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으로 귀농한 1년 유부현 씨 좌충우돌 적응기
이웃 인정 안 되면 땅 한 평 임대하기도 어려워
빈집·노는 땅 활용하면 큰 돈 없어도 정착 가능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사람의 유출만 있던 농촌에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농촌의 위기는 오래 됐다. 젊은사람들이 떠나가고 노동력이 부족한 노령인구가 대다수였다. 농촌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농촌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했다. 이런 가운데 귀농·귀촌인들의 증가는 농촌의 새로운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도시인들이 은퇴 후 전원생활을 위해 농촌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넘어섰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귀농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해 2010년 귀농·귀촌인구가 모두 4067가구, 9732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무려 1만명에 육박한 수치다. 이러한 ‘바람’은 더 강해져 2011년에는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는 귀농·귀촌 인구 2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귀농을 택하지만 이들 모두가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농사에 대한 지식 및 경험부족과 원주민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거나,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정착에 실패, 도시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

귀농인들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귀농·귀촌인 역시 원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성공적인 귀농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대안 중 하나는 공동체의 도움이다.

▲ 유부현씨와 박현주씨는 지난 해 청주에서 영동으로 귀농했다. 1년동안 귀농 정착기는 사건의 연속이었지만 동네주민들과의 정서적 동화에 성공하며 성공적인 귀농생활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 농촌은 공동체, 그 자체였다. 품앗이, 두레 등은 농촌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사람이 빠져나가며 전통적 농촌공동체도 위기를 맞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도, 귀농인들도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을 넘어선 ‘마을공동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충청리뷰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성공적 귀농을 위해 마을공동체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5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유부현(40)·박현주(40)씨 부부는 지난 해 청주에서 영동으로 귀농했다. 청주토박이인 이 둘의 농사경험은 일천하다. 영동군 황간면 자택에서 만난 부부는 귀농과정에서 있었던 정책의 아쉬움과 적응과정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유부현씨는 “퇴비도 오랜 시일이 지난 뒤 효과를 발휘하듯 귀농도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유씨는 “귀농은 큰돈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농촌에 산재한 빈집에 살면 되고 땅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수입이 없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씨 부부는 귀농에 있어서 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농지은행처럼 땅을 빌려주거나 혹은 이를 중계 또 나아가 귀농인의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유씨는 “지역 연고가 없는 곳에 내려와 주민들과 정서적으로 교류하기 힘들었다. 내가 누구 아들이나 누구 동생도 아니어서 땅을 구하기 힘들었다. 땅이 있어야만 농지원부도 만들 수 있고 농부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주민들이 임대계약서도 써주지 않으려 했다”고 털어놨다.
도시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 땅을 빌릴 때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은 보편적인 일이지만 농촌 마을의 경우 구두로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 귀농인의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를테면 계약서 작성 없이 귀농인에게 3년 정도 땅을 빌려줬으나 귀농인의 노력에 의해 예년에 비해 농작물의 수확량이 늘어날 경우 원주인이 땅을 거둬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임대계약을 맺을 때도 동네물정을 잘 모르는 귀농인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지계약을 맺을 때 1년 임대료로 50만이면 충분한 땅을 70만원 이상을 받는 경우다.
이러한 피해는 귀농인들 사이에게 비일비재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네 원주민들과 정서상으로 동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원주민들도 귀농인들을 뜨내기가 아닌 이웃으로 인정하고 도와주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유씨는 이웃과 가까워지기 위해 포도 나르는 일과 상자 접어주는 일 등을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은 단지 농사만이 아닌 육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지역 연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유씨의 경우 영동지역 귀농인연합회에서 일을 하고 동네 포도작목반에 가입하는 등 연고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농사를 지을 때 품종선택을 함에 있어서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유씨는 “그 사회에서 많이 하는 것을 해야 한다. 사과농사 많이 짓는 충주가서 딸기 농사지어서는 안된다. 귀농 초기에는 주민들과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다들 사과 수확량을 어떻게 하면 늘릴지 고민하는데 혼자 딸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유씨부부는 귀농 초기의 비용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은퇴세대와 일부 젊은 귀농인들이 농촌에 내려가 범하는 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큰 돈을 들여 땅을 사고 그림 같은 집을 농촌에 지을 경우 농촌 원주민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이 지내기 어렵다는 것.

유씨부부는 이에 대해 농촌에 산재한 빈집을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빌려서 개조하면 비용도 적게 든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땅을 빌릴 때와 마찬가지로 임대를 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경우에서 유씨부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쟁책과 관심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터져나왔다. 유씨는 “전남 강진군의 경우 농촌기술센터가 군내 빈 집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귀농인들의 사정에 맞게 임대가 가능하다. 무상으로 5년간 임대해주고 갱신도 가능하다.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귀농을 할 경우 육아도 큰 고민인데 전남의 경우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뿐만 아니라 병설 어린이집도 있어 어린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데 영동에는 이러한 시설이 없어 아쉽다는 밝혔다.

또한 유씨는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아도 ‘젊은세대가 있는 동네를 귀농장소로 택해야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젊은세대란 50대이다. 유씨는 “주변에 농사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70대 어르신의 경우 경험도 많고 농사도 잘 짓지만 남을 가르쳐주는데는 서툴다.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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