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정치·문화부 기자

지난해 창원마산야구경기장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네트 색깔이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올해 개장한 포항야구경기장의 네트색깔도 검은색이다. 검은색을 쓰는 이유는 시야확보에 좋기 때문인데, 미국의 야구경기장에서는 아예 네트를 치지 않기도 한단다. 즉, 구장마다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네트는 하나같이 녹색을 고수했다. 네트 색깔은 모두 ‘녹색’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우스개 소리가 들린다. 전국의 야구장들이 네트가 모두 녹색인 것은 바로 공무원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절대 네트 색깔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왜냐면, 네트는 이전부터 녹색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스스로 바꾸지 못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지역은 다 녹색인데 왜 우리지역만 검은색으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번에 네트색깔을 바꿀 때도 시공업자와 공무원 사이에 실랑이가 오갔고, 담당 공무원이 이전의 관행을 이유로 녹색을 고집하자 미국 구장까지 견학을 다녀온 뒤 바꾸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게 비록 지어낸 얘기라고 할지라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공무원들은 일을 처리할 때 최대한 빨리, 예전 방식대로 처리하려고 한다. 규정을 바꿔 혼란을 야기하거나, 논란이 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조용히, 신속하게, 아무도 모르게 일을 끝내려고만 한다.

그런데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안 시민들은 예전보다 더 강렬하게 반응한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공무원과 시민들은 충돌하게 한다. 미리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고, 또 토론을 통해 협의안을 만들지도 않고 처리하다보면 재산권 침해를 받는 개인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재산권 침해를 받는 개인도 바로 시민이다.

청주시는 지금 대단위 개발 사업을 전개하면서 시민들과 마찰을 빚었고,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 비하동 롯데플라자 저지 대책위는 청주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치고 있고, 그 다음 천막농성을 예약한 팀들도 나오고 있다.

이것이 설령 개인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일지라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행정의 책임이 아닐까 싶다.

흔히, 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먼 것 같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시민들의 욕구는 오늘도 표출되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면 누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갈등을 중재하는 것도 기술이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도 정책이다. 청주시는 ‘소통행정’을 표방했지만, ‘불통행정’의 오해를 낳고 있는 것도 바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5기 청주시는 소통행정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지금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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