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영 충청북도청소년종합지원센터원장

청명한 가을향기를 뽐내는 한적한 주말에 조카 세 명이 마당에서 놀이를 하고 있다. 오늘은 땅콩과 감자를 심는 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전에 할머니가 하시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지 마당에 흙을 파더니 “감자는 썰어서 심어야 한다”며 감자를 썰어서 놓고, 물을 주는 것으로 감자심기 농사는 끝나는 분위기다. 잠시 후 감자 심은 곳을 보니 감자가 물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땅콩을 심는다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번에는 땅이 아닌 화분에땅콩을 심는다고 한다. 몇 개의 땅콩을 화분에 심고 물을 주고 나니 땅콩이 안 보인다며, 호미로 땅콩을 찾느라 난리다. 옆에 있던 한 녀석이 물을 많이 주면 땅콩이 떠오른다며, 물을 잔뜩 부어버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정말 땅콩이 물위에 떴다. 그 모습을 보고 신나서 “내 말이 맞지? 원래 땅콩은 가벼워서 물에 뜨는 거야” 하며 큰소리를 친다.

땅콩 농사도 역시 실패할 것 같다. 비록 농사는 실패했지만 자연에서 과학의 원리를 얘기하는 조카들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의 아동청소년들이 저렇게 자연 속에서 자라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필자는 평소에 보는 세상! 만드는 세상!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책이나 학원에서가 아닌 자연과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 그러한 건강한 세상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수업에다 늦은 시간까지 또는 주말에도 학원을 다니다보니 청소년활동에 참여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어떤 이들은 체험이나 활동은 사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다양한 체험활동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자원임을 많은 연구에서 증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내년에는 제5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해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토론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제5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의 방향은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정책, 소수의 문제 청소년 위주가 아닌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정책, 활동·보호·복지·자립 등 다양한 영역의 균형적 정책, 실효성 있는 청소년정책 등 거시적인 측면에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균형적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떤 청소년은 복지서비스만을 제공해야 하고, 어떤 청소년들은 상담이면 되고, 일반가정 청소년들만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든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미취학 아동에게 지나친 학습이 아닌 체험을 통해 산지식을 얻도록 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청소년단체가 운영하는 활동에 참여하여 자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또래관계·진로·이성 등 고민이 있는 청소년들은 상담을 통해 건강한 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가정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는 복지서비스를 통해 보호체계를 제공해 줌으로써 건강한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굳이 청소년에 따라, 가정의 환경에 따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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