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수 캠핑카페 ‘꼬마캠퍼’ 대표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회를 건설했다
신은 망했다

전문이라야 총 3행의 짧은 시지만, 강렬하고 위트가 넘치는 이갑수 시인의 <신은 망했다>라는 시를 좋아한다.

계곡물소리의 쾌활함. 숲 속의 푸름. 빗소리의 정겨움. 서서히 받아들이게 하는 바람의 몸짓과 뜻하지 않게 만나는 다람쥐며, 도마뱀, 개구리, 가재, 밤송이, 도토리, 산딸기, 개암열매…….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캠핑은 추억으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좋아 예전에 갔던 곳으로 다시 캠핑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그곳이 변해있다. 잘 다듬어진 땅 위에, 똑같이 만들어놓은 여러 개의 데크가 도시 속의 건물처럼 놓여있다. 화장실도 현대식으로 바뀌고, 샤워시설도 생겼다. 그러니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잠자리 또한 더욱 아늑해졌다. 하지만, 텐트를 치기 위해 다듬어지지 않은 땅을 아들과 함께 다듬고, 돌멩이를 골라내는 재미는 잃게 되었다.

오토캠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 지자체에서도 국민여가에 대한 시설, 캠핑장 등을 조성하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도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문암동 일대를 생태공원과 캠핑장으로 2009년 말 조성했다. 청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며, 조성된 후로 가까운 곳에서 캠핑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의 목적은 ‘편리함’ 때문이 아니었다. 다소 불편하고 힘들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이라는 것,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아이에게 컴퓨터나 TV가 아닌 온갖 자연을 보여주며, 자연놀이(물놀이, 흙놀이, 곤충채집, 물고기, 올갱이 잡기 등)를 하게끔 해주겠다는 것,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자는 것. 하지만, 정작 나조차도 가까운 곳에 캠핑장이 있다는 이유로 편리함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속 캠핑장을 가장 많이 찾았다는 사실이 스스로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도시생활은 편리하다. 인간은 편리함 때문에 도시를 건설했으리라. 자연은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하더라도 ‘자연’은 ‘자연’스러움이 있다.

숲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보면, 갑자기 출연한 뱀 때문에 놀라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걸쳐져있는 거미줄이 얼굴을 감싸는 바람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귀엽게 생긴 다람쥐며, 청개구리도 만난다. 벌에 쏘이기도 하지만, 하얀 나비가 눈앞에서 춤을 출 때도 있다.

우리들의 삶은 도시보다는 자연을 더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자연’ 속에는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연’이 있다. 운이 좋은 밤에는 반짝이는 눈으로 내 눈을 쳐다보는 수달을 만나기도 하고, 반딧불이 주변을 수놓는 멋진 장관을 보기도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랐을 때도 자연이라는 이 친구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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