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화된 용역경비업체 (주)컨택터스의 노동조합 불법폭력에 이어, 그 배후로 지목됐던 (주)창조컨설팅(대표, 심종두)의 노조파괴 개입의혹이 도내에서도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창조컨설팅은 수년전부터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노동조합 파괴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되었고, 충북지역에서도 (주)유성기업과 (주)보쉬전장의 노조파괴의 배후로 지목돼왔다.

본보가 입수한 창조컨설팅의 대외비 문건에는 2011년 10월부터 세종시 부강면 부용공단(옛 청원군 부용면)에 위치한 보쉬전장에 대한 노조파괴 컨설팅을 시작해 세부적으로 시행한 내용이 자세히 담겨있다. 이 문건의 상단에는 ‘대외비’라는 문구가 한문으로 작성되어 있고, “경영활성화를 위한 노사관계합리화 전략회의”라고 명기되어 있다.

이 문건의 내용 중 핵심은 어용노조, 혹은 (친)사용자노조를 일컫는 ‘대안세력’에 대한 내용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에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어떤 이유로도 지배, 개입해서는 안된다”라고 명시하고, 이러한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창조컨설팅은 이 문건에서 대안 세력의 준비정도를 확인하고, 대안세력이 활동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과 회사의 지원책,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시기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했다. 물론, 이를 실행할 보쉬전장 관계자의 업무분장까지도 상세하게 점검했다.

또, 이러한 (친)사용자노조의 활동조건을 만들기 위해 당시 민주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프로세스’, ‘민형사상의 대응전략’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보쉬전장은 이 매뉴얼대로 실행한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노조내부의 동향 점검 사항에선, 그 내용이 관계자 외에는 잘 알 수 없는 사항이여서 사찰의혹도 제기된다.

이렇게 창조컨설팅은 불법을 주된 요소로 하는 매뉴얼을 제공하고 보쉬전장은 이를 실행한 결과, 400명 안팎이던 기존 민주노조의 조합원은 현재 40명 정도로 급격히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정근원 금속노조 보쉬전장지회장이 해고됐고, 사측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민사소송과 형사소송까지 제기되어 있는 상태다.

충북지역, 창조컨설팅의 먹잇감이었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의원실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신브레이크·대림자동차·캡스·성애병원·영남대의료원·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등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민주노조가 무력화된 12개 사업장 명단이 적혀 있는 문서를 확보했다.

컨설팅이 진행된 결과 상신브레이크와 대림자동차는 각각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성애병원(서울)·레이크사이드 노조는 해산됐으며, 캡스와 영남대의료원은 1000명이 넘었던 조합원이 20~60명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것으로 내부 문건에서 확인된 유성기업·보쉬전장까지 합하면, 최근 7년 동안 창조컨설팅의 관여로 민주노조가 무너졌거나 약화된 사업장은 14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확인된 유성기업과 보쉬전장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충북 유일의 국립대학 병원인 충북대병원측도 올해 청조컨설팅과 계약을 했던 것이 지난 8월 드러났다. 당시 충북대병원노조의 항의에 따라 병원이 컨설팅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노사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안정상태에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의혹이 발생했다.

또 세종시 부강면(옛 청원군 부용면)에 위치해 있는 (주)콘티넨탈도 (주)보쉬전장과 동일한 사태를 겪은 후, 기존 민주노조가 소수노조로 전락해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창조컨설팅의 개입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노조가 와해되거나 무력화된 곳이 충북에서만 3곳이나 된다, 그 개입시기가 공통적으로 2011년 10월이후부터 현재까지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한 관계자는 “창조컨설팅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심종두 노무사가 충북지역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심종두 대표는 도내 모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몇 년동안 강의를 맡았다. 심 대표뿐 만 아니라 창조컨설팅의 2인자로 지목되는 김주목 전무이사(전, 중앙노동위원회 심사관)도 충북지방노동위원회와 노동부서에서 꽤 오래 근무해온 이력이 있다.

이러한 배경은 노동행정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인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와 손쉬운 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시 말해 충북지역이 창조컨설팅이 활동하기에 좋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독 올해 들어서 충북지역에 창조컨설팅이 많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은수미 의원, “노동위원회-창조 짬자미 유착 의혹 있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국회의원(비례대표)은 “2012. 10. 11. 국회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 이중섭,이재용 조사관이 창조와 불법적인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은 의원은 중노위로부터 제출받은 창조컨설팅이 지난 3년간의 사건내역을 분석한 결과 “창조컨설팅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 86건의 사건에서 사용자를 대리했고, 이 사건들은 중앙노동위원회 심판과 소속 조사관 총 33명이 담당했다. 그러나 창조컨설팅의 사건이 특정 조사관에게 집중되어 처리된 결과를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또 “조사결과 중노위 심판과 이중섭 조사관은 전체 86건 중 18건(21%)을 담당했고, 이재용 조사관은 86건 중 12건(14%)을 담당했는데 이 두 조사관이 전체 사건의 35%를 처리한 반면, 나머지 조사관 31명이 56건(평균 1.8건)을 처리하는데 불과했다”는 것이다.

은 의원은 “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신청짬짜미, 즉 조사관이 자신에게 사건이 배정되는 날과 시간을 알려주고 창조가 그 정보를 얻어 그날 그 시간에 신청서를 접수하여 특정 조사관에게 사건이 배당되도록 하는 수법을 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러한 방식으로 배당된 사건에서 창조가 원심결과를 뒤집고 승소한 사건 비율이 전체 번복 사건의 69%를 차지했고, 그러한 번복사건 중 이재용·이중섭 조사관이 담당한 사건은 전체 18건 중 11건(61%)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바로 이들 두 조사관이 담당한 사건들은 유성기업, 보쉬전장 등 최근 들어 창조가 개입해서 노조파괴 프로그램이 작동한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은 의원은 “ 결국 노동위원회와 원활한 관계에 있으면 사건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창조컨설팅의 광고가 꼭 과장된 것만은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