칭하고 업체를 협박해 금품을 뜯은 혐의로 인천 서부경찰서는 봉모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봉씨 등은 정화시설이 미비한 염색공장 등 영세업체들을 협박해 한 업체 당 10여만 원씩 뜯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은 문제가 되는 사진 등을 찍은 뒤 자신의 환경단체 가입을 강요해 회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거나, 협박해 돈을 받는 방법이다. 주로 현장이나 환경적으로 약점을 가진 업체 등을 상대로 사이비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물론 약점을 잡힌 업체들도 자신들이 먼저 불법을 저지른 만큼 각성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환경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관련법도 강화되고 규제도 많아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업체들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것을 빌미로 사회적 정화작용을 해야 할 환경단체가 사이비 행각을 벌이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환경운동 및 감시기능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성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양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제도적 보완장치와 다양한 감시기능으로 사이비들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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