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리더십의 위기 '3題' (3)... 한 시장은 운이 없다
예산 부풀리기에 발목·비하동 롯데플라자 인허가로 ‘갈등’·공무원 비위 사건에 ‘흠집’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언제 터지느냐가 문제다. 한범덕 시장은 어찌보면 취임초기부터 지금까지 민선 4기 전임 시장 때 벌어진 일들 때문에 헤맸다. 단체장으로서 한 시장은 운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청주시청의 한 고위공무원은 한 시장을 이렇게 옹호했다. 한 시장은 정말 운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민선 4기에 대한 소위 ‘설거지’를 제대로 못한 것일까.

민선 4기 남상우 시장은 ‘1조원 예산’을 맞추기 위해, 임기 말 예산을 허수로 세워 부풀리는 편법을 자행했다. 그 결과 민선 5기 한 시장 취임 초기 예산은 펑크가 났다. 당시 시장과 공무원들은 신규사업을 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어서…”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 지금 한범덕 시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민선4기 때 벌어진 사건들이 많다. 이 문제들을 잘 해결하는 것은 단체장의 몫이다. 사진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하동 저지대책위 모습.

이 일에 대해 민주통합당 소속 윤송현·육미선·정우철 의원들은 ‘예산조사특위’까지 구성해 활동했다. 그 결과 예산부풀리기 의혹의 실체를 잡아냈고, 청문회까지 열었다. 윤송현 의원은 “단체장의 과시적인 성과내기는 행정을 왜곡시킬 우려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예산편성인데 남 시장 때 예산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변칙적으로 처리해놓고도 죄의식이 없었다. 심각한 문제인데 공무원들이 조사특위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컸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고 평가했다.

시유지 매각 놓고 사과했지만…

예산문제가 첫 번째 발목을 잡았다면 다음은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시유지 매각을 놓고 청주시는 시의회, 일부 시민들과 갈등을 빚은 일이다. “청주시가 사업자에게 시유지를 헐값에 넘기려고 했다”며 비하동유통업무지구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하동 저지 대책위)가 꾸려졌고, 이들은 지난 9월 5일부터는 시청 정문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는 민선 4기 남 시장이 재임하던 2009년 12월에 인허가가 모두 끝이 난다. 따지고 보면 시작은 민선 3기 한 대수 시장 때부터다. 청주시는 행정소송까지 벌였지만 2009년 7월에 대법원에서 패소 결정이 나자 5개월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한 시장 취임 이후 2010년 10월, 11월, 2011년 10월 3건의 개발계획 변경이 이뤄진다. 진입로, 블록확정, 주차장 면적 등을 놓고 변경인가가 이뤄졌고 결정적으로 시유지 1500평을 사업자에게 무상귀속하려고 했다는 게 밝혀져 여론이 들끓게 됐다.

청주시의회 박상인 의원은 “2011년 12월에 문제제기를 처음 했다. 11월부터 터파기 공사가 진행돼 의아하게 여겼는데 알고 보니 공유재산매각에 대한 시의회 승인도 거치지 않고 시유지를 사업자에게 공공용지로 무상귀속하려고 했다. 이후 단식투쟁을 비롯한 5분 발언, 시정질문을 벌였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담당 공무원 2명은 명예퇴직을 하게 된다. 한 시장은 “시유지 매각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이후 청주시는 시유지 1500평에 대한 매각 대금으로 사업자인 리츠산업에게 평당 227만원으로 계산해 23억원을 요구했고, 사업자는 평당 115만원인 12억 3000만원을 제시했다. 비하동 저지 대책위는 실거래인 평당 500만원을 받아야 한다며 75억원을 제시했다.
지난 8일 열린 충북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는 마찰을 빚어온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에 대한 시유지 수용여부를 재결했다. 결국 비하동 유통업무설비지구 사업자인 리츠산업이 재결 신청한 시유지 수용가 12억 3000만원이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시유지 헐값매각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한 시장이 행정관료출신이라 공무원을 신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맹목적인 것 같다. 비하동 건의 경우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한 징계를 내려야 했는데 명예퇴직으로 서둘러 마무리했다. ‘자율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일련의 공무원 비위사건을 봐도 그렇고 리더십이 정말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인허가 자체가 민선 4기 때 이뤄졌는데 한 시장이 모든 것을 한 것처럼 부풀려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시의원은 “중앙부처 출신인지라 시 업무에 대해 정확히 꿰뚫어보지 못한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차라리 조사특위를 구성해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짚었어야 했다. 시의회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지만, 이 건을 놓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정치공세를 펼쳤다”고 말했다.

비위공무원 어찌 하오리까

최근 밝혀진 공무원 비위 사건도 한 시장의 리더십에 흠집을 냈다. 지난해 9월 청주시 감사관이 이중 토지보상금 문제로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부동산 개발업자 B씨로부터 Y, Y, H, K, Y씨 등 청주시 공무원 5명이 2007년부터 2010년 동안 100~300만원을 돈을 생활비, 축의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달 18일 징계위원회가 열려 공무원 5명에 대해 정직 등 중징계와 함께 징계부과금 200만원을 처분했다. 각각 5급 사무관 Y, Y씨와 6급 담당 H, Y씨는 정직 1개월을, 6급 담당 K씨는 정직 2개월 등 신분상 조치를 받았다.

행정안전부의 암행감찰로 부하직원과 업자로부터 상품권과 돈을 받은 P국장, 부하직원과 채무관계를 비롯한 여직원에게 상습적인 성희롱을 해온 L과장, P국장에 돈을 건넨 직원 등 3명의 비위사실도 적발됐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청주시는 P국장과 L과장에 대해 중징계, 부하직원은 경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청주시는 간부공무원에 한해 성희롱 예방교육 및 상급자 연대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대책을 밝혔다. 성희롱 및 금품수수가 밝혀지면 부서 경고장을 보내고 2회 이상 적발되면 상급자도 함께 처벌을 받게 된다. 이학열 청주시 감사관은 “몇 년 동안 곪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근절 대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측은 “한번 중대범죄를 저지를 경우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 개방형 감사관제 도입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위 사실이 시기적으론 전임 시장 때 벌어졌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통을 이어받은 한 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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