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충청대 겹치기 국제 행사 동네잔치 우려 낳아
“통합 개최 바람직하다” “누구를 위한 공동 개최인가?”

진천군이 국제적 잔치를 눈앞에 두고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오는 6월18일~24일까지 열릴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대(학장 정종택)에서 개최하는 세계태권도문화축제와 불과 1주일 간격으로 겹치기 때문에 중복행사로 인한 부작용이 불가피한 만큼 공동개최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사실 같은 지역에서 ‘화랑’자가 더해지고 빠진 차이밖에 없는 행사를 수 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복 개최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이다.

그럼 진천군과 충청대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면서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올시다”이다. 서로 “알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대외적인 수사일 뿐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실제. 진천군의회는 지난해 12월 제130회 정례회에서 태권도축제 관련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본보 2003년12월10일자 보도) 당시 군의회는 충청대 행사와 겹치는 시기에 주민여론도 좋지 않은 행사를 6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최한다는 것은 낭비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을 통과했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충청대와 진천군 모두 겹치기 행사의 문제점을 예견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지금 와서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충청대 통합개최 기습공격

이런 갈등구조 속에서 충청대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정종택 학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태권도대회가 비슷한 시기에 도내에서 각각 개최됨에 따라 태권도인들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예산낭비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통합개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충청대와 진천군이 따로따로 대회를 개최하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대회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양측이 합의하면 통합개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은 지역 언론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됐고, 통합개최 여론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제 공은 진천군으로 넘겨진 셈이다. 그런데 진천군은 “왜 하필이면 이제 와서...”라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미 대회 일정이 확정돼 외국선수 유치가 확정된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의를 받았고, 그것도 당사자 아닌 언론을 통해 이를 접했으니 심기가 불편한 것이다.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한 인사는 “인근 지역 자치단체장으로부터 같이하지 진천군은 왜 그러느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속은 모르고 주위에서는 답답한 소리만 하니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여기에서 그가 말한 속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돈(예산) 문제이다.

진천군 공무원들은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사석에서 만나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며 충청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예산은 진천군이 부담하는데 생색은 늘 충청대가 내지 않았느냐”는 가시 돋힌 소리인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이 형님, 아우 사이로 지내던 두 기관을 갈라놓은 배경이 된다.

한때 밀월관계 왜 갈라섰나

지금은 등을 돌렸지만 충청대와 진천군은 지난 몇 년간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충청대는 지난 98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태권도문화축제를 단독개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진천군과의 인연은 지난 99년.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성화를 김유신 장군의 태가 묻힌 진천 태령산 태실에서 채화하면서부터.

당시 태권도 공원 유치에 전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던 진천군으로서는 충청대의 이 행사가 매력적으로 보였고, 성화 봉송행사를 유치하며 아낌없는 예산지원도 이뤄졌다. 확실한 행사 재원에 고심하던 충청대로서도 진천군의 지원이 내실 있는 행사를 추진하는 근간이 되었기에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화랑 김유신 연구소 공동 설립, 화랑 품새 개발, 세계태권도 문화축제 개최 등 충청대와 진천군이 손을 잡고 이뤄낸 결실들이다. 이들 밀월관계에 금이 간 것은 지난해 춘천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태권도대회. 대한 태권도협회는 지자체들의 행사난립이 가시화되자 충청대와 춘천시 두 개 대회만을 코리아오픈 국제대회로 인정하고 격년제로 치를 것을 주문한다.
이에 따라 충청대는 지난해 진천군과의 공동개최에서 발을 뺐고, 진천군은 홀로서기를 감행한 것이다.

이후 충청대는 올 대회를 위해 청주시에 예산지원 및 공동개최를 타진했고, 여의치 않자 청원군, 제천시, 충주시 등 지자체와 협의하여 도내 분산개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천군을 압박하고 있다.

전국체전 진천개최도 물 건너 가나

여기에다 대한태권도협회의 태도도 진천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외국 참가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태권도 이미지 실추도 걱정돼 조정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우후죽순처럼 행사를 열게 할 수도 없고 새 집행부가 짜여지면 궁극적으로 코리아오픈대회를 한군데로 묶을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피력했다.

인터뷰 행간 속에서 진천대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차갑다는 것이 읽혀진다. 실제 대한태권도협회는 이미 확정된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 진천개최에 대해서도 경기장 인프라와 숙박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장소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적인 잔치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사면초가에 몰린 진천군이 충청대의 통합개최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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