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토지수용위원회, 헐값에 시유지 3426㎡ 강제수용 결정
비하동 비대위 “기습적 재결, 시민들 우롱한 처사” 맹비난

지역 유통계를 집어삼킬 태풍의 눈으로 불리는 비하동 롯데마트 입점이 가시화된 가운데 충북도와 청주시가 소상인들과 시민들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기업의 편의만 봐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8일 한차례 보류 결정이 내려진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내 롯데마트 부지에 대한 토지수용을 재결해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됐던 롯데마트 개점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보류→재결, 달라진 건 없는데
지난달 25일 열린 충북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는 롯데쇼핑몰이 들어설 비하동 유통업무지구 내 시유지 강제수용 건에 대한 재결 심의가 이뤄졌다. 당시 위원회는 "관련전문가와 상위부처에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강제수용을 진행해야 한다"며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지난 8일 오전 10시 재결심의를 위한 토지수용위원회가 다시 열렸고 시유지 수용여부를 재결했다.

▲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내 건설중인 롯데쇼핑몰이 걸림돌이던 시유지 강제수용문제를 해결했다. 이로써 빠르면 11월 중순 개점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마트 등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유통설비지구 내 시유지는 3426㎡에 이른다. 1차 토지수용위원회가 열리던 날 청주시는 보상금액으로 23억원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행사 측은 12억원을 매입금액으로 책정했다. 둘 간의 보상가 차이는 보상가 산정 시점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청주시는 시유지 매각협의를 시작한 지난 1월을 기준시점으로 봤고, 시행사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은 시점은 2010년 1월을 기준시점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8일 열린 토지수용위원회에서는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줘 헐값 매각 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소식을 접한 비하동유통업무지구 비상대책위원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손한수 충북주유소협회장은 “잠정보류를 결정을 해놓고 보름도 안돼서 기습적으로 재결한 것은 시민들을 우롱한 처사”라며 “받아야 할 금액도 못 받고, 대기업의 편에서 막무가내로 몰아붙이고 있다. 지자체라면 지역민의 편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보류 결정을 한 1차 토지보상위원회 당시와 재결을 결정한 2차토지보상위원회 시점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충북도 지원부서 관계자는 “보류 결정 당시에는 좀 더 철저히 알아보자는 입장이었고, 지난 기간동안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비대위 측에서 주장하듯 기습적으로 열린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정됐던 것이고, 절차에 의해 재결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재결서를 작성 중에 있으며, 토지보상위원회가 제안한 보상금액은 13억원 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특혜논란, 충북도까지
비하동유통업무지구는 특혜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절차를 무시한 시유지 사용과 관련한 건이다. 청주시는 절차상의 문제점을 시인했지만 이미 건설 중인 롯데쇼핑몰 건설을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이들은 지난달 5일부터 시청 앞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는 “국공유지를 강제 수용해 민간인 사업자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며 “청주시의 불법에 이어 이제는 충북도까지 나서서 대형마트에 특혜를 주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발 속에서도 롯데쇼핑은 행정기관과의 조율 속에 개점을 위한 절차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달 25일에는 복합쇼핑몰 등록을 신청했다. 롯데쇼핑이 마트가 아닌 쇼핑몰로 등록한 데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겠다는 계산이다. 롯데마트 측은 그 사이 충북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과 청주시전통시장연합회와 자율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최소한의 모양새를 갖췄다.

청주시는 그동안 롯데쇼핑의 쇼핑몰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상인들과 자율상생협약까지 체결한 마당에 등록 신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간접적인 독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지자체가 대기업의 편에 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상생협약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청주시가 더 이상 복합쇼핑몰 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하더라. 신청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하는데 더 버티는 것보다 그 기간 이내에 무엇이든 실익을 얻는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낫다며 협약을 체결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중소기업청 관계자도 ‘사업조정 신청은 시간 끌기밖에 안된다’며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협약 내용은 롯데마트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마케팅·판매 컨설팅 교육을 하고, 내녀 건립예정인 공동물류센터에 운영기법을 전수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측은 무엇보다 급선무인 공동물류센터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약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오는 15일 이전에 청주시가 복합쇼핑몰 등록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보상위원회의 재결에 따라 시유지의 강제수용 문제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추석 전부터 입점시기를 조율했던 롯데쇼핑몰 측은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11월 20일 오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는 시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적인 계획은 롯데백화점이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고객층을 겨냥해 다양한 의류브랜드를 입점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몰은 롯데마트와 롯데아울렛, 디지털파크, 토이저러스, 롯데시네마 등으로 구성된다. 청주시가 복합쇼핑몰 등록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롯데쇼핑몰은 어떤 제한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하다. 개점을 한 달여 앞둔 롯데쇼핑몰이 지역 유통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련업계는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

“청주 의류 유통시장 최대 적은 아울렛”

지난 8월 시민들의 우려 속에 현대백화점 충청점이 문을 열었다. 청주에는 처음 들어서는 대형백화점에 대해 시민들의 시각은 반반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차원 높은 쇼핑문화를 기대하는 사람과 지역상권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었다.

당시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솔직히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성안길 등에 포진한 기존 브랜드와의 중복을 최대한 피했고, 현대백화점의 궁극적 타깃층은 청주권 소비자들이 아니라 세종시와 천안 등 인근 도시의 소비자들이다.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청주권 소비자만으로는 손익분기점조차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명칭도 충청점으로 정했다.

경 부회장은 또 “성안길 상인들이 상권이동을 우려하는데 성안길 로드숍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대백화점이 아니라 아울렛 매장”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쇼핑몰을 겨냥한 발언이다.

현재 청주권에는 대형 의류아울렛 매장이 여러 곳 운영되고 있다. 이들로 인해 성안길 로드숍 등 기존 의류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울렛매장은 ‘향토기업’을 내세우며 그들 또한 지역 상인이라며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이 준비하는 아울렛은 기존 아울렛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역 유통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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