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김해을 보선, ‘창원터널’서 가짜공사로 체증유발
손인석 “1억원 빌려주고 허위세금계산서 발행해 환금”

손인석 자필 진술서 입수


영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 아니 2011년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의 투표소 안내를 교란한 디도스 공격이 오프라인에서도 일어났다는 얘기인가? 4.11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자원봉사자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로 24일 구속된 손인석 전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이 믿기지 않는 내용의 자필진술서를 남겨 진위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동자·회사원 등의 투표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일부러 터널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2011년 4월27일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벌어졌다는 황당한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같은 공작에 1억원의 자금이 소요됐으며, 이 돈을 구속된 손 전 위원장이 마련해 현금으로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 선거캠프에 전달했고, 나중에 손 전 위원장 소유 건설회사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손 전 위원장이 남긴 진술서에 따르면 선거를 앞둔 4월의 어느 주말 “당으로부터 TH(김태호 추정)에게 1억원을 전달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손 전 위원장은 이튿날 직접 김해 선거캠프에 찾아가 5000만원을 전달하고, 나머지 5000만원도 후배를 통해 같은 방법으로 전달했다.

손 전 위원장은 진술서에서 “(돈의 사용처가) 터널(창원터널로 추정)을 막아서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의 투표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들었음. 또한 그 돈으로 차량을 동원할 것이라 했음. 오전·오후에는 유권자를 실어 나르고 저녁에는 교통체증을 유발, PM 8시까지 투표장에 못 가게 하는 전략”이라고 적어놓았다. 손 전 위원장은 또 가족들에게 이같은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 김해 을 재보궐 선거가 열린 작년 4월 27일 오후, 창원터널 창원에서 김해 장유방향이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사진=경남도민일보DB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돈을 돌려받은 방법이다. 선거 뒤 손 전 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K토건이 여의도의 당사 혹은 당 소유의 건물을 보수하는 것처럼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5000만원을 K토건 계좌로 송금 받고, 나머지 5000만원은 당 총무국에서 국장으로부터 현금으로 수령했다는 것이다. 충청리뷰는 문제의 허위 계산서를 직접 확인했으며, 현재 손 전 위원장의 가족이 보관 중이다.

당일 ‘판독기 철거공사’ 확인

과연 그날 창원터널은 밀렸을까? 포털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경남도민일보 홈페이지에서 2011년 4월27일자 관련기사 <창원터널 공사강행 뒷말 무성>을 찾을 수 있었다. 기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창원터널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종 추측이 나도는 등 소동을 빚었다. 이봉수 야권 단일 후보 측과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왜 하필 투표일에 공사를 하느냐’며 공사 배경과 진의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창원터널을 이용해 창원과 부산 등으로 출퇴근 하는 장유면 신도시 유권자들이 차량 정체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기사는 또 “공사주체가 창원○○경찰서이며, 터널 입구 10m앞에서 차량번호판독기 철거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날 공사는 예기치 않은 논란에 휩싸이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만 진행됐다. 이밖에 오후 2시40분에는 터널 입구 쪽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체를 빚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은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창원터널은 김해와 창원공단을 연결하는 터널로 하루 통행량이 10만대에 이르고 특히 출퇴근 노동자가 많이 이용하는 길목이다. 그래서 일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창원터널 감시단’까지 꾸려질 정도로 민감한 장소였다. 이같은 관심 때문에 그런 시도가 있었더라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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