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분회장 “10년 동안 바뀐 것은 회사와 사장이름”
‘학교는 회사 탓, 회사는 학교 탓’ 4대 보험까지 미납

10년 전과 동일한 상황에 부닥친 청주대학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고단하다. 2011년 7월1일부터 올 8월31일까지 청주대학교에서 청소용역사업을 수행한 (주)마니엔터테인먼트(대표이사 정현육)가 31명의 퇴직금 3800여만원을 현재까지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 회사는 퇴직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을 2달이나 납부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충북지역평등지부 청주대분회 이정순 분회장은 “사장이 언제까지 준다고 답을 주지 않는다. 1년2개월 동안 하면서 몇 천 만원 적자를 봐서 줄 돈이 없다”며 “사장이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것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는 해마다 고용승계를 위해 싸우고, 다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싸운다. 10년 동안 그 자리에서 일해도 달라진 것은 매년 바뀌는 업체뿐이다. / 충청리뷰DB

청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청소용역을 수행하단 서진한전용역이 갑자기 폐업을 통보하고, 그동안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급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충북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43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는데, 이는 52만정도 하던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의무가입사항인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월차 수당, 주휴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따져보니 3년 동안 5800만원 정도가 체불된 것이다. 이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2달여 동안 치열한 투쟁을 진행했다.

이 분회장은 “그때도 새로이 용역계약을 맺은 업체와 청주대학교 측에 사태 해결을 요청했고 지금도 똑 같은 요청은 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똑같다. “학교는 ‘당신들은 용역업체직원이고,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니 용역업체가 책임질 일’이라는 입장에서 한 치의 변화도 없고, 새로운 용역업체는 ‘우리랑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에서 한 치의 변화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주대 관계자는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여서 답변할 것이 없다. 우리에게 이런 질문도 하지 말라”며 짤막하게 답했다. 올 9월1일부터 2014년 6월30일까지 22개월 동안 신규로 청소용역을 수행하는 (주)영진산업의 최병근 사장도 동일한 답변을 했다. 한편 체불임금 사태를 발생시킨 (주)마니엔터테인먼트의 장경석 사장은 이 사태 원인을 청주대학교 원청에 돌렸다. “14개월동안 800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애초에 적자인 도급계약을 했는데 회사로서 방법이 없었다. 학교가 이를 알고 있어서, 뭔가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가 악순환 주범

그렇다면 청주대학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할까. 이에 대해 이정순 분회장은 최저가 낙찰제가 원인이라고 단정한다. “최저가 낙찰제는 입찰예정가에서 가장 적게 써낸 곳이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업체들이 사업을 따내려고 무리하게 경쟁을 하게 돼요. 학교 측이야 노동자들의 임금을 제대로 주는지는 알 바 아니고, 나중에 적자가 나면 업체들은 그때 가서 우리들한테 손실을 메우려 하거든요.”

이같은 주장은 10월4일 (주)영진산업이 공공운수노조 청주대시설분회와의 단체교섭 상견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자료에는 “총11억4800만100원의 금액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현행의 임금수준과 고용인원을 유지할 경우 사업기간 동안 2600만73만원의 적자”로 명시하고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주)영진산업은 손해 볼 줄 알면서도 이 금액을 입찰금액으로 써낸 것이 된다.

이에 대해 기존 용역사업을 수행했던 (주)마니엔터테인먼트의 장경석 사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자신처럼 “(주)영진산업도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영진사업의 최병근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료와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저희가 전문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냐”는 것이다. 다만 “이윤이 나지 않더라도, 실적이 필요할 경우가 있긴 있습니다. 청주대 건은 계약금액이 커요. 저희가 올해 충남 ○○시청 용역 건에서 실적이 좀 부족해…”라며 한발 물러서는 대답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청주대 관계자는 “입찰금액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급원가 이하에 낙찰된 계약여부를 묻는 질문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2011년 6월 청주대학교가 수행한 ‘청주대학교 청소용역 현장설명’자료에는 ‘2010년도 7월1일부터 2011년도 6월30일까지의 청소용역 도급수행 단가가 5억8050만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2011년 7월1일부터 올 6월30일까지의 도급수행단가는 비공개상태이지만 청주대 청소분회 이 분회장은 “전년도보다 1000만원 낮은 금액으로 계약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저임금은 5.1%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도급단가는 낮아지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용역업자들은 수익이 되는 국가공공기관의 용역을 따 내기 위한 실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손실이 나더라도 더 큰 수익을 위한 기회비용 차원에서 저가낙찰에 응한다”고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축소하는 편법을 동원한다”며 결국 “노동자만 애꿎은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법원도 ‘최저가 낙찰’법 어겼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청소용역실태는 어떨까. 2011년 2월 민주노총은 서울고등법원, 행정법원, 가정법원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이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2011년 1월에도 4110원(2010년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임금밖에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법원 등에서 지급받는 용역비용 외에 다른 수입원을 갖지 못한 용역업체로서는 전년에 비해 2011년 최저임금이 5.1% 올랐으나, 법원은 예산을 핑계로 대법원 2.1% 인상, 서울고법은 2.29%만 인상하는 변경계약만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민주노총은 꼬집었다.

2007년 9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기관 등 공공부문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겪는 저임금 및 고용불안, 비인격적 대우, 노동3권의 실질적 제약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동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재정경제부장관에게 각각 관련 법령 및 정책 개선을 권고한다.

그 핵심내용은 “청소용역과 같은 노무도급에 대해 현행 최저가 낙찰제를 예외적으로 적용하도록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규정하라”는 것이다.

지역일반노동조합 이성일 위원장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낙찰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예정가액의 87.745%에 근접한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다. ‘국가계약법회계 예규 및 조달청 지침’에 따라, 적정한 노무인건비등이 설계되기 때문에 현재의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폐해를 일정부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경기도 지역의 몇몇 사립대학은 이런 방식을 준용해 아예 조달청에 도급업체 계약자체를 위탁해 논란의 소지를 줄인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를 수용한 정부기관은 하나도 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거늘 우리는 변한 게 없어요. 도급업체가 선정이 되는 6월이 되면, 고용승계를 위해 싸워야 돼요. 그렇게 해서 자리가 유지되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업체가 임금을 깎으려고 하는 것에 맞서 싸워야 되고요. 우리 임금이 오르려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것 밖에 없으니까 그걸 위해서 또 싸워야 돼요”라며 이정순 분회장은 한숨을 짓는다. 마지막으로 이 분회장은 해마다 변하는 것이 하나 있다고 알려준다. “10년 동안 저희는 여기서 그대로 일해 왔는데, 저희들이 일하는 회사이름과 사장은 매년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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