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 밖으로 우암산을 올려다보노라면 우람한 산세가 날마다 달라져 보입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 낸 검푸른 숲이 새로 돋아나는 싱그러운 잎들로 하여 하룻밤이 다르게 연록색으로 그 색깔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한 폭 수채화 같은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좋은 시절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 꽃들 산천에 지천으로 피고 새들 하늘을 날며 지저귑니다. 누가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이름지었을까.

엊그제 5일이 입하(立夏)였으니 이제 여름이 시작됩니다. 예로부터 음력으로는 4, 5, 6 석 달을 여름이라고 하지만 엄격히 구분하면 입하이후 입추까지를 여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언제고 이 무렵이면 농촌에서는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못자리판을 만들으랴, 밭갈이를 하랴, 씨를 뿌리랴, 일년양식을 준비하는 들일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농촌이 아니더라도 5월이 바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 역시 각종 기념일이 몇 일 사이로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이 어버이날이요, 15일이 스승의 날, 20일이 성년의 날입니다. 거기다 26일이 석가탄일이니 5월은 이래저래 분주하기 마련입니다. 자식도리, 부모노릇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뭐니 뭐니해도 가정처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식, 형제간의
천륜으로 맺어진 인간 관계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말입니다. 가정의 소중함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우리의 가정은 오늘 날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농경사회의 대가족제도가 산업사회의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전통적인 가족관념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부모에 대한 효 사상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고 부부관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어제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여러 얘기를 할 것도 없이 이혼율 세계 1위, 자살율 세계 1위, 고아수출 세계 1위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만으로도 오늘 우리의 가정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1년에 15만여 부부가 결별을 해 이혼율 50%를 기록하고 하루 35명, 년 1만 3천 여명이 삶을 포기하고 목숨을 끊는 사회라면 그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노인들이 때를 거르며 공원을 서성거리고 입시지옥을 견디다 못한 청소년들이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를 누가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경제가 어렵던 50년 전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에도 우리 사회는 오늘처럼 이렇지는 않았는데 1만 달러를 구가하는 이 시대 우리사회가 이처럼 삭막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하는 이들이 하루도 쉴 날이 없이 정쟁을 일삼는데 사회가 조용할 리 없습니다.
사회가 온통 계층간, 집단간, 세대간 갈등으로 해가 뜨고 지는데 가정이 평안할 리 없습니다. 20%의 소수가 80%의 부를 갖고있는 사회,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 그 사회가 평안하고 가정이 평안할 리가 없습니다. 들끓는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 그들이 흉악한 범죄의 표적이 되고있는 사회에서 가정이 평안할 리 없습니다.
정치가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합니다. 사회가 건강해야 가정도 건강합니다. 오늘 우리사회, 우리 가정이 이처럼 혼란과 갈등 속에 몸살을 앓는 것은 그 원인이 먼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과 존경과 우애가 넘쳐나야 할 가정.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형제간이 화목하고 사랑과 우애가 넘쳐날 때 진정한 가정의 행복은 꽃이 핍니다. 5월, 가정의 달에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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