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다
7일 온양에서 열린 로컬푸드 국제심포지엄 현장을 가다

옥천 보따리장수 권단의 풀뿌리 이야기

‘먹을거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야기의 거의 전부다’ 미국의 저술사 커트 보네거트가 이리 말했단다.
하긴 먹을거리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있었던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 하지 않나?

먹고 사는 일 때문에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갈등과 반목도 생기며 심지어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근간을 이루는 먹을거리에 대해 방치해왔다. 어느새 아무거나 먹어왔던 것이다. 그것의 과정과 건강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혀의 감미로움과 가격에 초점을 맞춰오지 않았나?

▲ 일본 교수의 발제를 귀담아 듣고 있는 미국 발제자 마크 윈 지역사회먹을거리 보장연대 공동창립자
그런데 이것이 도대체 풀뿌리와 어떻게 맥이 닿았길래 이런 이야기를 하나 하실거다. 먹을거리를 잘 먹어야 뿌리를 기운차게 내리고 제대로 활착할 수 있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여기서 기인하고 여기서 끝이 난다. 다시한번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야 센의 말을 인용해보자.

‘정기적인 선거, 다당제, 기본적인 자유, 비교적 자유로운 언론 등 민주주의가 가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기아가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분이 먹을거리와 연관지어 정치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신다.

정확히 꿰뚫고 계신 것이다. 입의 봉쇄는 말 뿐만 아니라 먹는 입마저 막아버리는 것이다. 먹을거리와 민주주의는 바로 이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동자 역사를 강의하시는 박준성 선생이 말한바 있다. 입이 하는 역할은 먹는 것과 말하는 것이라고 먹는 것은 경제이고 말하는 것은 정치를 이른다고. 그것이 바로 입구 자에 사람인을 새겨넣은 인간사의 전부라고.

예측하셨듯이 오늘 풀뿌리 이야기 주제는 먹을거리이다. 먹을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9월7일 오전 9시30분 온양관광호텔에서 열린 로컬푸드 국제심포지엄에서 미국에서 물건너온 마크윈(미국 지역사회 먹을거리 보장연대 공동창립자)이 놀랍게도 이 이야기를 서두에 발제하며 ‘로컬푸드’에 대해 힘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로컬푸드에서 단지 지역농업만을 보지 않고 ‘먹을거리 민주주의’와 ‘시민참여’를 통찰한 것이다. 놀랍다. 그의 발제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

▲ 로컬푸드 국제심포지엄을 귀담아 듣는 청중들, 전국방방곡곡에서 대안 지역 농업과 먹을거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초강대국 미국의 빛과 그림자

그는 먼저 미국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초강대국 울트라 슈퍼 강국이라는 그 미국에서는 굶주림 및 먹을거리 불안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4천900만명에 달하고 4천700만명의 기록적인 푸드 스탬프 수혜자가 있단다. 또 과체중과 비만이 전 국민의 65%에 달하고 미국인의 1/3이 당뇨병 환자가 될 전망이라 내다봤다. 그는 고열량 정크푸드만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지역을 ‘먹을거리 사막’과 ‘먹을거리 늪’으로 표현했다.

이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1970~90년대의 저소득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에서는 슈퍼마켓의 철수로 인해 먹을거리 접근성이 급격하게 약화됐고 그 안에 대기업, 다국적기업의 식품망이 또아리를 틀게 된 것이다. 매년 1백만 에이커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그는 충격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찬찬히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굶주림의 원인에 대한 대책보다는 단지 식량구호에만 초점을 맞추는 미봉책으로 전세계가 일관하고 있고 먹을거리 소매망과 지역농업경제 재구축은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영양과 건강보다 열량(칼로리)을 우선시하고 저임금 경제와 빈곤으로 인해 고열량의 값싼 먹을거리를 먹는 악순환의 톱니바퀴가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미국, 지역먹을거리 순환과 자립을 얘기하다

그는 지역사회 먹을거리의 건강한 순환체계가 자급과 자치, 즉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기반인 것을 알고 있었다. 로컬푸드의 의미를 제대로 꿰고 통찰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자급을 이야기한다. ‘지역공동체가 먹을거리 필요 중에서 많은 부분을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농식품체계의 공정성, 형평성,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킬 것이라 내다봤다.

그리고 이는 ‘연대와 시민 참여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다부문성’이 충족되어야 한다면서 ‘지역 농식품 체계의 모든 주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공론장을 말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성찰하는 미국인의 노력으로 그 거대한 미국에 균열이 일어나고 좋은 쪽으로 항로를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농민장터는 1994년 1천700개에서 2012년 7천800개로 늘어났고 농가에서 학교로(Farm-to-school)는 2004년 400개에서 2012년 1만2000개로 늘어났다. 또 공동체지원농업인 CSA는 1986년 단 2개에서 2012년 무려 4000개로 늘어났다. 여기저기 풀뿌리에서 산발적으로 로컬푸드 허브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뉴욕 증시 월스트리트에 우리가 눈이 뺏긴 사이 미국의 밑바닥에서는 이런 보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들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먹을거리는 당연한 시민권

그는 ‘먹을거리 시민권’이란 말을 사용했다. 그래서 지역, 주차원의 먹을거리 정책협의회를 만들었다. 이 협의회 즉 거버넌스 기구는 2010년 111개소에서 올해 193개소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뉴멕시코와 클리블랜드는 지역산 먹을거리 구매와 지역경제 지원에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공공조달규정을 이미 바꾸었고 몬타나주 미술라는 일급 농지와 목장지는 개발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세계화, 글로벌을 주창하고 부르짖었던 그 미국 이 로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막 바람을 타고 일기 시작하는 원주푸드, 완주푸드, 옥천푸드 관련 조례와도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이 이렇게 바람이 불고 있는 사이 옥천푸드는 미국이 거의 강제하다시피 한 WTO, FTA등의 덫에 걸려 주민 1천300여 명의 뜻이 담긴 주민발의조례가 부결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는 도시텃밭과 도시농장 보호·확대를 위해 토지이용 규정을 변경하고 ‘건강한 클리블랜드 이니셔티브’ 창립을 통해 로컬푸드 생산과 먹을거리 경제를 건강과 연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멕시코와 코네티컷 주는 ‘농가에서 학교로’(Farm-to-school)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지원과 인력 확대를 하고 있다. 그 중 코네티컷주와 콜로라도는 지속가능한 농지이용계획 수립과 농지보호를 위한 대규모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고 코네티컷은 무려 150개 단체로 이뤄진 연대를 결성해 이를 시행하고 있단다.

노스캐롤라이나 10% 캠페인에 주목

우리의 공공급식과 단체급식은 얼마나 지역농산물을 쓰고 계신가? 국적불명의 어떤 과정으로 유통이 되었는지도 모를 식재료가 단가에 맞춰 아주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다. 그들은 지역농산물의 가치보다 단가를 이야기하고 친환경농산물보다 단가를 이야기 한다. 싸게 후려치면서 화학조미료와 버무려 혀만을 매혹시키는 것이 우리 공공급식의 실체다.

▲ 로컬푸드 컨퍼런스 제 3세션 현장, '지자체 정책과 거버넌스', 이 세미나에서 필자도 '민의가 살아있는 옥천푸드 조례안의 의미' 에 대해서 발제했다. 가운데가 필자.

여기서 마크 윈이 소개해 준 노스캐롤라이나의 10% 캠페인에 주목하자. 이 캠페인의 주된 골자는 개인과 사업체들이 먹을거리 지출액의 10%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지역산 먹을거리에 지출하기로 협약을 했다는 것이다. 주정부와 노스캐롤라이나 농가협회 등 수십개의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이 이 캠페인을 지원하면서 2010년 7월이래 5천713명의 개인과 679개의 사업체가 서약해 2천100만달러 상당의 지역농식품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글로벌화를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안으로는 단단히 로컬, 즉 풀뿌리를 건강한 자급과 자치로 다지는 그들이 몹시 얄밉기도 하지만 현재 미국의 추세는 그런 것이다. 미시간주의 먹을거리 헌장은 노스캐롤라이나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다. 2020년까지 주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먹을거리의 20%를 지역산으로 하고 미시간주 주민이 적당한 가격의 건강하고 신선한 먹을거리에 접근한 수 있도록 하며 주 내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전 교과과정에 먹을거리와 농업을 포함시킨다고 쓰여 있다. 이것이 다 주내에 설치된 협치기구, 먹을거리 정책협의회에서 하는 일이다.

뿌리에서 일어난 기운이 미국을 움직이다

이런 아래로부터 뿌리의 움직임은 미국 연방정부의 먹을거리 정책을 변화시켜낸다. 미국 농무부는 ‘내 농부를 알고 내 먹을거리를 알자’(Know Your Farmer, Know Your Food)는 2009년 로컬푸드 정책 포털사이트를 만들어 지역 먹을거리 체계를 나라에서 틀거리 만드는 것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책 포털사이트에는 농민장터, 공동체지원농업, 먹을거리 정책협의회, 푸드 허브에 대한 자료를 취합한다. 그 목표를 들어보면 기가 막히다. 몬산토 등의 다국적 GMO기업이 판을 치는 미국에서 이런 목표가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심이 버쩍 들지만. 그가 이야기한 목표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좋은 먹을거리 및 농업공동체의 경제적 발전 촉진, 농민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제공, 지역산 먹을거리 증진, 적당한 가격의 신선한 로컬푸드에 대한 접근성 확대, 농업과 환경간 연결고리 보장’

그의 발제를 들어보면 부러움을 넘어서 질투가 난다. 우리나라 매스컴에 보도가 안되었을 뿐 미국의 로컬푸드와 먹을거리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구현은 이미 전방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는 듯 하다.

팜투 스쿨을 넘어서 팜투 카페테리아(농가에서 기관으로; 로컬푸드 공공급식 프로그램)정책으로 로컬푸드를 학교, 대학, 교도소, 병원, 양로원 등으로 실어나르고 있고 먹을거리와 농업, 환경과 건강 간의 연결성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단지 농업에만 갇혀있지 않고 환경과 건강, 그리고 바탕을 이루는 민주주의로 스며들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리얼푸드체인지는 어떤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식품체계를 위해 젊은이와 대학의 힘을 지렛대로 활용하며 300개 이상의 미국 대학이 자체 농장, 공정무역 프로그램 농가와 구내식당 직거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단다.

가능성을 보여준 로컬푸드 국제심포지엄

▲ 이탈리아 발제자 바네사 말란드린 피사대 연구원
충남도와 충남발전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2012 로컬푸드 컨퍼런스 인 충남은 우리나라 농업의 지향점을 보여줬다. 미국의 마크 윈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바네사 말란드린 피사대학 연구원이 ‘짧은 먹을거리 공급사슬을 위한 토스카나 주의 정책’에 대해서 발제했고, 일본 타니구치 요시미츠 아키타 현립대학 교수이자 아키타 지산지소추진회 대표가 ‘일본 아키타현의 지산지소 시스템’에 대해 발제했다.

모두 다 주옥같은 사례들이었다. 충남발전연구원 허남혁 연구원은 충남의 사례를 말하며 다음과 같이 향후과제를 이야기한다. “소통!, 소통!, 소통!, 보건의료계와의 상호소통을 통한 정책수립 필요성, 농업 정책을 넘어서는 틀짜기, 타분야와의 협력과 소통, 주민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과정, 정부의 밑틀짜기, 전향적인 지원정책 수립’ 주요한 맥락이다.

재선을 향한 지난한 여정에 돌입한 버럭, 아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리 말했다고 한다. 잘 새겨들어보자. “지난 4년 사이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단 한번도 농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 없던 분들이 자신이 먹는 먹을거리의 출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꾸준히 먹지 않았던 분들이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 일본 발제자 타니구치 요시미츠 아키타 현립대 교수
지역공동체에서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농민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혁신적인 로컬푸드 사업이 속속 출범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로컬푸드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농민들에게 기회를 부여합시다. 그러면 그 혜택은 미국 전역에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FTA를 거세게 몰아부치는 그의 말이 다소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밥상은 안녕하십니까? 우리 아이들의 밥상은 안녕하신가? 우리 공무원들 어떤 밥을 드시나? 우리 농민들의 농상은 어떠한가? 성찰해야 할 일들이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누가? 바로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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