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단속하면 회사 망해”…그럼 시민안전은?
도급택시 분명한 불법 인정하고 수사권 확보해야

전국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지부장 이삼형·이하 택시지부)가 지난 5월23일 K교통사장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12조인 ‘명의이용금지’ 위반으로 청주지검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청주상당경찰서는 “전체 36대의 택시를 도급으로 운행한 혐의를 인정해 8월23일, 이 회사 김 모 사장을 불구속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도급택시의 존재유무를 둘러싸고 청주시와 공공운수노조택시지부(이하 택시지부) 사이에 벌어진 ‘있다, 없다’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한대도 없다”에서 시작해 “7대를 적발했다”, “조사했지만 서류상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올 한해만 25대를 적발하는 등 전국최고의 단속실적이다”며 도급택시의 존재를 부정해왔던 청주시의 교통행정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0년 청주 P택시 안 모씨의 연쇄성폭력살인사건, 2012년 무자격 고3학생의 과속사망사건 등의 사례에서 보듯, 청주시는 불법인 도급택시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전혀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에, 도급택시를 둘러싼 청주시 행정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서 짚어본다.

▲ 불법도급에 이어진 재도급으로 인해 택시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택시업계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행정기관의 단속, 수사기관의 수사 등을 통해 택시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청주시, 무능력인가 직무유기인가

1. 2010년 연쇄살인 사건 이후 단속실적 전무

2010년 3월, 청주 P택시 안 모씨의 연쇄성폭력살인사건이 발생한 직후 ‘택시의 안정성’ 여부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국토해양부는 성폭력전과자가 택시면허를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개정했고 정기적인 도급택시 점검계획을 발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도급택시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연쇄성폭력살인사건의 무대였던 청주시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사건 이후부터 택시지부 공민교통노조가 고발한 2012년 2월까지 단 한건의 도급택시 단속실적이 없는 것만 보도라도 청주시 교통행정이 얼마나 무사안일 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2.무자격 고3 사건, 신고 받고도 모른 체

2012년 2월1일, 택시지부공민교통노조는 “공민교통이 36대의 도급택시를 불법으로 운행하고 있다”며 고발장을 접수했다. 노조는 5월25일 청주시장 면담한 자리에서 “무자격과속사망사고를 일으킨 차량을 포함해 도급택시를 단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7월20일경, 교통과장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사고차량을 포함한 택시 등에 대한 단속을 요구했다”는 것이 이삼형 택시지부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 청주시 박 모 공무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사실을 부인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생략하더라도 7월29일 청주시청은 공민교통에 대한 도급택시 단속을 진행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틀 후 사고가 발생했다

3. 청주지검, 4월에 사실상 ‘도급 판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자신들이 청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급택시에 대한 행청처벌 고발’이 일부만 제외하고 무혐의로 처리되자, 대전지방고용노동청청주지청(이하 노동청)에 공민교통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발하였다.

이에 대하여 노동청은 4월초 ‘신고사건처리결과 통지’ 공문에서 “공민교통(주)에서 도급의 형태로 고용된 운전자들은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요소인 사용종속관계, 대가의 임금성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하였으나 근로자성이 부인되어 본 사건을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청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하였음을 알려드린다”라며 공민교통이 도급택시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런 검찰과 노동청의 의견에 대해서도 청주시는 이를 묵살하고 “서류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 택시지부노조관계자의 주장이다.

4. 증언도 묵살, 8월 단속 공민교통 제외

7월31일 발생한 무자격 고3학생의 사고와 관련해 택시지부공민교통노조는 실제 차량기사인 A씨 역시 도급제 운전기사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증언도 속속 나왔다. 기자와 만난 고3학생의 부모는 “A기사가 도급택시기사라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이미 사고 발생이전부터 제기된 문제였지만, 청주시는 이 문제는 고사하고 공민교통에 대해서 단속조차 하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다. 청주시의 단속과정은 철저히 서류단속이다. 이에 대해 택시기사들은 “어떤 사업주가 서류상에 자신이 불법으로 도급을 하는 증거를 남기겠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5. 처벌 큰 조항 두고, 과태료 처분만

청주상당경찰서는 도급택시 36대를 위반한 K교통 김 모 사장에 대해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2조. 명의이용금지’조항 위반혐의로 형사입건했다. 따라서 김 사장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청주시는 한사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청주시 담당공무원은 “이 조항으로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사업정지’, 혹은 ‘180만원 이하의 과태료’처분만 적용한 것이다. 택시 노동자들은 “과태료 처분이야 몇 개월만 도급하면 본전이 빠지는 남는 장사”라며 “청주시의 대표적 봐주기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도급택시 근절, 해법은 없는가
1. 도급은 누가 뭐래도 분명한 범죄

그동안 도급택시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갔다. 법으로 금지돼 있는 사납금조차도 청주시 담당공무원은 “단속하면 택시회사가 다 망한다”고 떳떳하게 비호했다. 관행과 온정속에 사납금제를 이용한 도급택시는 독버섯처럼 확장되어 왔다.

그러나, 성폭력연쇄살인사건, 무자격자 과속사망사건 등에서 보듯 온정적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무고한 시민이 살해되거나 사망하는 중대한 안전상의 범죄이다. 범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근절되어야 할 범죄’라는 인식이 뿌리 내리지 않는다면 도급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부터 ‘도급은 범죄’라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2.지도층 연루 의혹부터 파헤쳐라

택시노동자들은 현재 청주시와 청원군내 21개 택시업계 중 불법도급을 가장 많이 하는 회사로 A업체와 B업체를 지목한다. 이중 해당지자체의 군의회 의장을 역임한 B업체의 사장 C씨는 유력정당의 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했다.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당선되었다면 그는 불법을 단속해야할 단체의 수장이 될 뻔한 것이다. 정우택 의원의 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해당업체는 정우택 전 지사와 “정당하게 일일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급여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자료일체를 공개하면 된다. 만약 이들이 불법적인 도급택시를 운영한 주체라면 일벌백계되어야 한다. 이들은 한때, 주권을 가진 국민들로부터 불법도급택시를 단속할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3.불법 사납금 제도 청주가 최고

지난주 본보 취재에서 밝혔듯이 청주지역의 사납금은 전국최고수준이다. 청주와 규모가 비슷한 전주시의 사납금이 7,8만원인데 반해 청주는 최소한 10만원 이상이다. 비싼 사납금 때문에 택시면허를 취득한 노동자들은 취업을 꺼리게 된다.

결국 택시사업주는 도급택시를 이용해 무자격자까지 ‘묻지마’식으로 채용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행 법률에서도 사납금은 금지돼 있다. 고정급여 없이 사납금을 제외한 수입이 임금으로 되는 이상 난폭, 과속 운전으로 이어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도급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불법인 사납금부터 없어져야 한다.

4. 지자체·검경·노동부 공조 절실

올해 진행된 도급택시에 대한 단속문제와 관련해서도 관련 유관기관의 공조가 얼마나 허술한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잣대를 가지고, 제각각 움직였다. 관련기관들은 2월, 4월, 8월 제각각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가장 문제가 많은 것은 청주시였으나 검찰과 경찰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노동청 사건을 지휘하면서 이미 ‘불법 도급’이란 판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5월에 고발된 사건을 사망사고가 터지고 한참 뒤인 8월23일에야 발표했다.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적극적 공조를 통해 시민의 생명까지 빼앗는 불법도급택시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5. 발전방안 수립, 시민 참여해야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택시교통정책 발전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정책대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행한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청주시도 장기적으로 택시산업에 대한 발전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노조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은밀히 진행되는 불법을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따라서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는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택시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확인됐다. 문제는 여러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택시제도의 문제, 포화된 택시시장의 문제 등 어느 하나 녹록한 문제가 없다. 합리적 조정자로서의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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