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성폭행 여대생 자살 이어 청주 편의점에선 성추행
현장실습 나간 고교생은 연장·야간노동 시달려 ‘과로사’

알바천국의 어두운 그림자
여성·청소년은 노동의 약자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현장실습을 나온 고3 학생이 주당 72시간 연장·야간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과로사했다. 연소자의 야간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법률과 연장노동시간을 초과한 명백한 ‘불법노동’이었다. 최근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고용주의 지속적인 성폭력과 폭력, 협박을 견디지 못해 23세 여대생이 자살을 했다.

이 슬픈 소식에 이어 고용주의 아르바이트생 성추행사건이 청주에서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1년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보면 만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최근 1년 사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비율은 29.1%다. 특성화고교생들은 53.8%, 인문계고교생들은 23.1%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 어엿한 대기업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전문대, 특성화고 재학생들을 데려다 일을 시킨다. 그러나 연장에 야간 등 청소년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불법노동이 이들의 생명을 노린다. 사진은 기능대회에 출전한 특성화고 학생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유익한 것인지 유해한 것인지는 논쟁중이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청년 아르바이트는 이제 필수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필수과목’이 됐다. 정규직 취업이 막혀있는 세대 특성상 실업과 아르바이트는 숙명이 됐다. 그런데 연일 들려오는 소식이 암울하다.

청소년 노동인권이 처한 위기의 소식만 들려온다. 더 상대적 약자인 여성청소년 노동 현장을 찾아보고 문제점과 대안을 살펴본다.

성폭행·추행에 유린당하고

지난 8월10일,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서산의 한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이 모양(23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단순자살로 알고 장례식까지 치른 지 열흘 후, 이양의 휴대폰 ‘메모장’에 저장된 유서가 발견되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녀가 일했던 피자집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지속적인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틈틈이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적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이양은 죽음의 순간조차도 “이놈 봐라. 이 순간에도 나를 이렇게 협박한다. 토할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극단적 절망감만이 그녀와 함께했다.

이 절망감 외에 우리사회 그 어느 누구도 그녀 곁엔 없었다. 그녀가 당한 일을 상의할 사람도 해결할 기관도 없었다. ‘88만원세대’, ‘영포세대’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정규직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워 ‘스펙의 노예’가 돼야 했고 비싼 등록금은 ‘알바의 울타리’로 그들의 삶을 저당 잡았다. 이것이 약점이 되어 학업과 노동을 오가는 경계사이에 고용주의 우월적 횡포와 폭력 앞에 청년세대의 영혼마저 짓밟힌 것이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양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8월21일 새벽 1시44분,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편의점에서 일하는 A양(19세)은 업주 B씨(44세) 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던 A양의 신체부위를 술에 취한 B씨가 강제로 만지는 짓을 저지른 것이다. A양의 신고로 B씨는 불구속 입건됐지만 A양은 이로 인해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불법노동에 지쳐 쓰러지고

2011년 12월18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현장실습을 나왔던 전남 영광실업고 자동차과 3학년 김민재(1993년 11월생)군이 뇌출혈로 쓰러진지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김군은 현장실습을 시작한 8월30일 이후, 주당 58~72시간까지 일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무형태는 주야 맞교대 형태로 야간노동에까지 시달렸다.

숨진 김군의 노동은 현행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불법노동이었다. 현행 만18세 미만의 연소자에 대해선 1일 7시간, 주당 42시간을 초과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연소자의 야간노동 또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6년간 정규직 채용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아자동차는 3~8월까지는 전문대학생들을, 9~이듬해 2월까지는 특성화고교 3학년생을 ‘현장실습’이란 명목으로 운영해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부활한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이란 미명하에 국내 굴지 대기업에서 불법노동이 자행됐고 결국 18세 청소년이 과로사한 것이다.

지난 7월31일 청주시 미평동에 무자격도급택시를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낸 P군(18세·고3)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P군이 처음 택시를 운전한 것은 사고를 내기 약 3달 전이었다. 먼저 택시를 운전하던 친구의 소개로 택시운전대를 잡기까지 걸림돌은 없었다. 택시면허가 없어도, 미성년자였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불법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운전하던 P군은 어느 날 택시회사로부터 “단속이 있으니, 당분간 쉬라”는 말만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법인택시회사를 도급으로 몰게 됐고 사고를 냈다. 불구속상태인 P군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구속이 예정돼있다.

충북청년유니온(위원장 배형찬)은 6월26일부터 2주간에 걸쳐 청주지역에 있는 편의점 100개 지점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청년노동자 근로조건 실태를 조사했다. 7월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청년 유니온의 발표 또한 충격적이다.

G, S, H, M, B 등 대형업체가 운영하는 체인점 100곳 중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곳은 단 다섯 곳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아르바이트생 중 19세미만인 미성년자가 100명 중 35명이었고 또한 야간노동(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은 7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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