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정치력 한계, 17대 국회 들러리 전락할라
홍재형의원 당내 예결위원장 선임, 이용희 국회부의장 거론

충북에서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8석과 비례대표 1석 등 모두 9석을 싹슬이하자 당장 관념적이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우려가 하나 제기됐다.
이들 당선자들이 과연 중앙 무대에서 얼마만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인가다. 9명의 당선자중 7명이 초선이라는 점이 우선 부각됐다. 홍재형의원을 제외한 재선과 3선을 노리는 현역의원이 모두 낙선한데다, 특히 충북 정치를 대표할 차세대 인물로 지목되던 정우택의원(자민련) 마저 탄핵풍에 휩쓸려 총선 한달을 앞두고 출마한 신인에게 무너지자 많은 사람들은 민의를 배반한 정치권에 대한 심판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론 충북 정치력의 추락을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워크샵과 17대 국회 집행부 구성, 그리고 노무현대통령 컴백후의 개각과 개혁법안 처리문제로 연일 법석을 떠는데도 충북 당선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방언론을 제외하곤 이젠 일상화되다시피한 방송토론회나, 신문매체의 정치면에서도 충북 당선자들의 이름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이미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노영민당선자(청주 흥덕 을)가 모 중앙일간지에 ‘17대 이 사람을 주목하라’ 난에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초선들의 장(場), 어차피 능력으로 평가받아
충북 정치력의 침체를 우려한 것은 초선의원들의 물리적 중량감 저하를 인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더 큰이유는 다른데에 있다. 당선자들의 정체성이 그것이다. 이 정체성이 참여정부에서는 ‘개혁성’으로 대표된다. 17대 총선의 전체 당선자중 63%가 초선이기 때문에 어차피 17대 국회에선 선수(選數)의 잣대보다는 의원 개개인의 ‘상표’와 역량으로 평가받고 중책이 맡겨질 공산이 크다. 충북의 경우 당선자 9명중 무려 6명이 정치와는 거의 무관했던 외부인사 영입케이스에 해당되는데다, 이중 오제세(청주 흥덕갑) 변재일(청원) 이시종(충주) 서재관(제천 단양) 당선자 등은 관료 출신으로, 이들이 ‘관료’의 틀을 벗고 과연 몇명이나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17대 국회의 최고 아젠다가 될 ‘개혁’에 이들 당선자가 얼마나 코드를 맞출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들이 당(黨)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하며 거수기로 역할하기 보다는 독자적 목소리로 중앙정치권에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선 관료시절의 스테레오 타입을 탈피하는게 급선무다. 이를 간과할 경우 자칫 도내 당선자들은 정부부처 재직시의 인맥을 활용한 ‘예산 따오기’ 경쟁에 치우쳐 정치의 본질을 벗어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생활정치로 포장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중앙무대에서의 정치력 상실은 의정 반세기가 넘도록 대통령은 커녕 국무총리, 국회의장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충북의 난치병’을 더욱 심화시킬게 뻔하다. 실제로 역대 정권에서 한 때 잘 나가던 충북 정치인들마저 경우에 따라선 최고 중책을 맡다가도 그 정점에 오르는데엔 번번이 좌절했다. 정치력의 한계 때문이다. 충북의 대표적 정치인들이 대개 정권 과도기에 ‘일회용’으로 반짝하다가 무대 뒤로 사라진 전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을 위해 올인했는데.. 도내 당선자 중용여부 관심
도내 9명의 당선자중 2선인 홍재형의원(청주 상당)이 경제부총리 두 번의 화려한 경력을 배경으로 얼마전 열린우리당 예결위원장에 선임된 것이나, 4선의 이용희당선자가 국회부의장에 거론되는 것은 그나마 충북의 상실감을 씻겨주고 있다.

당초 도민들에 의해 국무총리 기용도 학수고대되던 홍의원에 대해선 17대 총선에서의 ‘완봉 승’을 들어 적어도 선출직인 당 정책위장은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많지만 그 성사가 쉽지 않을 조짐이다. 정가에선 정책위장에 푸싱을 가해야 비중있는 상임위원장이라도 떨어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홍의원의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국무총리 임용’을 촉구하는 서명작업이 시도됐다는 설이 나돌았으나 홍의원측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17대 당선자중 최고령인 이용희당선자(보은옥천영동)는 여전히 국회부의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후배들의 선처(?) 요구에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화끈하게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공을 감안해 이당선자의 국회부의장 선임은 상징적으로라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충청권 의원들의 대세이지만 당내 힘의 구도가 현재로선 여의치 않다.

속 다른 당선자들의 상대 이해가 성패 좌우
도내 당선자들의 역학구도도 충북의 정치력과 관련해서 주목할 부분이다. 지역구 모두를 차지한 이상 이들이 사안에따라 한 목소리를 낼 경우 그만큼 중앙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당선자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당선자는 이미 홍재형의원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는 얘기가 당내에 공공연하다.

얼마전 모 지방 TV의 청주권 당선자 토론회에 변재일당선자(청원)가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변재일측은 홍의원의 일방적 일정 변경을 문제삼는 분위기이고, 홍의원측은 일정변경이 사전 양해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주변의 억측은 일체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현 홍재형의원 체제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 보자. “토론회 문제는 단순한 돌출적 사안일 수도 있다. 그 보다는 당선자들의 뒷면을 주목해야 한다
.
행정관료출신들이라서 향후 상호관계에서 무난할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나 서로 개성이 강하다는 측면에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홍재형 체제가 자칫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이런 기운이 있냐고 누가 물어 온다면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겠다. 어차피 정치판엔 말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예전처럼 모든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원로격인 홍재형의원과 이용희당선자가 함께 국회직과 관련해 거론되는 것도 당사자들로선 부담될 수 밖에 없다. 정치적 지분을 감안할 당의 입장에서 충북의 두 사람 모두에게 선물을 안길 수 있겠나.

아마 한 사람이 잘 되면 다른 한 사람은 양보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조율하는 도당의 역할이 필요하다. 치졸하게 자리를 놓고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당이 폐지되기 때문에 도당의 역할과 책임은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이에 상응하는 리더십이 당선자들 사이에서도 요구될 것이고, 현 홍재형 체제는 앞으로 끊임없이 이런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