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때 통합반대 앞장섰던 사무관, 통합추진지원단으로 승진 파견

▲ 민선4기 때 청원군은 줄기차게 통합을 반대했다. 군수가 반대하자 직원들도 따라갔다. 특히 담당부서에서는 직원들에게 통합 유인물을 수거토록 지시하다 적발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사진은 통합반대 집회./ 충청리뷰DB
요즘 충북도·청주시·청원군 공무원들은 승진요인이 발생해 신났다. 직장인들에게 승진 만큼 기분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청주·청원 통합으로 인한 통합추진지원단과 통합실무준비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추진지원단은 충북도 산하에 생기는 조직으로 충북도에서 4명, 충북도교육청 4명, 청주시 12명, 청원군에서 12명이 파견된다. 그리고 실무준비단에는 청주시에서 11명, 청원군에서 11명이 파견된다. 요즘들어 각 지자체에서 속속 인사를 단행하면서 파견자들의 면면이 드러났다.

그런데 11일 청원군 인사에서 과거 민선4기 때 통합반대에 앞장섰던 사무관 H씨가 서기관으로 승진하면서 통합추진지원단으로 파견되자 말이 많다. 이 사무관은 2009년 세 번째 청주·청원 통합 시도 때 남이면 한 아파트단지에 배포된 통합찬성 유인물을 직원들에게 수거하라고 지시한 사람.

당시 이 사건 때문에 무척 시끄러웠던 것을 기억한다. 이 일로 H사무관 등 직원들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지난해 열린 항소심에서 청주지법으로부터 재물손괴죄로 선고유예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씨는 당시 청주·청원 통합 반대를 추진했던 부서의 책임자였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았다는 게 직원들의 말이다. 군수가 반대하다보니 따라간 것이지 본인이 주도해서 한 건 아니라는 것. 물론 그렇다. 단체장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게 공무원이다. 혹자들은 공무원이 만능이라고 한다. 아마 위에서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심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한다. 영혼이 없을 리가 만무지만, 자기 생각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 유인물까지 수거토록 지시를 해서 불구속 입건된 사람을 통합추진지원단으로 파견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사람이 그 곳에 가서 진심으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통합추진지원단과 실무준비단 구성이 자칫 공무원들의 승진 잔치로 끝날까 걱정된다. 무엇이 본질인지 인식해야 한다.

본질은 2014년 7월 1일 통합 청주시의 시대를 멋지게 열어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담아 통합시의 기초를 확실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통합시의 기초를 만드는 건 새로운 자치단체를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단체장은 파견인사를 신중하게 했어야 했다.

통합과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거둬 통합 청주시를 중부권 핵심도시로 키울 것인가에 대해 지역민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 또한 외세에 의해 갈라졌던 행정구역을 합쳐 더 경쟁력있고 살기좋은 도시로 키우자는 것 아니었는가.

통합추진지원단과 실무준비단에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공무원은 만능이라고 하지만,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가야 한다. 독자여러분은 이런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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