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호·정우택 등 현역 의원과 함께 상임고문 맡아
“전직도 애쓴다는 소리 듣도록 청주·청원 유세 참여”

추억의 정치인이 돌아왔다. 10월8일 새누리당 충북도당에서 열린 박근혜 후보 충북선거대책위원회(위원장 윤진식) 발대식에서 송광호(제천·단양),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과 함께 3인의 상임고문으로 임명장을 받은 신경식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지역에서는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이 박근혜 선대위에 합류한 것만큼이나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관심을 끌만한 뉴스다.

신 전 의원이 청원을 지역구로 13~16대까지 내리 4선을 하는 동안 그의 소속 정당은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매번 이름을 바꿨다. 현 새누리당의 변천사가 곧 그의 정치이력이라고 할 정도. 추억의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신 전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 중앙당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 신경식 새누리당 중앙당 고문이 박근혜 후보 충북선대위의 상임고문을 맡아 박 후보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신 전 의원은 “선거기간 동안 충북에 상주하며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신 전 의원은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도 “충북의 정치지형을 살펴보니 활동 중인 원로가 없다. 박준병, 김종호 선배가 계시지만 이분들은 당을 떠났고, 사실 JP(김종필)의 자민련으로 들어왔던 거다. 당의 원로로서 선거 때 당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름만 올려놓는 ‘얼굴마담’ 역할을 뛰어넘겠다는 얘기다. 신 전 의원은 “선거 때는 청주에 내려와 있겠다. 당에 앉아서 지역상황도 체크하고, 청주·청원이 통합된 만큼 지역을 두루 다니면서 선거운동에도 참여해 ‘전직도 애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전 의원은 박근혜 대선후보와 인연에 대해 “15대 때 최고위원을 같이했고 옆자리에 앉았다. 호남분기역 입지를 놓고 오송과 천안이 경쟁할 때도 다른 사람은 반대해도 오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왕의 남자, 여왕의 남자 될까?

신 전 의원의 별명은 ‘왕의 남자’다. 그는 2008년 자신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 <7부 능선엔 적이 없다·동아일보사>를 냈는데 7부 능선이란 정상급 정치인들의 비서실장을 5차례나 역임한 자신의 정치철학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신 전 의원은 책머리에서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무슨 큰 직함이 아니지만 정상급 정치지도자의 최측근으로서 결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자리가 번번이 내게 돌아온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7부 능선엔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신 전 의원은 그렇게 ‘왕의 남자’로 살길 원했지만 진정한 왕의 남자가 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1973년 대한일보 정치부장 자리를 내놓고 정일권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4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 당선 뒤에는 당 총재(겸임) 비서실장을 역임한 것.

이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회창 후보 비서실장을 역임했지만 킹메이커가 되지 못했다. 2003년 말 17대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홀가분하게 새해를 맞았던 신 전 의원은 이른바 차떼기 정국과 관련해 구속된다. 롯데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소위 말하는 ‘실탄’을 100분의 1씩 지구당에 나눠준 것이 실정법에 위반됐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불법이지만 단 한 푼도 배달사고 없이 분배한 것이 확인되면서 두 달 만에 집행유예로 출소할 수 있었다. 신 전 고문은 회고록에서 “수감되어 두어 달 남짓 조사를 받으면서 승자가 패자를 보복하는 치졸한 정치판의 양면성을 개탄하며 내 정치인생을 늦게나마 반성하고 정계에서 물러났다”고 돌아본 바 있다. 신 전 의원은 현재 케이블TV 육아방송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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