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잡음 생겨 현재 무기한 연기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소문 사실로 드러나면 강력 조캇

청주 기적의도서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당초 이 도서관은 5일 어린이 날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개관될 예정이었으나 위탁기관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지난 5∼6일 양일간 임시개방됐던 기적의도서관은 다시 무기한 수면상태로 들어갔다.

“공정성 잃었을 경우 묵과 못해”
도서관 건립 운동을 벌였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상임대표 도정일)’은 지난 4월 29일 청주 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회에 도서관 개관을 무기 연기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은 기적의도서관 위탁기관과 관장을 선정하기 위한 후보자 심사 과정에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구두 보고를 받았다고 전제하고 “귀 위원회의 심사 및 결정이 유감스럽게도 공정성을 잃은 것일 경우 우리로서는 그 결정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도서관 개관 책임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 있다고 못박고 운영위원회에서 이번 심사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했다는 납득할만한 해명을 할 때까지 개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현재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도종환 시인은 청주시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칩거에 들어갔다. 도 시인은 운영위원들이 지난 4월 25일 심사를 거쳐 지역사회교육협의회를 선정하는 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기해 왔다. 이후 운영위원들은 지난 1일 임시 회의를 연 데 이어 3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실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위원장을 주축으로 협의를 잘 해 문제를 푼다는 데 합의했다”고 짧게 답변하고 “도서관 개관 날짜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에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관계자는 “민간위탁단체 선정과정에서 불공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청주시에 심사 자료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심사 기준과 배점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여러 군데서 제기해 왔다. 그러나 청주시에서 가져 온 서류는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 어쨌든 우리는 소위원회를 꾸려 서류를 검토한 뒤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이고, 이러한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며 “도서관을 시에 기부체납하기 전이므로 아직까지 전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당초 기적의도서관을 만든 취지가 지자체와 민간 역량을 끌어모아 제대로 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자는 것이었는데, 모든 것이 정실로 이루어지고 소수가 이익을 얻기 위해 불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정신을 길러주자는 것이었지 열람석 몇 개 만들자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강력 주장하는 그는 자료검토가 마무리되면 기자간담회를 열 겠다고 말했다. 거기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것.

‘문헌정보학과 일자리만들기’ 운동?
실제 관련자 모씨는 “민간위탁 업체 신청 기준이 ‘도서관 관련사업 실적이 있는 자’라고 애매모호하게 돼있어 어린이도서관과는 관계없는 단체들도 서류를 제출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어린이도서관 전공자가 없고 역사가 전무하다보니 말도 안되는 단체들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점수 배점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제하고 “항간에서는 이번 선정 과정을 놓고 ‘기적의어린이도서관 만들기’가 아니라 ‘문헌정보학과 일자리만들기’ 운동을 벌였다는 말도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운영위원인 모씨는 “비단 청주시만 그런게 아니고 기적의도서관을 추진하는 다른 지역도 현재 이런 저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민간단체 선정과정에서 문제는 없었고 사전 담합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한편 청주시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간에는 도서관 운영을 놓고 초기부터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간위탁이냐 시 직영이냐에 대해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는 후문이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에서는 여러 군데를 조사해본 결과 민간위탁보다는 시 직영이 공정하고 재정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으나 시에서는 민간위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가 통과되어 민간에게 맡길 것을 원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측에서는 당초 우려했던 문제가 청주 기적의도서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순천시는 시에서 직영하고 관장만 민간인으로 공모하는 중이고, 제천시는 민간위탁을 했다.

어쨌든 좋은 어린이도서관을 지역 어린이들에게 선사한다는 당초의 취지는 위탁기관 선정과정의 잡음 때문에 많이 퇴색됐다. 시민들은 국내에 어린이전문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 없이 서로의 이익만 좇다보니 생긴 부작용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측에서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바로 잡고 가겠다고 말해 향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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