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심’ 사고···‘스킨십 부족, 신바람 에너지 전혀 없다’ 불만 팽배

▲ 홍명보 감독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은 정(情)이다.” 일본의 이케다 세이고 올림픽 축구대표팀 피지컬 코치의 말이다. 그는 “홍 감독의 리더십 뿌리는 애정과 사랑에 있다. 8강전에서 팔이 부러진 김창수 선수를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같이 간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우리는 가족이다. 다같이 여기까지 왔으니 마지막까지 함께 가자’고 해서 모두를 감동시켰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이 런던올림픽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딴 뒤 성공요인에 관한 분석이 잇따랐다. 그 중 설득력있게 다가온 것이 ‘정’이라는 단어다. 홍 감독은 냉철한 분석력으로 선수들을 평가하지만 그 기저에는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또 어떤 사람들은 박주영의 병역연기 기자회견 때 동석해 “주영이가 군대 안간다면 내가 대신가겠다”며 끈끈한 정을 드러낸 홍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샀다. 그런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목숨바쳐 열심히 뛰었다는 것이다.
 

▲ 이시종 지사

평소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얼굴은 화난 것처럼 보인다. 거의 웃지 않기 때문이다. 도지사 당선 뒤 꽃다발을 목에 건 채 손을 번쩍 든 사진에서도 이 지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이 지사는 웃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충북도청 직원들은 이 지사를 무서워하고 어려워한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가입하고 글을 올리고 있으나 이 곳에 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인이다. 직원들은 지사가 어려워 편하게 글을 쓰지 못한다.

한 직원은 “지사께서 직원들의 이름을 몇 명이나 알까 궁금하다. 아무리 일이 우선이라지만, 정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지사와 직원들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사와 직원들간에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이 아무리 승진에 목을 맨다고 하지만 승진만으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 틈새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이시종 지사는 정말 바쁘다. 취임 초기 이 지사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했다. 늦은 저녁 행사가 끝나도 다시 집무실에 들어와 비서실은 보통 밤12시까지 근무했다. 주말도 없었다. 지사가 언제 어느 시간에 찾을지 몰라 비서실장과 주요부서 사람들은 늘 대기조였다. 이제 4년 임기의 절반이 지나고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간이 되자 이 지사도 저녁 일정이 끝나면 귀가한다. 이 점에서 약간 느슨해졌을뿐 주말이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여론을 청취하고 평일에 못했던 현장방문을 다니는 등 여전히 쉬지 않는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볼 때 이시종 지사는 일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일로 평가한다는 게 충북도청 공무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물론 공무원들은 일을 열심히 해서 충북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도 사람이라, 지사와의 스킨십을 원한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 점에서 매우 인색하다. 주변사람들은 취임초보다 웃으려고 노력하고 유연해졌다고 하나, 눈에 띌 정도의 변화는 느낄 수 없다.

그 자신도 ‘토박이 이시종의 충북생각’이라는 책에서 “나는 평생 바보같이 외길만 걸어왔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로 줄곧 공무원생활을 했다. 공직을 떠나면 죽기라도 할 것처럼 다른 데는 눈도 돌려보지 못했다. 사무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주말에도 사무실에서 보내다시피했다. 오직 일에만 몰두했다. 그렇다고 더 많이 출세하는 것도 아닌데 습관처럼 그냥 그렇게 지내왔다”고 썼다.

그러다보니 이 지사는 충북도 공무원들에게 인기가 없다. 대충 넘어가도 될 일을 꼬장꼬장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현재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불만은 일을 많이 시키기 때문인 것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스킨십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불만은 일리가 있다. 그건 외부사람들도 느끼는 점이다.

신바람나는 리더십 필요한 시점

최근 충북도 공무원들 사이에서 ‘사기가 떨어졌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때문에 신바람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업무만 많고 사기를 북돋워주는 일이 없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직원들은 지사에게 결재받으러 갔다가 지적받기 일쑤이고, 간부들은 지사 눈치보느라 ‘복지부동’ 식으로 숨죽이고 있다. 간부회의 때 지사가 '공포의 빨간 수첩'을 꺼내 업무를 추궁하면 그 때부터는 공포분위기라는 것이다. 때문에 지사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지사와 도 공무원들간의 거리는 너무 멀다.

이 지사는 심하게 말해 혼자 바쁘다. 부지사와 실·국장을 활용해 과장-팀장들이 알아서 일을 하게끔 조직을 가동해야 하는데 많은 부분을 혼자 처리한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그래서 나오는 게 직원들을 일하는 기계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모 공무원은 “전체적으로 사기가 저하돼 있다. 공무원들은 승진하기 위해서 산다고 하지만, 승진 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신바람 나게 만드는 말 한 마디, 몸바쳐 일하고 싶게 만드는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날마다 일은 하는데 힘찬 에너지가 고갈돼 신이 나지 않는다고 할까”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진실이다. ‘토박이 이시종의 충북생각’에서 “진실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직과 원칙을 좋아한다. 반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것은 냉정한 성격으로 비쳐져 직원들을 따라오게 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한편 모 씨는 “이 지사의 삶의 모토는 정직이다. 그래서 충주시장 재임 시절에도 부패나 비리사건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정이 없어 보이고 딱딱해 보이는 건 성격적인 측면이 강하다. 웃는 것이 어색하고 농담을 잘하지 못해서 그렇지 상당히 진실한 사람이다.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며 “포장을 못하는 성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임기 절반을 지내고 후반기를 시작한 충북도에 힘찬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이 지사도 주변여론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행정도 요구된다. 도 관계자는 “수시로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전자우편과 이메일 등으로 건의사항을 받는다”고 말했으나 지사가 먼저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감성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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