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공사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금액으로 준공 이뤄져
지차체 형식적 서류심사,‘선수주, 후 생산’인식
정치권 공무원과 유착 의혹,유령 건설사도 난무

불필요한 규제 과감히 풀고 관리 감독 엄격해야서울 성수대교와 제천 신동램프 붕괴 사건 등 건설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은 숱한 인명 피해, 경제적 손실은 물론 대한민국을 ‘부실공화국’이라는 건설 후진국으로 인식 시키는 불명예를 낳고 말았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부패방지위원회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분야별 부패인식도 조사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6.5%가 건설·건축분야를 가장 심각한 부패 분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급 공사의 경우 규제 위주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고 산업 환경마저 부실화하는 극단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경고다.

이는 환경(그린), 노동(블루) 분야 등과 함께 세계 무역 질서의 뉴 라운드로 작용하고 있는 경제 사회적 청렴도(클린)에도 적잖은 타격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제도적 허점과 관리 부실로 얼룩진 관급 건설 현장의 모순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정도 역시 더욱 심화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백약이 무효”라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충주나 제천과 같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외지 도급 업체와 지역 하도급 업체간의 얽히고 설킨 ‘공생의 룰’ 속에서 총공사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터무니 없는 금액만으로 실제 준공이 이뤄지는 기이한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판의 셈법’으로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는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빼면 뺄수록 이윤이 보태지는 이른바 ‘마이너스의 마술’이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자치단체가 공개 입찰을 통해 교량의 신설 공사를 추진한다.
이때 자치단체는 공개 입찰 과정에서 100이라는 금액을 적어낸 외지 업체 A사를 도급사로 선정 공사 계약을 맺는다. 준공 때가지 A사가 부담하는 공사 원가는 85. 15%는 A사의 몫으로 남는 이윤이다.

그러나, A사는 지역에 아무런 사업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재와 인력 등을 본사에서 동원하는 원청 시공방식을 포기하고 지역 업체를 상대로 하도급 파트너를 물색한다. 그러는 사이 도급 계약에 깊숙이 개입한 실세로부터 지역 특정 업체와의 하도급 계약 주선이 들어온다. 어차피 하도급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키로 한 이상 A사로서야 실세의 은밀한 주선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A사는 공사 전부를 특정업체에게 하도급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관련법을 무시한 채 실세가 추천한 B사에게 전체 공사를 하도급 발주한다. 이 과정에서 B사는 A사에게 당초 이윤(15%)을 크게 웃도는 20∼30%까지의 부금(세금및회사운영비)을 건네기로 약속하는 대신 A사는 사실상 공사에서 손을 뗀다.

같은 방식으로 B사는 C사에게 10%의 이윤을 포함하여 40∼50%안팎의 부금을 받고 재하청을 넘기는 재재하청을 주는 식의 뺄셈이 반복되면서 85%만큼의 원가가 투입돼야 하는 교량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50%의 비용으로 준공되고 만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첫 번째 하도급인 A사와 B사의 단계에서 실세의 개입이 없을 경우 A사가 남기는 이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므로 수많은 지역 업체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교량 공사 하도급 수주를 위한 가격 인하 작전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관급 공사 입찰과 공사 과정에서 이 같은 불법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하청업체는 극심한 원가 부족 사태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철근, 콘크리트, 목재와 같은 원자재들은 기준품질이나 정량에 크게 못 미치게 투입하고 부적격 인력을 고용하는 등의 불법을 통해 이윤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고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를 엄격히 단속해야 할 지자체는 인력 부족 등을 핑계로 형식적인 서류 심사에만 그치기 일쑤고, 감리업체 역시 동종 건설사들이 사실상 순환제로 선정되는 일이 많아 이러한 관행 때문에 불법적인 전면 하도급 제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건설 입찰과 하도급 비리를 일소한다는 명분 아래 각종 규제법령과 제도들을 쏟아냈지만, 이같은 규제들이 오히려 비리 청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건설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선 수주, 후 생산’이라는 건설 산업의 특수성도 비리를 양산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일단 낙찰부터 되고 보자는 식의 인식이 업계에 만연하다 보니, 입찰, 계약, 인허가 등 수주 단계에서부터 적정 마진과 공기 등을 감안하지 않는 무리수가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공무원 등과의 유착 의혹이 일고 능력도 되지 않는 유령 건설사들이 난무하는 등 부작용이 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마전과도 같은 관급 건설 공사 제도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비책은 없는 것인가?

사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고, 관리감독은 추상과도 같이 엄격하게 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을 찾기가 어렵다. 실제로, 현행 건설 입찰 관련 법규는 비리 개입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엄격한 제동장치가 곳곳에 마련돼 있지만, 수주 업체가 담당 공무원의 협력만 얻는다면 공사비를 부풀릴 수 있는 소지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수주 업체가 당초 설계에 포함되지 않는 암반 돌출 등 각종 사유를 들어 설계변경 등을 요구하고 담당 공무원이 검증없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공사비는 당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산업에 만연해 있는 오랜 관행과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업체의 자정노력과 함께 감독 기관의 철저한 공사 관리, 사법당국의 엄격한 법집행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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