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용기부터 집 바닥재까지 환경호르몬 투성이, 친환경 생활용품 사용이 최선

최진옥 아이쿱청주생협 식품안전운동위원장

지난달 아이들의 물놀이 필수품인 튜브에서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주로 바람을 불어넣는 부분에서 검출되었는데 문제의 제품 포장지에는 유해물질이 전혀 없는 친환경제품이라는 표시가 아이들에게 친근한 인기 캐릭터와 함께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사실 이런 뉴스는 그동안 너무나 많이 보아와서인지 그다지 큰 감흥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많은 엄마들이 “저런~ 조심해야 할 것이 또 하나 늘었네”라는 걱정과 나아가 “튜브 대용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정도랄까?

그런데 몇 년 전에는 ‘환경호르몬의 역습’ 이라는 제목의 TV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공포감으로 집안에 플라스틱 그릇을 모두 치워버렸다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모든 플라스틱 제품이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논쟁이 불거지긴 했으나 이후 유리나 스텐레스제품이 늘어나는 것을 막지는 못한 것 같다.

지금은 제조사들이 환경호르몬 성분이 없는 신소제들을 개발하고 상품화해서 가격대가 좀 높지만 어렵지 않게 안전한 것들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안전성에 대해 완벽한 신뢰가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다이옥신도 처음엔 별문제 없다고 했으니까. 어찌되었건 소비자의 강력한 요구와 기술력의 진보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건 확실하다고 여겨진다.

▲ 물놀이용품을 잔뜩 모아놓은 대형마트의 모습.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뉴스에서처럼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많은 환경호르몬 배출 요인이 숨어있다. 그것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환경호르몬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오래전부터 흔하게 들어와서 이제는 참 익숙한 말이 되어버린 환경호르몬! 대체 무엇이 길래 이렇게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환경호르몬의 정식명칭은 ‘내분비계 장애물질’이다.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접어든 후 인간이 생산한 거의 모든 인공화합물이 환경호르몬 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학자가 있을 정도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이것은 성호르몬과 유사한 물질로서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성조숙증이나 정자감소, 갖가지 여성질환등의 생식계 문제를 비롯, 우리 몸에 아주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곳곳 숨어있는 환경호르몬

우리 몸은 유기적인 조직이므로 내분비계의 이상은 면역계나 신경계의 이상도 초래 할 수 있다. 낮은 지능이나 과잉행동장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혹은 면역력이 떨어져 자주 감기에 걸리거나 류머티스같은 자가면역질환, 면역의 혼란에 따른 아토피나 알러지조차도 환경호르몬과의 관련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환경호르몬은 태아나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태아의 경우 극미량이라해도 노출된 시기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생활 곳곳에 숨겨진 환경호르몬을 찾아보기로 하자. 컵라면 용기나 뜨거운 캔커피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는 것은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농약과 비료로 키워진 농산물과, 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흘러든 바다에서 잡은 어류 중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참치류, 명태, 상어 등의 물고기나 오염된 해안가에 서식하는 새우나 조개류 등이 우선 위험스런 먹을거리이다.

또 드라이크리닝한 옷에서나 주유소에서 주유할때도 다환방향족탄화수소(PHA)류에 노출된다. 샤워를 하면 샤워꼭지에서 염소화합물이 나오기도 하고,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아무리 잘 씻어내도 잔류하는 성분이 피부로 흡수된다.

모기나 바퀴벌레 때문에 살충제를 뿌려도, 새차를 사면 카시트에도, 새집의 바닥재나 벽지 등에도, 새가구에서도 발견된다. 빨래나 설거지 할 때 넣는 세제에도, 화장품에도, 장난감에도, 식품첨가물로 쓰이는 산화방지제에도, 치과용 레진이나 피임약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차다.

문제는 현재의 과학이 이러한 유해물질의 문제점을 모두 알고 있지 못하고, 정부의 규제방침이 느슨하고,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기 이전에 이미 우리 생활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환경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접하는 공간은 집이다.

환경호르몬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환경호르몬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경로의 대부분이 식품을 통해서라고 하니 먹을거리 선택에 주의를 기울이고, 되도록 친환경 생활용품을 사용하여 오염물질에 노출빈도를 줄이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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