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D공판장, 농산물 판매대금 미지급 ‘물의’
공판장 “외상 거래 미수금 땜에 …이달 안 해결”

영동군의 한 농산물 공판장이 농민들에게 판매대금을 50여일 가까이 지급하지 않고 있어 피해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영동군 양강면에 거주하는 박난계(가명)씨, 박씨는 지난 8월부터 9월 초까지 수차례에 걸쳐 영동읍 D 공판장에 복숭아를 판매의뢰했지만 아직까지 대금을 다 받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대금은 당일이나 하루 뒤에 지급됐던 것과 큰 시일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씨가 거주하는 마을에만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3명이 더 있는 상황이다.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형편이라는 게 박씨의 증언이다. 박씨의 마을에서만 받지 못한 판매대금이 500만원 가량이 된다. 그나마 받은 판매대금도 경매가 열릴 때마다 사정해서 받은 것이라는 게 박씨 측의 설명이다.

박씨는 “마을에 팔순이 넘은 노인도 판매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모시고 판매대금을 받기 위해 몇 차례나 찾아갔지만 ‘다음에 주겠다’, ‘내일 주겠다’며 시일을 끌고 있다. 지난 여름 태풍 피해를 입으며 적게나마 수확한 결과인데 보상을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 영동군의 한 농산물공판장이 농민 10여명에게 판매대금을 한달넘게 지급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한 마을에서만 4명, 500만원

다른 마을주민 신홍우(가명)씨는 “수확량이 적어 받을 금액이 비록 소액이지만 전에 지출한 자재 값과 농약 값을 메꾸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돈이다. 경매를 했으면 금액이 당연히 있을텐데 왜 지급을 미루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공판장은 공동판매장의 약자로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개설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곳에는 작목반에서 생산, 포장한 농산물에 대한 경매가 이뤄진다. 영동군내에만 이러한 공판장과 청과상이 여러 군데 존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D공판장은 지역에서도 오래된 공판장 중 하나이며 피해자들 역시 이곳과 오랜 거래를 유지해 왔다.

피해자인 농민들은 판매대금을 받더라도 얽히고설킨 지역 사정상 공판장 업주와의 관계도 걱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갑과 을 중 을의 입장에 놓인 것. 이런 이유로 같은 마을 주민 중에는 ‘언젠가는 주겠지’하는 생각으로 관망하며 속을 태우는 농민도 있는 실정이다.

입장이 곤란한 것은 영동군이다. 본래 농민과 공판장 사이의 일은 공적인 업무가 아니기에 개입할 이유나 근거는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민원성 항의’와 딱한 농민들을 고려해 D공판장 업주에게 판매대금을 지불할 것을 ‘권유’했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한편 채 모 공판장 대표는 이에 대해 “지난 1987년부터 공판장 일을 해오고 있다. 영동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설마 돈을 주지 않겠느냐”고 억울해했다. 공판장 운영이 민간으로 이뤄지다보니 공탁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게 그의 항변이다.

채 대표는 “다른 지역 상인들과 외상으로 거래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물건을 팔아도 내 손에 바로 돈이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영동지역 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주민들 18명 정도 있는데 이번 달 안으로 꼭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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