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행위원장 “BIFF의 성공요인은 자율과 정치권과의 거리두기”

부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다양하고 분명하다. 먼저 부산은 서울에 이은 국내 제2의 도시이자 최대항구도시이며 해양도시임과 동시에 한국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홈이며 구도(球都)로 유명하다. 해운대와 광안리 등 여름바다를 빼놓을 수 없고 가을이면 열리는 국제영화제의 도시로 부산을 떠올리고는 한다. 응답하라 1997(tvn), 골든타임(MBC), 해운대 연인들(KBS) 등 부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비슷한 기간에 방영된 것은 단순히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영화 친구와 해운대가 흥행기록을 썼던 것도 마찬가지.

▲ 아시아필름마켓에는 총 32개국, 181개 업체, 96개 부스가 설치되며 2000여명이 넘는 바이어와 영화 관계자들이 발걸음했다.

항간에는 오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후보와 무소속 안철수후보의 단일화 신경전을 부산지역 최고 명문 고등학교인 경남고와 부산고의 대결로 해석한다. 이는 이대호(오릭스)와 추신수(클리브랜드)라는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무대에 진출한 경남고와 부산고 출신 두 야구선수의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 도시가 가진 스토리텔링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품고 있는 부산에 비해 충북은 어떠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까.

지자체의 간섭 배제해라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4일 개막돼 13일까지 성대하게 개최됐다. 75개국의 영화 총 304편이 상영됐으며 총 22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단기간 내에 아시아 최고 영화제도 자리매김한 부산영화제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주최 측이 자평이다.

국내에서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비롯해 전주, 부천 등에서 국제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그렇다면 맏형격인 부산영화제와 다른 영화제는 어떠한 비교가 가능할까.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와 다른 국내 영화제는 쌍두마차’라고 말한다. 부산영화제가 국내에서 열리는 제천, 부천, 전주, 서울여성영화제, 서울청소년영화제 등 국고지원을 받는 다른 영화제와 흐름을 같이하면서 선도하는 일종의 백화점 혹은 대형마트라면 다른 영화제는 주제가 분명한 ‘테마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제천은 음악, 전주는 디지털, 부천은 판타스틱 등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영화제 속에서 부산영화제가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가장 먼저 출발한 그 이유뿐일까. 이동관 집행위원장은 지자체의 간섭에서 벗어난 자율성을 부산영화제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이 집행위원장은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해 준다는 이유로 간섭하면 안 된다. 예술인들의 특성이 지원 없이도 신이 나서 하다가도 지자체가 멍석 깔아주고 간섭하면 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정치권과 거리를 둔 것도 성공요인이었다. 영화제 개막식의 경우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고 주목도가 높아 정치인들이 참석하기 마련이다.

올해도 역시 박근혜후보와 문재인후보가 나란히 참석했다. 또 민주당 후보로 지난 총선에 출마한 바 있는 문성근씨가 영화제집행위원에 포함돼 있지만 그들의 정치색과는 거리를 둔다는 설명이다. 이는 영화제 실무를 담당하는 예술가들이 외부로부터의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제천영화제가 지난 2010년 최명현시장 취임 이후 폐지 논란을 겪었고 전주영화제의 경우 지난 6월 유운성 프로그래머를 해고하며 영화인들의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한다면 이 집행위원장의 말은 뼈아프다. 유 프로그래머의 해고 당시 지역 언론의 압력에 의해 비롯됐다는 뒷말이 무성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은 뉴 커런츠 & 플래시 포워드으로 나뉜다. 뉴커런츠 부문에는 ‘빛의 손길’, ‘17세의 꿈’, ‘111명의 여인들’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아시아권 감독들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빛의 손길’, ‘17세의 꿈’, ‘111명의 여인들’ 등의 작품들로 라인업이 구성됐다.
지난 2009년 신설된 플래시 포워드는 비아시아권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이 경쟁하는 부문이다. 올해 주제는 ‘땅 위의 사람들이 겪는 상처와 고통의 연대기’로 ‘아넬리’, ‘위기의 상태’, ‘꽃봉오리’, ‘상처’, ‘균열’ 등의 작품들이 초청됐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아시아영화를
32개국 181개 업체 참여, 70여편 영화 거래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영화를 판매하는 소중한 창구이기도 하다. 8일부터 11일까지, 4일 간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은 부산영화제가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는 것에나 벗어나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한 요소이다. 남상필 아시아필름마켓 실장은 영화제가 커지기 위해서는 관련 종사자들의 방문이 많아야한다고 강조한다. 남 실장은 “영화제 속 영화를 거래하는 마켓이 생기고 이 마켓이 커져야 관련 종사자들의 방문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에는 총 690개 회사와 1098명의 배지등록자를 기록했다. 또한 영화산업박람회를 비롯해 총 32개국, 181개 업체, 96개 부스가 만들어졌다. 아시아필름마켓은 첫날인 8일 총 2635명의 바이어 및 영화 관계자들이 찾으며 많은 영화의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는 한국영화를 비롯해 약 70여 편의 영화가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영화사들을 비롯해 시모노세키필름커미션, 필름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 온 많은 영화사들도 아시아에 영화를 판매했다.

올해 아시아필름마켓에서 눈길을 끈 프로그램은 ‘북 투 필름’이었다. 올해 신설된 이 프로그램은 책으로 출간된 원작의 판권을 판매하는 시장이었다. 총 10편이 선정된 가운데 박성경 작가의 ‘쉬운 여자’, 강태식 작가의 ‘굿바이 동물원’, 노리즈키 린타로 작가의 ‘요리코를 위해’ 등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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